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석유수출국기구) 정기 총회에서 감산(減産)합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현재 하루 3000만배럴인 최대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감산을 해서 유가를 부양하기 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약 4년동안 배럴당 100달러대 초반에서 오르내렸던 유가는 지난해 6월 이후 60% 이상 급락해 최근에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세는 기본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 중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가면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미국 등 OPEC 이외 국가들이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전체 원유 공급의 40%를 좌지우지 하는 OPEC은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유가하락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5% 줄이자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우로지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원유장관은 “OPEC이 감산하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가 다시 올라가게 되면 감소하고 있는 셰일오일 생산이 도로 늘어나 결국 시장 점유율만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 3분기(7~9월)에 6년 만에 최저치인 6.9%로 떨어지는 등 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저유가를 축복으로 여겨왔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가계 소비도 늘어 내수 진작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초(超) 저유가 시대는 국내 산업 전반에 장기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가 하락으로 인한 장점보다는 매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건설 조선 업계는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 물량 취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를 채굴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줄줄이 원유 채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선박 공급 과잉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 해양 프로젝트 물량이 끊겨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건설 조선 등 주력 수출 업종에서는 “역(逆) 오일쇼크가 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지거나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관련 기업 상당수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보라/도병욱/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약 4년동안 배럴당 100달러대 초반에서 오르내렸던 유가는 지난해 6월 이후 60% 이상 급락해 최근에는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세는 기본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 중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가면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미국 등 OPEC 이외 국가들이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전체 원유 공급의 40%를 좌지우지 하는 OPEC은 공급을 줄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등 유가하락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5% 줄이자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우로지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원유장관은 “OPEC이 감산하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가 다시 올라가게 되면 감소하고 있는 셰일오일 생산이 도로 늘어나 결국 시장 점유율만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 3분기(7~9월)에 6년 만에 최저치인 6.9%로 떨어지는 등 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저유가를 축복으로 여겨왔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가계 소비도 늘어 내수 진작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초(超) 저유가 시대는 국내 산업 전반에 장기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원가 하락으로 인한 장점보다는 매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건설 조선 업계는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 물량 취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원유를 채굴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줄줄이 원유 채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선박 공급 과잉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 해양 프로젝트 물량이 끊겨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건설 조선 등 주력 수출 업종에서는 “역(逆) 오일쇼크가 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지거나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관련 기업 상당수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보라/도병욱/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