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과 수족관 등 동물을 수용하고 전시하는 국내 시설은 총 60개가 넘는다고 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동물원 13곳과 개인이 운영하는 민영 동물원도 50여곳이다. 그런데 이들 동물원은 엉뚱하게도 박물관, 민속박물관, 공원, 종합유원시설, 문화·집회시설, 수목원 등으로 등록돼 있다. 아예 등록조차 하지 않은 동물원도 30여곳에 이른다. 이유는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물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벌써부터 있어왔다. 특히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 법도 3건이나 된다. 하지만 동물원법이 만들어질 경우 각종 규제로 비용이 늘어나 그나마 운영 중인 동물원조차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동물원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동물복지, 종보존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
2013년 9월 장하나 한정애(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양창영 의원(새누리당) 등이 동물원과 수족관 등의 관리·감독을 명시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의 취지는 모두 ‘동물복지 향상’이다. 장 의원은 “국내에서는 동물원에서 동물 몇 마리가 태어나고 죽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1909년 창경원 이후 동물원 역사가 100년에 이르는 만큼 동물원법 제정을 통해 국가가 동물원 실태를 관리하고 복지를 신경 쓸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관련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종 보존,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규제 마련이 필수”라며 “국회에서 동물원법 수정안이 통과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동물원 관련 조항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데다 통일성도 없어 일관성 있는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련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동물원은 도시공원·녹지법에 따라 공원으로, 민영동물원은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박물관으로 분류되거나 관광진흥법에 따라 종합유원시설, 종합휴양업 등으로 등록된다. 이마저도 의무조항은 아니다. 동물원의 사육동물 관리 부처는 제각각이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가축·반려동물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동물은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는 동물원을 통합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는 셈이다.
○ 반대 “비용 증가로 대부분 동물원 문닫을 것”
반대하는 이들은 동물복지라는 이상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가뜩이나 동물원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동물원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동물복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엄격한 법 기준을 따르다 보면 동물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럴 경우 동물들이 오갈 데가 없어지고 결국 이들의 복지는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전국 24개 동물원, 수족관이 가입해 있는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동물원법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국내 동물원의 경영 독립성을 훼손하고 지원 혜택은 전무하다”며 “법률안 폐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다. 법안소위의 일부 의원도 “동물원법은 시기상조”라며 “각종 규제를 풀고 있는 마당에 동물원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몇몇 의원은 아동복지, 노인복지 등 사람들의 복지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물복지까지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물원 대표는 “동물원법을 만들면 대한민국 동물원들은 영업을 못할 것”이라며 “시설을 다 바꿔야 하는데 그 어마어마한 돈을 국가가 대주겠느냐”고 반문했다.
○ 생각하기 “법 제정하되 경과조치 유예기간 등 필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은 1984년 동물원 면허법을 만들어 동물원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원법 대신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동물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1877년 동물 수송 시 최소 28시간에 한 번씩 물과 사료를 공급하는 ‘28시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동물 관련 법률이 다수 마련됐다. 유럽연합(EU)은 1999년 동물원이 야생동물 보존, 동물복지, 대중교육과 과학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인도, 중국 등에서는 동물공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외국 사례에 비춰보면 우리도 이젠 동물원 관련법 제정을 더 미루기 어려워 보인다. 한은경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최근 5년 내 동물원 또는 수족관 방문 경험이 있는 10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9.6%의 응답자가 동물원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입법 내용이다. 동물원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규제뿐만 아니라 지원책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늘고 있다. 한 수도권 대형 동물원 관계자는 “누적된 적자로 지금 상황도 유지하기 힘든 곳이 부지기수인데 당장 사육장을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지원책이 마련되면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법을 만들되 경과조치를 둬 기존 동물원이 일정 기준에 맞추는 데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크다. 규제와 지원 간 적절한 균형 역시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이에 따라 동물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벌써부터 있어왔다. 특히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 법도 3건이나 된다. 하지만 동물원법이 만들어질 경우 각종 규제로 비용이 늘어나 그나마 운영 중인 동물원조차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동물원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동물복지, 종보존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
2013년 9월 장하나 한정애(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양창영 의원(새누리당) 등이 동물원과 수족관 등의 관리·감독을 명시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의 취지는 모두 ‘동물복지 향상’이다. 장 의원은 “국내에서는 동물원에서 동물 몇 마리가 태어나고 죽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1909년 창경원 이후 동물원 역사가 100년에 이르는 만큼 동물원법 제정을 통해 국가가 동물원 실태를 관리하고 복지를 신경 쓸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관련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종 보존,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규제 마련이 필수”라며 “국회에서 동물원법 수정안이 통과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동물원 관련 조항이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데다 통일성도 없어 일관성 있는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관련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동물원은 도시공원·녹지법에 따라 공원으로, 민영동물원은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박물관으로 분류되거나 관광진흥법에 따라 종합유원시설, 종합휴양업 등으로 등록된다. 이마저도 의무조항은 아니다. 동물원의 사육동물 관리 부처는 제각각이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가축·반려동물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동물은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는 동물원을 통합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없는 셈이다.
○ 반대 “비용 증가로 대부분 동물원 문닫을 것”
반대하는 이들은 동물복지라는 이상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가뜩이나 동물원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동물원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동물복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엄격한 법 기준을 따르다 보면 동물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럴 경우 동물들이 오갈 데가 없어지고 결국 이들의 복지는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전국 24개 동물원, 수족관이 가입해 있는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동물원법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국내 동물원의 경영 독립성을 훼손하고 지원 혜택은 전무하다”며 “법률안 폐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다. 법안소위의 일부 의원도 “동물원법은 시기상조”라며 “각종 규제를 풀고 있는 마당에 동물원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몇몇 의원은 아동복지, 노인복지 등 사람들의 복지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물복지까지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물원 대표는 “동물원법을 만들면 대한민국 동물원들은 영업을 못할 것”이라며 “시설을 다 바꿔야 하는데 그 어마어마한 돈을 국가가 대주겠느냐”고 반문했다.
○ 생각하기 “법 제정하되 경과조치 유예기간 등 필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영국은 1984년 동물원 면허법을 만들어 동물원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원법 대신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동물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1877년 동물 수송 시 최소 28시간에 한 번씩 물과 사료를 공급하는 ‘28시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는 등 동물 관련 법률이 다수 마련됐다. 유럽연합(EU)은 1999년 동물원이 야생동물 보존, 동물복지, 대중교육과 과학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인도, 중국 등에서는 동물공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외국 사례에 비춰보면 우리도 이젠 동물원 관련법 제정을 더 미루기 어려워 보인다. 한은경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최근 5년 내 동물원 또는 수족관 방문 경험이 있는 10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9.6%의 응답자가 동물원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입법 내용이다. 동물원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규제뿐만 아니라 지원책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늘고 있다. 한 수도권 대형 동물원 관계자는 “누적된 적자로 지금 상황도 유지하기 힘든 곳이 부지기수인데 당장 사육장을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지원책이 마련되면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법을 만들되 경과조치를 둬 기존 동물원이 일정 기준에 맞추는 데 시간적 여유를 주는 등 점진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크다. 규제와 지원 간 적절한 균형 역시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