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만화로 읽는 경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생글생글은 경제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늘 고민해 왔습니다. 만화와 경제의 만남-. 경제가 만화를 만나니 한결 부드럽고 친숙하게 다가옵니다.신문 방송 등에서 다뤄지는 시사경제이슈를 중심으로 경제철학, 경제사, 경제원론의 내용을 윤서인 작가가 재미있게 그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원가 공개 요구는 ‘나만의 비밀’을 강제로 내놓으라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의 모든 공급자들은 본능적으로 원가를 낮춰 경쟁에서 이기려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먼저 문을 닫게 되니까요.
기업가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전국 곳곳, 세계 곳곳을 뒤집니다. 누가 원자재와 노동력을 가장 싼 값에 팔려고 하는지 찾아내기 위해서죠. 물론 품질도 따져야겠지요. 이런 경쟁 덕분에 같은 업종에서도 가격이 싼 곳과 비싼 곳이 생겨납니다.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곳을 선택해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원가는 기업 비밀에 속합니다. 개별 업주와 기업의 지식재산권인 셈이죠. 노력의 결과물인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게으른 사람에게 주라는 것과 같습니다. 원가 공개가 시작되면 아무도 더 싸고 더 좋은 원자재를 확보하지 않을 겁니다.
또 원가 공개 요구는 이윤과 가격을 죄악시하는 편견과 오해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커피 원두 가격이 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잔에 5000원이나 받아 먹다니”라는 게 그런 종류죠.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에만 반응하지 않습니다. 기호식품인 커피의 경우 가격 외에 브랜드 이미지(삼성, 나이키, 벤츠), 인테리어 분위기, 편의시설 등에 더 높은 가치를 둡니다. 어떤 카페에 간다는 것은 커피만 마시러 가는 게 아닙니다. 몇 시간씩 책을 읽고, 랩톱 컴퓨터를 두드리고, 친구와 얘기할 수 있다는 조건에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합니다. 가격에 원두 원가만 있는 게 아닌 이유입니다.
도심에 있는 유명 브랜드의 커피 가격은 특히 비쌉니다. 임대료, 인건비가 높은 이유도 있을 겁니다. 반면 골목이나 큰 건물 안의 싼 커피도 있죠. 선택지가 많으면 족한 것이지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가면 됩니다. 아무도 비싼 곳에 가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안 가면 틀림없이 가격이 내려갈 겁니다.
이윤은 소비자가 주는 것입니다. 소비자 선택이 많을수록 이윤은 늘어납니다만, 반대라면 원가에 상관없이 손실을 보게 됩니다. 만일 국회가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을 만든다면 큰 일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원가를 세계 시장에 다 공개하는 셈이 되니까요. 그런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을까요. 서로 다른 원가를 어떻게 인정해줘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그것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이윤을 붙여줘야 적정할까요. 이런 작업이 불가능하니 시장에 맡겨 놓자는 것입니다.
고기완 <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