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의 발달로 주력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자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연구개발(R&D)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하베스트의 데이비드 콜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술 개발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R&D보다 시장에서 검증 받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며 “구글이 M&A를 통해 곧 GM 등 전통 제조업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수개발(M&D·merger&development)을 통한 미래 생태계 선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기업 쇼핑 덕에 급성장한 M&A시장
M&A 전문 조사업체인 뷰로반다익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성사된 M&A는 6만553건, 금액은 5조9504억달러였다. 전년의 5만5126건, 4조6416억달러보다 각각 10%, 28%가량 늘었다. 2010년(3조6000억달러)에 비하면 60% 넘게 시장이 커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 쇼핑’이 M&A 사장의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M&A는 사업 시너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래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데 무게를 두고 매물을 찾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약의 특허 기간이 속속 끝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형 제약사들은 기술력이 좋은 중소형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암 치료제 개발 업체인 파마사이클릭스는 지난 4일 다국적 기업인 애브비에 210억달러(약 23조10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2위 제약업체 미국 화이자는 지난달 초 170억달러에 복제약 제조업체 호스피라를 사들였고, 영국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는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특화한 미국 생명공학 업체 NPS파마슈티컬스를 52억달러에 인수했다. 플레밍 온스코프 샤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제약 업체들이 실패 위험이 큰 신약 개발을 직접 추진하기보다 M&A를 통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A 전문 연구기관인 IMA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제약업계의 M&A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보다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거침없는 글로벌 기업들의 M&D 행보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해외에서 7개 기업을 사들였다. 대부분 유통 및 서비스(콰이어트사이드, 심프레스), 의료(얼리센스) 등 현재 주력사업과는 관계가 적지만 삼성의 미래 비전과 일치하는 분야의 기업들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는 더 빠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1780억달러(약 195조원), 640억달러(약 70조원)라는 막강한 보유 현금을 활용해 세계 비즈니스 생태계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두 회사가 잇따라 무인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이 스카이박스(위성), 비전팩토리(인공지능) 등을 인수한 것은 무인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히타치는 M&A를 통해 기업 체질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사례로 꼽힌다. TV 등 기존 가전사업이 삼성 등에 밀리자 2012년 ‘사회 이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내걸고 인프라 쪽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철도기업 핀메차니카 인수에 2500억엔(약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히타치의 주력사업이었던 가전 매출 비중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사업모델로 각광받는 M&A
전 세계 시장에서 M&A 붐이 확산되자 ‘벤처 연합군’을 형성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곳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가 잠재력은 있지만 인지도나 영업력,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방식의 사업모델이다. 지주회사는 인수한 회사의 재무, 회계, 영업 등을 대신해주고 계열사 간 사업을 융합하는 일을 맡는다. 계열사는 각자가 강점을 지닌 업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설립 2년 만에 모바일 의료정보회사 ‘굿닥’, 소셜커머스 ‘쿠차’ 등 50여개의 스타트업을 차례로 인수했다. 자사주와 피인수사 주식을 교환해서 인수를 추진해 큰 자금 부담 없이 사업을 키워왔다. 해외에선 이미 이 같은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인터액티브코프(IAC)가 대표적이다. IAC는 검색, 온라인 상거래, 온라인 데이팅 등 세계 40개국에서 5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비메오’, 데이팅 플랫폼 ‘틴더’, 검색엔진 ‘애스크닷컴’ 등이 IAC 산하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들도 M&A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 철강, 조선 등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던 주력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하다”며 “특히 한국 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원천기술이 부족해 기존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M&A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기자 soonsin2@hankyung.com
M&A 전문 조사업체인 뷰로반다익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성사된 M&A는 6만553건, 금액은 5조9504억달러였다. 전년의 5만5126건, 4조6416억달러보다 각각 10%, 28%가량 늘었다. 2010년(3조6000억달러)에 비하면 60% 넘게 시장이 커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업 쇼핑’이 M&A 사장의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글로벌 기업들의 M&A는 사업 시너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추진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래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데 무게를 두고 매물을 찾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약의 특허 기간이 속속 끝나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형 제약사들은 기술력이 좋은 중소형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암 치료제 개발 업체인 파마사이클릭스는 지난 4일 다국적 기업인 애브비에 210억달러(약 23조10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2위 제약업체 미국 화이자는 지난달 초 170억달러에 복제약 제조업체 호스피라를 사들였고, 영국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는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특화한 미국 생명공학 업체 NPS파마슈티컬스를 52억달러에 인수했다. 플레밍 온스코프 샤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제약 업체들이 실패 위험이 큰 신약 개발을 직접 추진하기보다 M&A를 통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A 전문 연구기관인 IMA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제약업계의 M&A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보다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거침없는 글로벌 기업들의 M&D 행보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해외에서 7개 기업을 사들였다. 대부분 유통 및 서비스(콰이어트사이드, 심프레스), 의료(얼리센스) 등 현재 주력사업과는 관계가 적지만 삼성의 미래 비전과 일치하는 분야의 기업들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는 더 빠르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1780억달러(약 195조원), 640억달러(약 70조원)라는 막강한 보유 현금을 활용해 세계 비즈니스 생태계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두 회사가 잇따라 무인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구글이 스카이박스(위성), 비전팩토리(인공지능) 등을 인수한 것은 무인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히타치는 M&A를 통해 기업 체질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사례로 꼽힌다. TV 등 기존 가전사업이 삼성 등에 밀리자 2012년 ‘사회 이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내걸고 인프라 쪽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철도기업 핀메차니카 인수에 2500억엔(약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히타치의 주력사업이었던 가전 매출 비중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사업모델로 각광받는 M&A
전 세계 시장에서 M&A 붐이 확산되자 ‘벤처 연합군’을 형성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곳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가 잠재력은 있지만 인지도나 영업력, 경영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방식의 사업모델이다. 지주회사는 인수한 회사의 재무, 회계, 영업 등을 대신해주고 계열사 간 사업을 융합하는 일을 맡는다. 계열사는 각자가 강점을 지닌 업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국내에서는 옐로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설립 2년 만에 모바일 의료정보회사 ‘굿닥’, 소셜커머스 ‘쿠차’ 등 50여개의 스타트업을 차례로 인수했다. 자사주와 피인수사 주식을 교환해서 인수를 추진해 큰 자금 부담 없이 사업을 키워왔다. 해외에선 이미 이 같은 방법으로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인터액티브코프(IAC)가 대표적이다. IAC는 검색, 온라인 상거래, 온라인 데이팅 등 세계 40개국에서 50개 이상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비메오’, 데이팅 플랫폼 ‘틴더’, 검색엔진 ‘애스크닷컴’ 등이 IAC 산하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들도 M&A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 철강, 조선 등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끌던 주력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하다”며 “특히 한국 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원천기술이 부족해 기존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M&A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한국경제신문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