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마 위 오른 '단통법'…'유통 투명화' 취지라지만 휴대폰 가격만 올리고…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무질서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로 잡는다는 것이 요지다. 보조금 상한제로 무분별한 가격할인을 막아 투명한 유통구조를 회복하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통신사, 제조사, 가입유형, 심지어는 단말기를 사는 시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단말기, 동일한 요금제일 경우 어디서나 가격이 비슷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단통법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그동안 무질서했던 휴대폰 유통구조가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가격구조만 왜곡시키고 소비자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도 많다.
유통구조 투명화…취지는 좋지만
단통법의 취지는 유통구조의 투명화다. 사실 단말기 시장은 가격질서가 어수선한 것이 사실이었다. 경쟁원리가 적용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다양한 구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말기 시장은 특히 유통질서가 혼란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신사·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했고 심지어 구매 시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컸다. ‘단말기를 제값 주고 사는 것은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같은 단말기라도 정보력이 뛰어난 소비자는 거의 공짜에 휴대폰을 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제값 주고 휴대폰을 구입했다. 유통질서의 이런 혼란을 막고 가격을 단일화하자는 것이 단통법의 취지다.
미래창조과학부 의뢰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제정된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제를 규정하고 있다. 상한액은 30만원이고,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유통점이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법에 정한 기준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은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실판매가를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이용자가 기존 휴대폰 사용시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 보조금 지급시 고가요금 및 부가서비스 강제도 금지된다. 이통사의 판매점 관리 감독 책임도 강화된다. 약정 할인을 보조금으로 포장하는 행위 또한 금지된다.
무리한 시장개입…시장경제 왜곡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구조를 투명하게 해 경쟁과열을 막음으로써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단통법이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한마디로 공짜폰이 사라진 것이다. 단통법이 소비자 주권을 침해했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질적으로 당장은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무리한 가격시장 개입이 옳으냐의 논란도 뜨겁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쟁을 유도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단통법은 소비자보다 기업 측 입장을 들어준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는 가격이 높아져 불만이고, 제조사는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라는 압력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뜨거운 논란…보완책 나올까?
단통법은 논란이 뜨겁다. 상한선이 30만원인 보조금은 현재 2년 약정으로 월 7만원 이상 요금을 내는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요금이 낮아지면 이에 비례해 보조금도 낮아진다. 비싼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바꾸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판매가격이 높아진 단말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을 폐지하든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하지만 단통법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중고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유통질서가 나름 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통법을 발의한 조 의원은 “문어발식 유통업자나 휴대폰 매매를 통해 차익을 내는 폰테크족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불리하다”며 이들이 초기 여론을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통법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구입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뜨거운 만큼 이 법안의 보안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10월1일부터 발효된 단통법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가격 좌우하는 수요·공급…자율이 정한 '균형가격'
수요·공급 곡선은 상품의 가격과 수요량·공급량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공급량은 증가한다. 가격이 내리면 반대현상이 생긴다. 가격과 수요·공급량을 각각 수직·수평으로 하는 직각 좌표에 이런 현상을 표시하면 수요 곡선은 우하향하고, 공급 곡선은 우상향한다.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되면 실제가격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교차점에서 결정된다. 이를 균형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거나 내리지 못하게 통제할 경우 그 가격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초과수요 또는 초과공급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암시장이 형성되는 등 자원의 배분 기능이 왜곡된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 최고가격제(가격이 규정된 최고 가격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를 적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아파트 분양)은 줄어들어 오히려 아파트 부족 현상을 초래해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면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들은 생활수준이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숙련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시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초과공급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가격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조절한다. 시장의 개입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많다. 정부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만을 초래하는 이른바 ‘정부의 실패’가 생기기 때문이다. ■ 단통법에 숨은 경제이론…보조금 늘리면 공급이 확대된다? 가격할인은 '시간선호' 때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논란 뒤에는 경제이론이 많이 숨어 있다. 보조금, 가격차별, 인가제, 강제담합, 소비자 후생, 마케팅, 과소비, 낭비, 규제, 가격인하, 차별성 등의 키워드 속에 그런 것들이 들어 있다. 이번 단통법 파문은 너무나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장을 정부와 국회가 규제로 통제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에서 촉발됐다.
보조금 vs 부담금 보조금은 공급량을 늘리는 수단이다. 부담금은 물론 반대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저탄소 차를 더 많이 보급하고 싶으면 자동차 회사에 보조금을 줘 공급량을 늘리게 한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던다는 유인책에 반응해 수요를 자극한다. 공해를 많이 배출할 것 같은 차에 대해선 부담금을 물리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들이 부담금을 규제로 받아들여 생산을 꺼린다.
