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크루즈산업 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크루즈선의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선상 카지노와 관련, “국회에서 내국인 출입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봐서 곧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해 심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제2의 강원랜드’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강원랜드 인근에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이 즐비한데 또다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정부가 나서서 개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 및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선상 카지노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관광 서비스산업 육성 위해 필요하다”
정부가 선상 카지노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크루즈 산업과 마리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크루즈 관광객 수는 105만명으로 1조2229억원(1인당 평균 11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이는 컨테이너 10대 처리비용 부가가치와 맞먹는 것으로 2020년까지 300만명이 입국할 경우 3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선상 카지노가 활성화되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인 마리나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요트 등 레저선박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광 레저시설을 갖춘 마리나 산업 대중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요트 제작, 수리, 배후단지 관광산업 등 관련 일자리를 2020년까지 1만2000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크루즈 관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모두 외국계 선사들이 뛰어들고 있어 지금이라도 국적 크루즈선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상 카지노는 슬롯머신 게임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강원랜드와 같은 육상 카지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사행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육상 카지노가 전혀 없는 중국이 중국 국적 선사에게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허용하는 것도 그래서라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만으로는 크루즈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내국인을 크루즈 산업에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카지노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 반대 “도박 중독자 양산하고 폐광지역 카지노에 타격 크다”
강원 폐광지역은 강원랜드 내방객 감소를 우려하며 일제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 시·군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건의문을 발표했다. 건의문은 “폐광지역은 부산과 인천 영종도 등에서 추진하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유치를 막아내기도 힘겨운 현실에서 최근 유 장관이 발표한 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추진 계획에 절망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은 폐광지역의 유일한 대체산업인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카지노 지위 상실과 함께 지역경제 공멸로 나타날 것”이라며 “계획을 철회해 폐광지역의 안정적 번영과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카지노 유치가 재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성명에서 “해수부의 크루즈관광 발전방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도당 역시 “해수부의 크루즈법 개정안을 강원랜드에 부여한 폐특법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폐광지역의 경제를 파탄내는 개악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지노 산업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우려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용한 뒤 내국인 출입자에 하루 8만원, 1년에 160만원가량의 입장료를 물리는 등 상당한 제한을 두었는데도 이미 카지노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파친코도 그렇고 강원랜드 사례가 무엇보다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일괄적인 찬성·반대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게 현명”
크루즈선에 올라 크지 않은 돈으로 가볍게 그날의 운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사실 크루즈 여행에서 빼놓기 힘든 오락거리 중 하나다. 해외 대부분의 크루즈선에 카지노가 개설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도박이고 어디까지가 오락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경계란 있을 수 없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크루즈선에 설치되면 도박을 위해 배를 타는 도박 중독자들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국인 출입을 막는 것도 이제는 시기적으로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방법은 1인당 연간 탑승 횟수와 1회 탑승 시 베팅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을 두는 것이 될 것이다. 카지노에 설치된 도박기기도 가벼운 슬롯머신 등으로 국한하고 도박성이 심한 게임은 금지시키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냥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한 번 탑승 시 베팅 금액을 예를 들어 10만원 이내 정도로 제한하고 연간 탑승을 5회 이내 정도로 한다면 내국인 입장 가능 선상 카지노를 굳이 금지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전면 허용, 금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제2의 강원랜드’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강원랜드 인근에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이 즐비한데 또다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정부가 나서서 개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 및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선상 카지노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관광 서비스산업 육성 위해 필요하다”
정부가 선상 카지노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크루즈 산업과 마리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크루즈 관광객 수는 105만명으로 1조2229억원(1인당 평균 11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이는 컨테이너 10대 처리비용 부가가치와 맞먹는 것으로 2020년까지 300만명이 입국할 경우 3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선상 카지노가 활성화되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인 마리나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요트 등 레저선박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광 레저시설을 갖춘 마리나 산업 대중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요트 제작, 수리, 배후단지 관광산업 등 관련 일자리를 2020년까지 1만2000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김의근 제주국제대 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크루즈 관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모두 외국계 선사들이 뛰어들고 있어 지금이라도 국적 크루즈선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상 카지노는 슬롯머신 게임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강원랜드와 같은 육상 카지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사행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육상 카지노가 전혀 없는 중국이 중국 국적 선사에게는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허용하는 것도 그래서라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만으로는 크루즈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내국인을 크루즈 산업에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카지노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 반대 “도박 중독자 양산하고 폐광지역 카지노에 타격 크다”
강원 폐광지역은 강원랜드 내방객 감소를 우려하며 일제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 시·군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건의문을 발표했다. 건의문은 “폐광지역은 부산과 인천 영종도 등에서 추진하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 유치를 막아내기도 힘겨운 현실에서 최근 유 장관이 발표한 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 추진 계획에 절망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상카지노 내국인 출입은 폐광지역의 유일한 대체산업인 강원랜드의 내국인 출입카지노 지위 상실과 함께 지역경제 공멸로 나타날 것”이라며 “계획을 철회해 폐광지역의 안정적 번영과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카지노 유치가 재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성명에서 “해수부의 크루즈관광 발전방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도당 역시 “해수부의 크루즈법 개정안을 강원랜드에 부여한 폐특법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폐광지역의 경제를 파탄내는 개악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지노 산업이 사행성을 조장하고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우려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용한 뒤 내국인 출입자에 하루 8만원, 1년에 160만원가량의 입장료를 물리는 등 상당한 제한을 두었는데도 이미 카지노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파친코도 그렇고 강원랜드 사례가 무엇보다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일괄적인 찬성·반대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게 현명”
크루즈선에 올라 크지 않은 돈으로 가볍게 그날의 운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사실 크루즈 여행에서 빼놓기 힘든 오락거리 중 하나다. 해외 대부분의 크루즈선에 카지노가 개설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도박이고 어디까지가 오락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경계란 있을 수 없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가 크루즈선에 설치되면 도박을 위해 배를 타는 도박 중독자들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국인 출입을 막는 것도 이제는 시기적으로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 가지 방법은 1인당 연간 탑승 횟수와 1회 탑승 시 베팅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을 두는 것이 될 것이다. 카지노에 설치된 도박기기도 가벼운 슬롯머신 등으로 국한하고 도박성이 심한 게임은 금지시키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냥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지만 한 번 탑승 시 베팅 금액을 예를 들어 10만원 이내 정도로 제한하고 연간 탑승을 5회 이내 정도로 한다면 내국인 입장 가능 선상 카지노를 굳이 금지할 것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전면 허용, 금지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