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변천은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직업의 특성 상 사회적 상황에 따라 각광받기도, 외면받기도 하며 때로는 직업이 생성되기도, 소멸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의 변화 중 직업 변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갸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 발전(economic development)’ 정도라 할 수 있다. 경제 발전은 단순히 얼마나 잘 먹고 사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직업의 변천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지만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정의내리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사람마다 ‘발전(development)’의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서 발전이란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자유를 증진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이는 가치가 개입되는 주관적인 개념으로서 경제 발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합의된 정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발전을 이야기할 때 한 국가의 인구증가율보다 산출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총산출이 인구보다 더 빨리 확대되면 실질적인 임금과 소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발전의 정도를 측정하고, 대외 거래가 활발한 최근에는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측정하기도 한다.
이런 지표들로 측정되는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의 증가는 다른 기회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전보다 풍부한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모든 시간을 생계 유지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휴가와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발전을 통해 희소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보유한 시간과 물질적 자원을 새로운 시도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지닌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게 돼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경제 발전 따라 인기 직종 달라져
직업의 변천도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인 ‘커리어캐스트’는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10대 몰락 직종’을 발표했다. 고용하락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우체부가 뽑힌 가운데 농부와 검침원, 여행사 직원이 뒤를 이었다. 이 중 흥미로운 것은 스튜어디스가 이 가운데 여섯 번째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이 어렵고 비행기가 많지 않던 시절, 스튜어디스는 모든 여성들이 되고 싶어하는 꿈의 직업이었다.
외국인을 만날 기회도 없을뿐더러 외국어를 배울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당시에 스튜어디스는 마음껏 세계를 누볐으니 모든 이들의 눈에 특별한 직업으로 보였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당시 미스코리아 당선자가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남긴 수상소감은 직업으로서의 스튜어디스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최고의 직업 가운데 하나로 선망받던 스튜어디스가 10대 몰락 직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이유 역시 경제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50년대에는 국민의 상당수가 실업상태였고, 취업자의 약 80%가 농업과 임업, 수산업 종사자였다. 경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1960년대에 들어서는 기술·기능공이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이때 사무직종이 일반화되기 시작해 은행원과 공무원이 유망 직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으로 인해 직업안정성이 보장되고, 급여도 사기업 직원에 비해 두 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비로소 사회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산업의 태동 및 발전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및 금융업의 발달로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진 시기다. 직업으로서 스튜어디스의 인기도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는 해외여행이 어려워 스튜어디스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지만, 경제 발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직업의 분화로 인해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스튜어디스 1만여명
하지만 하늘에서의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스튜어디스의 업무영역을 지상으로 확장시켜 보면 미래가 보다 기대되는 직업임을 알 수 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한국공항공사 1급 지위에 오른 전(前) 스튜어디스의 사례는 좋은 예다. 과거 스튜어디스로 활동할 때 쌓은 외국어 실력과 해외 경험은 외부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저한 고객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스튜어디스들은 퇴사한 이후에 서비스 매너 교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한다. 최근 스튜어디스 출신 박사 1호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앞으로 더 많은 스튜어디스들이 공중에서의 경험을 지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행 경험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스튜어디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스튜어디스 숫자는 약 1만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신입 승무원 채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항공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중 최대 네 차례까지 승무원 공채가 진행된다. 그 이유 역시 경제 발전과 맞닿아 있다. 경제 발전과 소득 수준의 증가에 따라 다양한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마다 A380과 같은 대형 항공기 도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승무원 채용이 빈번한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퇴사율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직업의 다양한 분화로 인해 이들이 힘든 승무원 생활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종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매해 약 500명 정도가 퇴사한다고 한다. 이처럼 스튜어디스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로 인해 많은 대학을 비롯한 스튜어디스 양성기관에서 경험 많은 스튜어디스를 초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 한국인 승무원 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스튜어디스에 대한 인기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라면 맛이 짜다는 이유로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가격했던 ‘라면 상무’ 사건이나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항공사 스튜어디스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놓고 출발한 ‘땅콩 리턴’ 사건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인기의 높고 낮음을 떠나 스튜어디스는 여전히 유망한 직업 가운데 하나다. 항공 수요 급증에 따른 승무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그 가치를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승무원에 대한 외국 항공사들의 러브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직업으로서 스튜어디스의 유망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갖춘 인재가 많아졌고, 이에 더해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이 외국 항공사에서 좋은 평을 받는 있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항공사에서 한국인 승무원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스튜어디스에 대한 환상은 한꺼풀 벗겨졌지만, 이들의 미래 가치는 그 어느 직업보다도 높아 보인다. 단순 서비스업으로서가 아닌 다양한 방면에서 스튜어디스의 전문성이 보다 돋보이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 경제발전
economic development. 경제 발전이란 한 국가의 총산출이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대돼 실질적인 임금과 소득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경제 발전 여부를 측정했으나, 최근에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
하지만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정의내리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사람마다 ‘발전(development)’의 개념을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에서 발전이란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자유를 증진시킴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이는 가치가 개입되는 주관적인 개념으로서 경제 발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합의된 정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발전을 이야기할 때 한 국가의 인구증가율보다 산출량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총산출이 인구보다 더 빨리 확대되면 실질적인 임금과 소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발전의 정도를 측정하고, 대외 거래가 활발한 최근에는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측정하기도 한다.