생산할수록 부담금을 많이 물기 때문에 공급을 줄인다. 공급을 줄이면 공급그래프가 왼쪽 위로 이동하면서 균형가격을 올리게 된다. 가격상승은 경제원론 상 수요 감소를 낳는다.
단통법에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줄어든 보조금 탓, 즉 가격 상승 탓에 수요를 줄인다. 소비자들은 당장 보조금을 많이 받기를 바란다. 이 보조금이 비록 통신요금으로 전가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래의 일이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시간선호’를 하는 것이다. 미래보다 현재가 낫다는 게 시간선호다.
가격차별 vs 마케팅
국회에서 단통법이 발의될 때 나온 논리 중 하나는 동일한 단말기인데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어떤 이는 거의 공짜로 사고, 어떤 이는 제값 다 주고 산다는 그럴듯한 논리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모든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우 할인행사를 자주 한다. 아파트도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폭 할인해 판다. 마트에서 파는 생선도 마감시간이 되면 두 마리를 한 마리 값에 판다. 의류는 많은 할인과 유통을 거치면서 반값에 팔린다. 통신기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초기 상품은 제값에 팔린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직전 재고해소를 위해 통신사와 공동 마케팅을 해 거의 공짜로 판다. 단말기 교체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간 구매 가격 차이도 그래서 발생한다.
과소비 조장 vs 효용
통신시장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논리는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되풀이하는 ‘레토릭’이다. 경제학적으로 과소비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소비 주체의 효용에 따라 과소비일수도, 전혀 아닐 수도 있다. 통신비가 가계 지출비용을 늘린다는 지적도 경제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많이 쓴다는 것은 효용이 있다는 말이다. 효용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것이다. 효용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사실 기본통신비로 단말기를 쓴다.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의 통신비는 과거 전화비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은 단순한 통화 외에 그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긴다. 가격이 보다 싼 음식점을 찾아 덕을 보기도 한다. 숙박기 절감 정보도 찾는다. 통신비라도 과거와 현재는 완전히 다르다. 미래에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것을 즐기고 찾을지도 모른다.
자원낭비론 vs 혁신론
잦은 단말기 교체로 자원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 편으로는 옳고 다른 한 편으로는 문제가 있는 지적이다. 단말기를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 교체하는 경향이 강하다. 분실과 파손도 이유에 속한다. 문제는 단말기 진화를 누가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합의해 특정 연도까지 새로운 단말기를 안 만들기로 합의할 수 있을까. 합의를 해도 그것은 담합이다. 또 소비자 중에서는 새로운 혁신적 제품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과 애플 간 경쟁을 막지 않는 한 소비자 행동을 막기란 불가능하다.
가격 규제 vs 소비자 후생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소비자에게 득이 안 된다. 규제는 일단 가격경쟁을 막는다. 통신은 인프라 경쟁보다 가격경쟁이 큰 시장이다. 가격경쟁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단말기 할인은 오랫동안 시장에서 나타난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마케팅이다. 기업마다 다른 할인정책을 ‘주간단위 공개고정가격제도’란 형식으로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면, 포커 게임에서 패를 다 보여주고 베팅하라는 것과 같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한 가격을 내세워 가격경쟁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무리다. 즉,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편익을 규제당국이 나서서 막아 주어선 안된다.
■ 자연독점 통신시장…서비스 향상시킨 건 민간 사업자들 참여
통신은 원래 자연독점 시장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자연독점 시장이었다는 말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시장체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독점은 투자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등 생산비용 자체가 천문학적일 때 나타난다. 여러 생산자를 참여시키는 것보다 하나의 생산자가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야 운영될 수 있는 분야일 때 성립한다. 이렇게 되면 이 생산자는 자연스럽게 독점자가 된다.
통신 이외에 전기 상하수도 철도가 대개 자연독점 분야로 분류된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부문이다. 이런 곳에 여러 기업이 경쟁한다면 가격안정과 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중 통신은 자연독점에서 떨어져 나왔다. 과거 체신부와 전기통신공사 체제를 깨고 민간기업이 들어 왔다. 통신 시장을 민간 참여로 키워보자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전기통신공사는 KT로 재편됐고, 여기에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이 들어왔다. 수조원이 들어가는 통신망도 민간기업이 깔았다. 이들은 품질경쟁, 가격경쟁을 벌였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최고의 통신속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연독점 상태였다면 세계 1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전기, 상하수도, 철도는 통신처럼 자연독점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형태에서 서비스가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철강과 석유도 과거엔 자연독점 분야였으나 민간참여와 경쟁으로 세계적 브랜드로 올라서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무질서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바로 잡는다는 것이 요지다. 보조금 상한제로 무분별한 가격할인을 막아 투명한 유통구조를 회복하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통신사, 제조사, 가입유형, 심지어는 단말기를 사는 시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단말기, 동일한 요금제일 경우 어디서나 가격이 비슷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단통법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그동안 무질서했던 휴대폰 유통구조가 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오히려 가격구조만 왜곡시키고 소비자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도 많다.
