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이집트 북동부 이스마일리아. 인구 20여만명의 소도시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등 세계 정상급 지도자 40여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각국 정상뿐만 아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6000여명에 달하는 외교사절과 사업가도 모여들었다. 제2수에즈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스마일리아는 수에즈운하 중간에 있는 항구도시다.
총사업비 82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이렇게 많은 특급 인사가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외신은 세계 물동량의 7.5%가 수에즈운하를 거쳐가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세계 물류시장에서 수에즈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제2수에즈운하 개통식은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물류 지름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치열한 ‘전장(戰場)’이었다는 얘기다.
이집트의 세 번째 외화수입원 ‘운하’
운하는 그 자체로 짭짤한 수익사업이다. 선박 한 척의 수에즈운하 1회 통행료는 평균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려면 수에즈운하를 거쳐야 한다. 운하를 통과하면 하루도 걸리지 않는 길을 아프리카를 돌아가면 열흘 정도가 걸리는 탓에 물류회사 선주들은 비싼 통행료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정부는 제2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양방향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배가 49척(한 해 1만8000척)에서 97척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2수에즈운하(전체 길이 72㎞)는 기존 수에즈운하(193㎞)를 기반으로 한다. 새로 물길을 낸 구간은 35㎞며 나머지 37㎞는 기존 운하를 확대했다.
이집트 정부는 통행 선박이 증가하고 지금보다 더 큰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어 한 해 수입이 53억달러(약 6조1800억원)에서 2023년에는 132억달러(약 15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이집트의 주요 외화수입원이기도 하다.
물류패권의 핵심…전쟁도 불사
운하는 돈벌이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운하는 세계 물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운하를 둘러싸고 전쟁까지 일어나는 이유다.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던 수에즈운하를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국유화하면서 발발했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지만 이집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운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세계 대형 운하는 ‘미국 천하’였지만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제2수에즈운하의 지분을 얻기 위해 이집트와 경제협력을 강화했으며 파나마운하를 대체할 니카라과운하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세계 물류패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제2수에즈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집트와 미국의 소원해진 관계를 파고들기도 했다. 미국은 군부 출신의 압델 파타 엘시시가 2013년 쿠데타로 대통령에 오르자 대(對)이집트 원조 규모를 축소했다.
중국은 운하 공사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이집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엘시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수에즈운하와 경제무역지구 사업에서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과 해상의 무역로) 계획에 제2수에즈운하가 포함돼 있다. 투자금은 40억달러에 이른다.
바닷길 속속 접수하는 중국
중국은 니카라과에 파나마운하를 위협하는 운하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 베이징신웨이통신산업그룹은 ‘홍콩 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을 설립해 지난해 말 첫 삽을 떴다. 전체 길이 278㎞의 니카라과운하에는 500억달러가 투입되며 2020년 개통할 예정이다.니카라과운하 개발이 시작되면서 파나마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배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최대 4500개 쌓을 수 있다. 내년에 제3갑문을 완공해도 최대 적재량은 1만2000개다. 니카라과운하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5000개를 실은 배가 다닐 수 있다.
중국이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를 관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크라운하 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잇따른다.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 280억달러를 들여 10년 안에 길이 102㎞, 폭 400m의 바닷길을 새로 뚫으면 아시아의 물류패권도 중국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박종서 한국경제신문기자 cosmos@hankyung.com
총사업비 82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이렇게 많은 특급 인사가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외신은 세계 물동량의 7.5%가 수에즈운하를 거쳐가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세계 물류시장에서 수에즈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제2수에즈운하 개통식은 바다와 바다를 연결하는 ‘물류 지름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치열한 ‘전장(戰場)’이었다는 얘기다.
이집트의 세 번째 외화수입원 ‘운하’
운하는 그 자체로 짭짤한 수익사업이다. 선박 한 척의 수에즈운하 1회 통행료는 평균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려면 수에즈운하를 거쳐야 한다. 운하를 통과하면 하루도 걸리지 않는 길을 아프리카를 돌아가면 열흘 정도가 걸리는 탓에 물류회사 선주들은 비싼 통행료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정부는 제2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양방향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배가 49척(한 해 1만8000척)에서 97척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2수에즈운하(전체 길이 72㎞)는 기존 수에즈운하(193㎞)를 기반으로 한다. 새로 물길을 낸 구간은 35㎞며 나머지 37㎞는 기존 운하를 확대했다.
이집트 정부는 통행 선박이 증가하고 지금보다 더 큰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어 한 해 수입이 53억달러(약 6조1800억원)에서 2023년에는 132억달러(약 15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이집트의 주요 외화수입원이기도 하다.
물류패권의 핵심…전쟁도 불사
운하는 돈벌이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운하는 세계 물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운하를 둘러싸고 전쟁까지 일어나는 이유다. 1956년 제2차 중동전쟁은 영국과 프랑스가 운영권을 갖고 있던 수에즈운하를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국유화하면서 발발했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지만 이집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운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세계 대형 운하는 ‘미국 천하’였지만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제2수에즈운하의 지분을 얻기 위해 이집트와 경제협력을 강화했으며 파나마운하를 대체할 니카라과운하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세계 물류패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제2수에즈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집트와 미국의 소원해진 관계를 파고들기도 했다. 미국은 군부 출신의 압델 파타 엘시시가 2013년 쿠데타로 대통령에 오르자 대(對)이집트 원조 규모를 축소했다.
중국은 운하 공사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이집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엘시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수에즈운하와 경제무역지구 사업에서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과 해상의 무역로) 계획에 제2수에즈운하가 포함돼 있다. 투자금은 40억달러에 이른다.
바닷길 속속 접수하는 중국
중국은 니카라과에 파나마운하를 위협하는 운하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 베이징신웨이통신산업그룹은 ‘홍콩 니카라과운하개발(HKND)’을 설립해 지난해 말 첫 삽을 떴다. 전체 길이 278㎞의 니카라과운하에는 500억달러가 투입되며 2020년 개통할 예정이다.니카라과운하 개발이 시작되면서 파나마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배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최대 4500개 쌓을 수 있다. 내년에 제3갑문을 완공해도 최대 적재량은 1만2000개다. 니카라과운하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5000개를 실은 배가 다닐 수 있다.
중국이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를 관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크라운하 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잇따른다.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 280억달러를 들여 10년 안에 길이 102㎞, 폭 400m의 바닷길을 새로 뚫으면 아시아의 물류패권도 중국의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박종서 한국경제신문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