‘이용휴’의『혜환잡저』‘행교유거기(杏嶠幽居記)’에 있는 글로, “이 하나의 방 안에서도 몸을 돌려 앉으면 (동서남북)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진다네. 깨달음을 구한다는 것은 다만 생각을 바꾸는 데에 있으니, 생각이 바뀌면 따르지 않는 것이 없다네. 자네가 나를 믿는다면 내 자네를 위해 창을 열어 주겠네.”의 일부에요. 몸을 잠시 돌려 앉으면 방금 전까지 동서남북이었던 방위가 사라지고, 새로운 동서남북이 생겨요. 누군가는 돌려 앉더라도 진짜 동서남북은 그대로 있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그것도 동그스름한 지구 위에 사는 우리에게 과연 동서남북이 있기는 한 걸까요? 그냥 편의상 정해 놓은 거지요. 그러니 이제 남이 정한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내 삶을 판단하지 마세요. 몸을 돌려 앉아 이전의 동서남북을 잊고, 새로운 동서남북을 마주하세요. 새로워지려면 몸을 돌려 앉을 줄 알아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