이런 지표들로 측정되는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의 증가는 다른 기회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전보다 풍부한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모든 시간을 생계 유지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휴가와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발전을 통해 희소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보유한 시간과 물질적 자원을 새로운 시도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가 지닌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게 돼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경제 발전 따라 인기 직종 달라져
직업의 변천도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인 ‘커리어캐스트’는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10대 몰락 직종’을 발표했다. 고용하락률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우체부가 뽑힌 가운데 농부와 검침원, 여행사 직원이 뒤를 이었다. 이 중 흥미로운 것은 스튜어디스가 이 가운데 여섯 번째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이 어렵고 비행기가 많지 않던 시절, 스튜어디스는 모든 여성들이 되고 싶어하는 꿈의 직업이었다.
외국인을 만날 기회도 없을뿐더러 외국어를 배울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당시에 스튜어디스는 마음껏 세계를 누볐으니 모든 이들의 눈에 특별한 직업으로 보였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당시 미스코리아 당선자가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남긴 수상소감은 직업으로서의 스튜어디스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최고의 직업 가운데 하나로 선망받던 스튜어디스가 10대 몰락 직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이유 역시 경제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1950년대에는 국민의 상당수가 실업상태였고, 취업자의 약 80%가 농업과 임업, 수산업 종사자였다. 경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1960년대에 들어서는 기술·기능공이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이때 사무직종이 일반화되기 시작해 은행원과 공무원이 유망 직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으로 인해 직업안정성이 보장되고, 급여도 사기업 직원에 비해 두 배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비로소 사회가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 산업의 태동 및 발전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및 금융업의 발달로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진 시기다. 직업으로서 스튜어디스의 인기도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는 해외여행이 어려워 스튜어디스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지만, 경제 발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직업의 분화로 인해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스튜어디스 1만여명
하지만 하늘에서의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스튜어디스의 업무영역을 지상으로 확장시켜 보면 미래가 보다 기대되는 직업임을 알 수 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한국공항공사 1급 지위에 오른 전(前) 스튜어디스의 사례는 좋은 예다. 과거 스튜어디스로 활동할 때 쌓은 외국어 실력과 해외 경험은 외부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저한 고객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스튜어디스들은 퇴사한 이후에 서비스 매너 교육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한다. 최근 스튜어디스 출신 박사 1호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앞으로 더 많은 스튜어디스들이 공중에서의 경험을 지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행 경험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스튜어디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스튜어디스 숫자는 약 1만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신입 승무원 채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항공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중 최대 네 차례까지 승무원 공채가 진행된다. 그 이유 역시 경제 발전과 맞닿아 있다. 경제 발전과 소득 수준의 증가에 따라 다양한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마다 A380과 같은 대형 항공기 도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승무원 채용이 빈번한 근본적인 이유는 높은 퇴사율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직업의 다양한 분화로 인해 이들이 힘든 승무원 생활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종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가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매해 약 500명 정도가 퇴사한다고 한다. 이처럼 스튜어디스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로 인해 많은 대학을 비롯한 스튜어디스 양성기관에서 경험 많은 스튜어디스를 초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 한국인 승무원 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스튜어디스에 대한 인기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라면 맛이 짜다는 이유로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가격했던 ‘라면 상무’ 사건이나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항공사 스튜어디스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놓고 출발한 ‘땅콩 리턴’ 사건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인기의 높고 낮음을 떠나 스튜어디스는 여전히 유망한 직업 가운데 하나다. 항공 수요 급증에 따른 승무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그 가치를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승무원에 대한 외국 항공사들의 러브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직업으로서 스튜어디스의 유망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갖춘 인재가 많아졌고, 이에 더해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이 외국 항공사에서 좋은 평을 받는 있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항공사에서 한국인 승무원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스튜어디스에 대한 환상은 한꺼풀 벗겨졌지만, 이들의 미래 가치는 그 어느 직업보다도 높아 보인다. 단순 서비스업으로서가 아닌 다양한 방면에서 스튜어디스의 전문성이 보다 돋보이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 경제발전
economic development. 경제 발전이란 한 국가의 총산출이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대돼 실질적인 임금과 소득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경제 발전 여부를 측정했으나, 최근에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