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인구론》(1798년)에서 인류의 재앙을 경고했다. 생존에 필수인 식량 증가엔 한계가 있지만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니 인류의 기근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그는 산술급수(식량), 기하급수(인구)란 용어까지 써가며 재앙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하기야 ‘우울한 전망’이 어긋나는 건 인류에 축복이다. 21세기 지구촌엔 식량이 넉넉하다. 다만 분배의 지혜가 부족할 뿐이다. 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맬서스의 예언은 맞았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급증만큼 식량 또한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간과한 것이다.

《인구론》이 나온 지 200년이 넘었다. 그래도 인구는 여전히 지구촌의 화두다. 맬서스가 말한 산술급수, 기하급수의 의미는 더 복잡해졌다. 지구촌의 어느 곳은 인구과잉을 고민하고, 또 다른 어느 곳은 저출산을 고민한다. 중국과 인도는 전자의 대표적 국가이고,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 후자 국가다. 인구과잉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인구폭발→자원·식량부족→인류 생존여건 악화’를 우려하고, 인구감소를 예언하는 사람들은 ‘저출산→경제인구 부족→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경계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세계 공통의 걱정거리는 ‘인구폭발’이었다. 폴 얼릭의 《인구폭탄》(1968),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1972)는 과잉인구로 인한 인류종말을 경고했다. 실제로 1900년 15억명이던 세계 인구는 1960년 30억명, 1999년 60억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인구는 70억명을 넘는다. 의술 발달, 환경 개선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늘어났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영아 사망률, 산모 사망률은 급속히 낮아졌다. 유엔은 이런 추세를 근거로 2100년엔 지구촌 인구가 100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촌의 총인구가 늘어난다 해도 대다수 선진국들은 저출산으로 속앓이를 한다. 저출산은 한국에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고령화로 국가의 생산능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 거주하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들을 구제한 것도 저출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영컨설턴트 해리 덴트는 《2018, 인구절벽이 온다》는 저서에서 인구감소로 소비자, 투자자, 노동자가 함께 사라지는 이른바 ‘인구절벽’을 예언한다. 물론 그의 예측은 맬서스의 재앙적 예언처럼 빗나갈 수 있다. 하지만 공포스런 예측은 때로 더 늦기 전에 지혜로운 해법을 찾으라는 일종의 경고다. 4, 5면에서 인구폭탄론과 인구절벽론의 상반된 시각을 살펴보고, 한국의 저출산 실태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