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일본 도요타가 미국 등 북미에 수출하는 중형 승용차 캠리를 일본에서도 생산키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가 2017년부터 북미에서 판매하는 캠리의 새로운 모델 가운데 10만대를 혼슈(本州) 아이치현 도요타시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일본에서 캠리가 생산되는 것은 6년 만이다.
도요타뿐만 아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자국 내 증산계획을 내놓고 있다. 혼다도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 수출용 소형차 피트 생산지를 멕시코 공장에서 일본의 사이타마현 공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닛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10만대를 일본에서 생산한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일본 내 생산을 늘리는 배경은 엔화 약세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 경쟁력 급상승
엔화 약세란 일본 통화(돈)인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미국 돈 1달러(약 1080원)당 100엔이었던 환율이 오늘은 110엔으로 바뀌었다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일본 엔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지난주에는 100엔만 있어도 미국 돈 1달러와 바꿀 수 있었는데, 오늘은 110엔이 있어야 1달러를 손에 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1달러에 대한 엔화의 가치는 6일 현재 120엔이다. 2011년 10월28일 달러당 75엔에 불과했다.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나라의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지난달 70.88로 1973년 1월의 68.8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이 낮을수록 통화 가치가 약세라는 의미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들에 호재가 된다. 만약 미국 돈 10달러를 갖고 있다고 하자. 2011년 10월28일에는 75엔짜리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120엔짜리 물건을 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 기업들은 그만큼 물건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도요타가 일본에서 캠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다.
엔화 약세의 배경은 2012년 9월 이후 일본은행이 돈을 대대적으로 푼 것(양적완화)이다. 시중에 엔화가 많아지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높아진 것도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한국의 수출기업에는 악재
엔화 약세는 한국에 악재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종류의 제품을 갖고 해외에서 경쟁하는 일이 많은데 일본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계는 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2013년 출하량 기준 세계 TV시장 4위였던 소니는 지난해 중국 TCL을 제치고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일본 도시바와 경합 중인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도시바의 가격 인하 공세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2013년 초보다 30% 떨어진 만큼 일본 업체가 제품 가격을 15%가량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삼성이 지금보다 원가 경쟁력을 15%가량 높여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와 경쟁이 심한 자동차 부품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1분기 자동차 부품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공급 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과 철강 부문은 일본과의 수출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관광객(요우커)들도 한국 대신 일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숙박이나 쇼핑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 등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화장품, 에이블씨엔씨, 산성앨엔에스 등 화장품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노동절(5월1일)을 전후해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엔화 약세가 일본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하기에는 좋지만 수입할 때는 그만큼 손해를 본다. 2011년 10월28일에는 75엔으로 살 수 있었던 원자재를 지금은 120엔을 주고 구입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보다는 수출 경쟁력 강화가 훨씬 매력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도요타뿐만 아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자국 내 증산계획을 내놓고 있다. 혼다도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 수출용 소형차 피트 생산지를 멕시코 공장에서 일본의 사이타마현 공장으로 옮길 예정이다. 닛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10만대를 일본에서 생산한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일본 내 생산을 늘리는 배경은 엔화 약세다.
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 경쟁력 급상승
엔화 약세란 일본 통화(돈)인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미국 돈 1달러(약 1080원)당 100엔이었던 환율이 오늘은 110엔으로 바뀌었다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일본 엔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지난주에는 100엔만 있어도 미국 돈 1달러와 바꿀 수 있었는데, 오늘은 110엔이 있어야 1달러를 손에 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미국 1달러에 대한 엔화의 가치는 6일 현재 120엔이다. 2011년 10월28일 달러당 75엔에 불과했다.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나라의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지난달 70.88로 1973년 1월의 68.8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이 낮을수록 통화 가치가 약세라는 의미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들에 호재가 된다. 만약 미국 돈 10달러를 갖고 있다고 하자. 2011년 10월28일에는 75엔짜리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120엔짜리 물건을 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일본 기업들은 그만큼 물건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 도요타가 일본에서 캠리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다.
엔화 약세의 배경은 2012년 9월 이후 일본은행이 돈을 대대적으로 푼 것(양적완화)이다. 시중에 엔화가 많아지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높아진 것도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한국의 수출기업에는 악재
엔화 약세는 한국에 악재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종류의 제품을 갖고 해외에서 경쟁하는 일이 많은데 일본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계는 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2013년 출하량 기준 세계 TV시장 4위였던 소니는 지난해 중국 TCL을 제치고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한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일본 도시바와 경합 중인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도시바의 가격 인하 공세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2013년 초보다 30% 떨어진 만큼 일본 업체가 제품 가격을 15%가량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삼성이 지금보다 원가 경쟁력을 15%가량 높여야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와 경쟁이 심한 자동차 부품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1분기 자동차 부품 수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공급 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과 철강 부문은 일본과의 수출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관광객(요우커)들도 한국 대신 일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숙박이나 쇼핑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 등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화장품, 에이블씨엔씨, 산성앨엔에스 등 화장품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노동절(5월1일)을 전후해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엔화 약세가 일본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하기에는 좋지만 수입할 때는 그만큼 손해를 본다. 2011년 10월28일에는 75엔으로 살 수 있었던 원자재를 지금은 120엔을 주고 구입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보다는 수출 경쟁력 강화가 훨씬 매력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