유통구조 투명화…취지는 좋지만
단통법의 취지는 유통구조의 투명화다. 사실 단말기 시장은 가격질서가 어수선한 것이 사실이었다. 경쟁원리가 적용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다양한 구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단말기 시장은 특히 유통질서가 혼란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신사·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했고 심지어 구매 시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컸다. ‘단말기를 제값 주고 사는 것은 바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같은 단말기라도 정보력이 뛰어난 소비자는 거의 공짜에 휴대폰을 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제값 주고 휴대폰을 구입했다. 유통질서의 이런 혼란을 막고 가격을 단일화하자는 것이 단통법의 취지다.
미래창조과학부 의뢰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발의로 제정된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제를 규정하고 있다. 상한액은 30만원이고,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유통점이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법에 정한 기준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은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실판매가를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이용자가 기존 휴대폰 사용시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 보조금 지급시 고가요금 및 부가서비스 강제도 금지된다. 이통사의 판매점 관리 감독 책임도 강화된다. 약정 할인을 보조금으로 포장하는 행위 또한 금지된다.
무리한 시장개입…시장경제 왜곡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구조를 투명하게 해 경쟁과열을 막음으로써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단통법이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한마디로 공짜폰이 사라진 것이다. 단통법이 소비자 주권을 침해했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질적으로 당장은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무리한 가격시장 개입이 옳으냐의 논란도 뜨겁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쟁을 유도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단통법은 소비자보다 기업 측 입장을 들어준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는 가격이 높아져 불만이고, 제조사는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라는 압력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뜨거운 논란…보완책 나올까?
단통법은 논란이 뜨겁다. 상한선이 30만원인 보조금은 현재 2년 약정으로 월 7만원 이상 요금을 내는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요금이 낮아지면 이에 비례해 보조금도 낮아진다. 비싼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바꾸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판매가격이 높아진 단말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통법을 폐지하든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하지만 단통법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중고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유통질서가 나름 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통법을 발의한 조 의원은 “문어발식 유통업자나 휴대폰 매매를 통해 차익을 내는 폰테크족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불리하다”며 이들이 초기 여론을 주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통법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따로 구입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뜨거운 만큼 이 법안의 보안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10월1일부터 발효된 단통법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가격 좌우하는 수요·공급…자율이 정한 '균형가격'
수요·공급 곡선은 상품의 가격과 수요량·공급량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공급량은 증가한다. 가격이 내리면 반대현상이 생긴다. 가격과 수요·공급량을 각각 수직·수평으로 하는 직각 좌표에 이런 현상을 표시하면 수요 곡선은 우하향하고, 공급 곡선은 우상향한다. 가격이 자율적으로 결정되면 실제가격은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교차점에서 결정된다. 이를 균형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거나 내리지 못하게 통제할 경우 그 가격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초과수요 또는 초과공급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암시장이 형성되는 등 자원의 배분 기능이 왜곡된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 최고가격제(가격이 규정된 최고 가격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를 적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아파트 분양)은 줄어들어 오히려 아파트 부족 현상을 초래해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면 일자리를 구한 근로자들은 생활수준이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숙련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시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초과공급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가격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때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조절한다. 시장의 개입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많다. 정부 개입이 오히려 부작용만을 초래하는 이른바 ‘정부의 실패’가 생기기 때문이다. ■ 단통법에 숨은 경제이론…보조금 늘리면 공급이 확대된다? 가격할인은 '시간선호' 때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논란 뒤에는 경제이론이 많이 숨어 있다. 보조금, 가격차별, 인가제, 강제담합, 소비자 후생, 마케팅, 과소비, 낭비, 규제, 가격인하, 차별성 등의 키워드 속에 그런 것들이 들어 있다. 이번 단통법 파문은 너무나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시장을 정부와 국회가 규제로 통제할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에서 촉발됐다.
보조금 vs 부담금 보조금은 공급량을 늘리는 수단이다. 부담금은 물론 반대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저탄소 차를 더 많이 보급하고 싶으면 자동차 회사에 보조금을 줘 공급량을 늘리게 한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던다는 유인책에 반응해 수요를 자극한다. 공해를 많이 배출할 것 같은 차에 대해선 부담금을 물리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들이 부담금을 규제로 받아들여 생산을 꺼린다.
