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구리 선물 가격이 급락한 이면에는 중국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헤지펀드가 시장에서 구리 선물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시장이 요동쳤다는 설명이다. 주모자로는 카오스를 뜻하는 훈둔(混沌·혼돈)자산투자와 ‘중국의 소로스’로 불리는 예칭쥔이 운용하는 둔허자산투자가 지목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의 움직임이 구리는 물론 납과 알루미늄 등 전체 금속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14일 LME에서 시작해 상하이선물거래소까지 옮겨가며 구리 선물을 집중 매도했다. FT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이들의 베팅은 ‘아름답게’ 들어맞았다”고 분석했다. 한 LME 선임 트레이더는 “흔히 미국계 헤지펀드가 공격적이라고 하는데 중국인은 그것보다 세 배는 빠르고 큰 규모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들 펀드가 정확히 얼마의 구리 선물을 매도했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중국계 헤지펀드가 원자재 시장에 갖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사태로 중국계 헤지펀드 전략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선물거래사 INTLFC스톤의 에드워드 마이어 트레이더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원자재 가격을 정하면 미국과 중국은 따라온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흐름이 아시아 쪽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리값 급락을 주도한 훈둔자산투자는 2005년 상하이에서, 둔허자산투자는 2009년 닝보에서 창업했다. 둘 다 상품선물부터 주식까지 모두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내용과 영역별 투자 규모는 베일에 가려 있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