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가 대세…미디어시장 틀이 바뀐다

20~30대 TV시청시간 10년새 반토막
IPTV 가입자는 작년 1000만명 돌파
극장영화 안방서 동시개봉도 급증

통신사는 모바일 VOD 사용자 늘자
데이터 중심 요금제 잇따라 도입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수진 씨(41) 집엔 TV가 없다. 혼자 사는 데다 집도 작아 굳이 TV를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챙겨 본다. 스마트폰 모바일TV를 통해서다. 김씨는 “저녁엔 바빠 일 끝나고 여유로운 시간에 몰아서 본다”며 “원하는 시간대에 볼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직장인 유병진 씨(52) 가족은 주말마다 거실에 모여 인터넷TV(IPTV)로 극장 동시상영 영화를 즐긴다. 이씨는 “영화 티켓 한 장 가격으로 가족 네 명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이 2011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 같은 시청 행태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탈(脫)TV’ 가속화로 미디어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VOD 이용량, 모바일 시청률 등을 반영한 통합 시청률 도입을 추진 중이다. VOD 이용량이 급증해 실시간 TV 시청률만으론 지표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영화 배급·유통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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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VOD시장

VOD시장이 활짝 열린 건 기술 진화 덕분이다. 디지털TV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기기, LTE(4세대 이동통신) 등 통신망, IPTV와 모바일TV 등 서비스의 발달로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TV 보급률은 2011년 49.7%에서 지난해 76.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보유율도 24.2%에서 79.5%로 껑충 뛰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IPTV 가입자 수는 2011년 494만명에서 지난해 1084만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통신 3사의 VOD 총매출도 1344억원에서 4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 가입자 600여만명 가운데 VOD를 이용하는 가구는 55%에 이른다. 월평균 VOD 총 이용 횟수는 약 3억건, 가구당 이용 횟수는 13회에 달한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TV의 VOD 매출도 증가세다. 지난해 1600여억원을 기록했다.

‘폭식 시청(binge viewing·빈지 뷰잉)’ 등 새로운 시청 행태도 생겨났다. 주말 등 여유로운 시간에 종영 드라마 등의 VOD를 한꺼번에 내려받아 보는 방식이다. DVD를 수집하듯 VOD를 소장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VOD로 보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VOD 이용량이 증가한 반면 실시간 TV 시청 시간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방송 콘텐츠 주요 소비 계층인 20·30대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02년 3.2시간에서 지난해 1.4시간으로 10여년 만에 반토막났다.

TV·영화·통신산업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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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상파TV는 막강한 실시간 시청률을 기반으로 광고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실시간 시청률이 하락해 관련 수익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IPTV 또는 케이블TV에 제공하는 방송 VOD 등 콘텐츠 수익이 늘었다.

닐슨코리아는 “(지상파TV) 황금시간대 시청률 지표가 무의미해졌다. 이제 24시간이 황금시간대”라고 분석했다. 영화 배급사들의 윈도 전략(홀드백 전략)도 변했다. 윈도 전략이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콘텐츠를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급할지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과거엔 영화관→홈비디오·DVD→캐치온 등 유료채널→지상파TV 순서로 배급했으나 최근엔 극장과 유료방송(VOD)에 동시에 배급하는 극장 동시상영 서비스를 내놓는 등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화 기획사 및 배급사들은 극장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VOD 등으로 판매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작년 VOD 시장에서 인기를 끈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표적인 예다. ‘겨울왕국’은 작년 VOD로만 시청건수 128만건, 매출 110억원가량을 올렸다. 스마트폰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을 시청하는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자 통신사들은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했다.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데이터가 동영상 시청 등에 가장 많이 쓰여 비디오 요금제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전설리/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