생산할수록 부담금을 많이 물기 때문에 공급을 줄인다. 공급을 줄이면 공급그래프가 왼쪽 위로 이동하면서 균형가격을 올리게 된다. 가격상승은 경제원론 상 수요 감소를 낳는다.
단통법에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줄어든 보조금 탓, 즉 가격 상승 탓에 수요를 줄인다. 소비자들은 당장 보조금을 많이 받기를 바란다. 이 보조금이 비록 통신요금으로 전가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래의 일이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시간선호’를 하는 것이다. 미래보다 현재가 낫다는 게 시간선호다.
가격차별 vs 마케팅
국회에서 단통법이 발의될 때 나온 논리 중 하나는 동일한 단말기인데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어떤 이는 거의 공짜로 사고, 어떤 이는 제값 다 주고 산다는 그럴듯한 논리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모든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우 할인행사를 자주 한다. 아파트도 미분양이 발생하면 대폭 할인해 판다. 마트에서 파는 생선도 마감시간이 되면 두 마리를 한 마리 값에 판다. 의류는 많은 할인과 유통을 거치면서 반값에 팔린다. 통신기기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초기 상품은 제값에 팔린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직전 재고해소를 위해 통신사와 공동 마케팅을 해 거의 공짜로 판다. 단말기 교체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간 구매 가격 차이도 그래서 발생한다.
과소비 조장 vs 효용
통신시장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논리는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되풀이하는 ‘레토릭’이다. 경제학적으로 과소비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소비 주체의 효용에 따라 과소비일수도, 전혀 아닐 수도 있다. 통신비가 가계 지출비용을 늘린다는 지적도 경제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많이 쓴다는 것은 효용이 있다는 말이다. 효용은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것이다. 효용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사실 기본통신비로 단말기를 쓴다.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의 통신비는 과거 전화비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은 단순한 통화 외에 그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긴다. 가격이 보다 싼 음식점을 찾아 덕을 보기도 한다. 숙박기 절감 정보도 찾는다. 통신비라도 과거와 현재는 완전히 다르다. 미래에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것을 즐기고 찾을지도 모른다.
자원낭비론 vs 혁신론
잦은 단말기 교체로 자원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 편으로는 옳고 다른 한 편으로는 문제가 있는 지적이다. 단말기를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 교체하는 경향이 강하다. 분실과 파손도 이유에 속한다. 문제는 단말기 진화를 누가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과 애플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합의해 특정 연도까지 새로운 단말기를 안 만들기로 합의할 수 있을까. 합의를 해도 그것은 담합이다. 또 소비자 중에서는 새로운 혁신적 제품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과 애플 간 경쟁을 막지 않는 한 소비자 행동을 막기란 불가능하다.
가격 규제 vs 소비자 후생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소비자에게 득이 안 된다. 규제는 일단 가격경쟁을 막는다. 통신은 인프라 경쟁보다 가격경쟁이 큰 시장이다. 가격경쟁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단말기 할인은 오랫동안 시장에서 나타난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마케팅이다. 기업마다 다른 할인정책을 ‘주간단위 공개고정가격제도’란 형식으로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면, 포커 게임에서 패를 다 보여주고 베팅하라는 것과 같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한 가격을 내세워 가격경쟁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무리다. 즉,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편익을 규제당국이 나서서 막아 주어선 안된다.
■ 자연독점 통신시장…서비스 향상시킨 건 민간 사업자들 참여
통신은 원래 자연독점 시장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자연독점 시장이었다는 말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시장체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독점은 투자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등 생산비용 자체가 천문학적일 때 나타난다. 여러 생산자를 참여시키는 것보다 하나의 생산자가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야 운영될 수 있는 분야일 때 성립한다. 이렇게 되면 이 생산자는 자연스럽게 독점자가 된다.
통신 이외에 전기 상하수도 철도가 대개 자연독점 분야로 분류된다. 투자비가 많이 드는 부문이다. 이런 곳에 여러 기업이 경쟁한다면 가격안정과 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중 통신은 자연독점에서 떨어져 나왔다. 과거 체신부와 전기통신공사 체제를 깨고 민간기업이 들어 왔다. 통신 시장을 민간 참여로 키워보자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전기통신공사는 KT로 재편됐고, 여기에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이 들어왔다. 수조원이 들어가는 통신망도 민간기업이 깔았다. 이들은 품질경쟁, 가격경쟁을 벌였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최고의 통신속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연독점 상태였다면 세계 1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전기, 상하수도, 철도는 통신처럼 자연독점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형태에서 서비스가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철강과 석유도 과거엔 자연독점 분야였으나 민간참여와 경쟁으로 세계적 브랜드로 올라서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