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 균형' 창시자 존 내시 교통사고 사망
정신분열증·교수직 박탈…'드라마 같은 삶'

영화 '뷰티플 마인드' 주인공
[피플 & 뉴스] "애덤 스미스는 틀렸어…상대방도 고려해야 한다구"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인간은 언제나 자신에게 최고로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난 200여년간 경제학계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틀렸다”며 반기를 든 21세의 천재가 있었다. 그가 바로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시(86)다. 존 내시 하면 떠오르는 이론이 바로 ‘내시 균형’이다. 그는 이 논문으로 21세 때 미국 명문대학 MIT의 종신교수가 됐다.

내시 균형은 무엇인가. 내시는 정보가 차단되고 여러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때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전략을 예상해서 본인에게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했다. 이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전략과 관계없이 언제나 최고의 선택을 한다’고 보는 스미스의 기조를 거부한다. 상대방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란 게 무엇일까. 내시는 이것을 수학적으로 해석해냈다.

내시 균형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론에서는 용의자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방에서 물증이 없는 사건으로 취조를 받는다. 자백을 하면 1년형을 선고받고, 죄를 부인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하지만 둘의 증언이 엇갈렸을 때 자백한 쪽은 1년, 부인한 쪽은 3년형이 선고된다. 상대의 선택에 따라 서로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죄수들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피플 & 뉴스] "애덤 스미스는 틀렸어…상대방도 고려해야 한다구"
이때 최고의 선택은 두 사람 모두 혐의를 부인해 둘 다 무죄로 풀려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자백해 1년형 선고를 선택한다. 본인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만약 상대가 자백한다면 나는 최악의 경우인 3년형을 선고받게 되기 때문이다. 내시 균형은 여기서 발현된다. 당사자들은 본인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최고의 선택’이 아닌, 상대의 선택을 고려해 본인의 피해가 최소가 되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미스의 이기심(혼자 살자)이 내시 균형(상대를 고려해 차선책)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 이론은 세계 경제상황에도 적용된다. 현재 세계 경제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이 잡고 있다. 두 국가가 글로벌 공조를 위해 서로 협력한다고 하자. 이때 양국 모두 협조한다면 두 국가의 경제는 모두 성장하고 무역 규모는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배신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배신한 쪽이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대적인 부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를 우려해 두 나라는 내시 균형이론에 따라 서로 협조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내시 이론은 선거전략, 전쟁의 원인, 이해집단 간 행동과 전략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내시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MIT 종신교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리만 가설’이라는 수학문제에 몰입하면서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부인과 이혼했고 MIT 교수직도 잃었다. 러셀 크로가 주연한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그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아벨상을 받고 미국으로 귀국해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천재. 명복을 빈다.

정희형 한국경제신문 인턴기자(경희대 생체의공학 4년) horse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