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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풀무원이 입증해 보인 '중기적합업종' 허점
만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풀무원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매출액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입니다. 이런 큰 기업도 과거엔 보잘것없었습니다. 작은 ‘풀무원 농장’이 모태였습니다. 이 농장은 1984년 풀무원식품이 됐습니다. 무엇을 팔아 대기업이 됐을까요? 콩나물, 두부입니다. 두부는 빨리 쉬는 대표적인 식품이었습니다. 이런 단점 때문에 많이 만들어 팔기가 어려웠죠. 풀무원은 진공포장으로 빨리 쉬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전국 두부시장을 휩쓸었습니다. 두부를 팔아 대기업이 됐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콩나물도 신선포장해 또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 회사에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것 때문이죠. 대기업이 두부시장에 더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라는 것입니다. 두부 콩나물을 팔아 대기업이 됐더니 이제 팔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두부사업에서 철수하거나 팔거나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는 중소기업들만 할 수 있게 하는 정부 개입 정책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적합업종을 처음 지정했습니다. 두부, 막걸리, 세탁비누, 장(醬)류, 김, 김치, 당면, 어묵, 골판지, LED등, 플라스틱병, 남성 정장, 단무지, 부동액, 송배전 변압기, DVR, 자동판매기 운영업, 자동차전문수리업, 음식점업, 중고차 판매업 등 100개가 포함됐어요.

올해는 3년마다 재지정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원래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떡, 막걸리, 세탁비누, 순대 등 14개 품목에 대한 재지정 여부가 결정됐어야 했습니다. 나머지도 일정별로 재지정 대기 중입니다.

문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것이 ‘누구를, 무엇을 보호하느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시장에서 경쟁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싸고 좋은 제품이면 됩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대기업의 진입을 금하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법의 보호 속에 안주하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풀무원이 법 덕분에 큰 것이 아닙니다. 2011년 적합업종 지정 후 중소기업 사이에 경쟁력이 강해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해당 품목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하락했고, 경쟁력 강화 노력도 부진한 상태입니다.

보호는 규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기업을 묶어 놓으니 외국 대기업이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착한 뜻이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죠.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