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19) 공유(共有)의 비극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지난해 4월16일 이른 아침,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51㎞ 해상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고 있었다. 목포해경서장은 무전기로 반복해 선내 진입과 승객 탈출을 지시했으나 사고현장에서는 실행되지 않았다. 만약 목포해경서장이 세월호 침몰 현장에 빨리 출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무의미한 가정일 수 있으나 세월호 비극의 크기를 생각해볼 때 쉽게 떨쳐버릴 수만은 없는 생각이다.언제부터인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것이 해양경찰의 주요 임무가 돼버렸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 이후 한 달간 단속을 줄인 결과 우리 어민 피해가 극심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해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제2차 북·중어업협정이 체결된 2010년 이후 2000척에 달하는 중국 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를 잡고 있고, 그 결과 울릉도 근해에서 오징어 어획량이 500만t에서 200만t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울릉도 오징어’란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한국 어업 피해는 해양수산부 추산 3000억원에 이르며, 수산정책연구소 추산으로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30만척에 이르는 중국 동력 어선의 무차별 남획(濫獲)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아프리카 여러 나라 어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연안도시 산업화와 물고기 남획으로 인한 중국 연안어업의 황폐화가 중국 어민을 세계 어장으로 몰아내고 있다. 중국 연안에서는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치어와 알, 그리고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해양 부유식물까지 모기장과 다를 바 없는 그물을 사용해 싹쓸이로 걷어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의 연안 어장은 이제 붕괴된 것이다. 어민들은 어장 붕괴가 결국 자신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어쩔 수 없어 이런 무차별 남획을 멈추지 못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공공선택학의 개념이 바로 ‘공유(共有)의 비극’이다. 1960년대 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미국의 생태학자 개럿 하딘은 공유 목초지의 예를 통해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 어떻게 집단적 비극으로 귀결될 수 있는가’를 설명했다. 공동의 목초지에 소를 방목하는 목동들을 생각해보자. 목동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소를 한 마리라도 더 방목할수록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 물론 그렇게 하면 소 한 마리당 돌아가는 목초의 양이 줄어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효과는 모든 목동에게 나눠 돌아가는 반면, 추가 방목으로 인한 긍적적인 효과는 개인이 모두 갖게 된다.
즉,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개인에게 돌아가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더 큰 경우가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다. 모든 목동이 이런 계산으로 행동하게 되면 그 목초지는 재생 불가능하게 황폐화되고, 결국 모든 목동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목동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나 혼자 풀어놓는 소의 수를 줄인다고 해서 목초지가 온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다른 목동들이 소의 수를 늘릴 수도 있다. 따라서 목초지가 황폐해지기 전에 최대한 내 몫을 챙기려 할 수 있다.
원래 이와 같은 현상은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 불렸지만 공유자원 일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유자원의 딜레마(Common-Pool Resource Dilemma)’로 이후 일반화됐고, 이제는 자연자원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기적인 합리성과 사회 전체 이익이 충돌하는 여러 가지 다른 사회적 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적인 부(富)의 증가로 귀결된다고 하는 시장 논리와 상반되는 ‘사회적 딜레마’ 상황이다. 딜레마가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적(私的) 재화와 공유자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적 재화는 소유권자가 분명해 그 소유권자는 합리적으로 재화의 사용 정도를 결정한다. 그러나 공유자원은 사용에 따른 비용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는 반면 이득은 사용자 개인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서로 많이 사용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생긴다.
이처럼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비용의 차이로 물고기뿐만 아니라 삼림, 수자원, 에너지 자원과 같은 여러 공유자원의 남획이 발생한다. 브라질의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삼림 파괴는 그 심각한 부정적 효과가 직접적인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의 15% 정도가 삼림 훼손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나무들이 줄어들어 생기는 일이다. 삼림파괴는 이 외에 동식물 서식처를 줄여 멸종에 이르게 하거나, 토양 손실을 초래하고, 생태계에서 물의 순환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사용자의 합리적 행동이 자원을 파괴해 집단적인 비극을 불러오는데, 이 경우 집단은 세계의 현재와 미래의 인류다.
자연자원 이외에 공유자원의 대표적 예는 ‘정부의 예산’이다. 정치인, 이익집단, 지방정부 등 국가 예산을 자신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사용하려는 행위자들은 원하는 예산 지출이 자신에게 안겨주는 혜택에 대해선 충분히 고려하지만 조세 부담의 문제는 무시한다. 여기서도 혜택은 사용자에게 집중되고, 부담은 납세자 전체에 분산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지역구, 자신을 지지하고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이익집단에 혜택을 주고자 한다. 지방정부와 지역민은 개별사업 차원에서 경제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지역 숙원사업을 단지 그 비용이 중앙정부의 공공계정에 의해 충당되기 때문에 추진하고자 한다. 이런 결과로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 사람이 타지도 내리지도 않는 고속열차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든 이익집단과 지방정부가 정치인과 결탁해 ‘예산 따오기 경쟁’을 한다면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발생하고 정부 부채가 늘어나거나 국민의 조세 부담이 증가해 결국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공유자원과 관련된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어떻게 형성하고 보존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어장을 청소하거나 치어를 방류하는 것, 나무를 심는 것, 효율적인 관개시설을 만들고 저수지를 보수하는 것, 그리고 세금을 내는 것 등은 공유자원을 형성하는 행위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함으로써 복지,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의 공공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에 따른 비용 분담에 국민이 동의하기 위해서는 공유자원인 세금이 공정한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대추구행위로 예산이 불합리한 용도에 낭비되지 않도록 제도와 관행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안도경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