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음악 무료듣기'밀크'에 제동거는 것은 옳을까요?
삼성전자의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가 출항과 동시에 위기에 처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밀크의 무료서비스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음저협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자들이 무료로 음악을 듣게 되면 ‘음악=공짜’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음저협은 삼성전자가 소리바다를 통해 음저협과 합의한 음악 저작물 사용계약에 대해 해지 통보를 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소비자가 무료로 음악을 들을 뿐 저작료는 이미 삼성 측이 낸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과금 없는 기본 서비스를 주장하는 삼성전자와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형태로 전환을 고집하는 음저협 간의 밀크 유료화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음악이 무료라는 인식 확산 막기위해 필요"

음저협 측은 밀크가 합법적인 음악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명선 음저협 회장은 “어렵게 만든 합법적인 음악 시장을 대기업이 한번에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며 “음악이 더 이상 ‘미끼 상품’이 되는 것을, ‘5월의 신부’가 아닌 ‘들러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료서비스 중지 요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밀크가 지난 8월 협회와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유료화해 사용하기로 사용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료가 아닌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계약 위배라는 것이다.

음저협은 ‘음악=공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판단이다. 정부와 협회 등이 그동안 펼쳤던 저작권 인식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음악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떳떳하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이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작곡 작사가는 물론 공연인들의 저작권 보호 수준이 그렇지 않아도 높지 않은 현실에서 이처럼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화할 경우 저작권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인디밴드 멤버인 S씨는 “유명가수들은 그래도 낫지만 무명에 속한 수많은 뮤지션은 설사 자신의 곡 몇 개가 뜬다고 해도 이로 인한 저작권 수입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철저한 음악저작권 관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반대 "라디오 청취자에게 저작권료 내라는 꼴"

삼성전자 측은 이미 소리바다를 통해서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밀크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는 정당하게 비용을 지급하도록 돼 있으며 갤럭시 이용자들에게는 다양한 음악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천 기반의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이용자들이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밀크 서비스가 작사 작곡 편곡 등 저작권자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한다. 음악을 듣는 채널이 늘어나면 음악 애청자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음악 소비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밀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라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이에게 돈을 받겠다는 것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밀크는 음악 소비자가 원하는 곡을 직접 선택할 수는 없다. 대신 라디오 채널을 선택하듯이 커다란 음악 범주를 분류해 놓은 채널 중 하나를 선택하면 거기서 임의로 흘러나오는 곡을 수동적으로 들을 뿐이다. 곡의 다운로드는 당연히 불가하다.

삼성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으며 애플 역시 아이튠즈 라디오를 통해 유사한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저작권 관련 단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다.

○ 생각하기 음악시장의 파이를 키울 협력방안 모색을
[시사이슈 찬반토론] 음악 무료듣기'밀크'에 제동거는 것은 옳을까요?

삼성전자는 이용자가 밀크를 통해 음원 서비스를 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즉 이용자 대신 삼성전자가 비용을 지급하는 셈이다. 음저협은 비록 삼성이 음원값을 지급하기는 하지만 이용자에게 무료로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일이 잦아지면 음악이 무료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음식점과 같은 접객업소에서 음악을 틀 때도 손님에게 음악 저작권료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이는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주장이다.

밀크를 통해 서비스되거나 일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그리고 음식점에서 나오는 음악은 모두 저작권 관련 단체와의 계약을 통해 이미 저작료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소리바다나 라디오방송국, 음식점이 아닌 최종적으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에게 돈을 받아야겠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 물론 음악 관련 저작권 보호가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소모적 논란보다는 음저협과 서비스사업자 간 상호협력을 통해 음악시장을 좀 더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결과적으로 저작권도 더 보호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