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병사 계급체계 간소화는 옳을까요?](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222208.1.jpg)
○ 찬성 "일제의 잔재…계급 수 줄이면 예산도 절감"
찬성하는 측은 계급 수가 줄어들면 계급에 따른 부작용도 줄고 예산 역시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원대 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4계급 체계는 군 복무 기간이 36개월이던 시절 만들어진 것인데 군 복무 기간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계급 수를 하나만 줄여도 계급별 활용 기간이 지금의 평균 5.2개월에서 7개월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특히 병장급 분대장 확보가 용이해져 지금처럼 상병 일병 등 비숙련 인원이 분대장을 맡을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진급마다 바꿔 달아야 하는 계급장에 소요되는 예산 역시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역시 계급 축소에 찬성한다. 그는 4계급 체계는 일제의 잔재로 군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줄어든 지금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계급과 기수가 높다고 억압하고, 계급과 기수가 높으면서도 기량이 떨어진다고 무시받고 하는 것에서 병영의 불행이 시작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신 대표는 다른 부분에서는 찬반 논란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일본 제국 육군의 병사 계급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쓰고 있는 우리 병사 계급은 일제 청산을 위해서라도 꼭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반대 "병영문화 개선 중요…문제 근본 해결책 안돼"
반대하는 측은 대체로 병영문화 개선을 계급이 아닌 병사들의 자존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논의 중인 2계급안은 지금의 4계급 체제와 근본적인 차이는 없고 다만 아무나 병장이 될 수 없다는 차이만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는 상병들에게 과거에 없던 진급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자칫 병영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병사들에게는 병장이 돼 상급자로서 대접을 받는 게 나름 인센티브였는데 새로운 제도는 오히려 군생활의 인센티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양 위원은 또 국방부가 부사관 계급은 사기진작 차원에서 현재 4단계에서 5단계로 늘리려고 하면서 병사들 계급은 줄여서 사기진작을 한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도 꼬집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계급이라도 입대일을 기준으로 철저한 선후임 관계가 존재하는 게 현실인데 계급을 줄인다고 선후임 문제가 줄어든다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 상병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해 분대장으로 임명하며 병장을 달아주겠다는 생각은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를 실시해 군필이 의무인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 생각하기 "계급 수는 줄여도 경쟁을 통한 승진은 갈등만 키울 수 있어"
![[시사이슈 찬반토론] 병사 계급체계 간소화는 옳을까요?](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235729.1.jpg)
현 4계급 체계는 사실 군 복무 기간이 20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군대 내 폭력 문제 등과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몇 단계 축소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굳이 4단계이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계급 수를 줄이더라도 지금 검토되는 안처럼 상병 중 일부만 경쟁시켜 병장으로 승진시키며 분대장을 달아준다는 식의 방안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군 부대 내 병사들 사기나 선후임 간 관계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고 갈등의 소지를 키울 수도 있어서다.
결국 병사 계급 축소는 하되 지금처럼 누구나 일정한 근무 연한이 되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절충한으로 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 복무 기간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짧아졌고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승진을 경쟁체제로 유지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