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실리콘밸리서 아시아로…인터넷 권력, 대이동이 시작됐다
인터넷 힘의 균형이 아시아로 기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인터넷 세상을 지배했던 실리콘밸리 대신 아시아의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알리바바다. 상장을 눈앞에 둔 알리바바의 예상 시가총액은 1650억달러(약 170조원)다. 아마존(1496억달러)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3위에 오른다. 알리바바의 거래가 시작되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기업 10개 중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JD닷컴 등 4개가 아시아 기업이 된다. 10년 사이에 2배가 늘어났다.

초창기 페이스북에 투자한 짐 브레이어 액셀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 안에 최고의 인터넷 기업은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이래 브레이어와 중국 파트너들은 20억달러 이상을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기업들

아시아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넘어 내실 있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의 인터넷 기업 중 올해 상장한 곳은 26개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44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총 조달금액은 250억달러까지 늘어난다. 올해 21개 기업이 상장한 미국(32억달러)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시장은 아시아 회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라고 전했다.

모바일 메시징서비스인 위챗을 개발한 텐센트의 이익률은 지난 2분기 32%에 달했다. 페이스북(27%), 구글(21%)보다도 높다.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게임 판매를 위한 플랫폼으로도 활용해 매출을 크게 늘렸다. 텐센트는 한발 더 나아가 항공권 및 금융상품 구매와 부동산 서비스 등 게임 외의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위챗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 스낵, 음료 자판기 1만개도 설치했다.

라인은 지난해 모바일게임과 이모티콘, 광고 등으로 3억2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와츠앱의 16배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기업들은 아시아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가장 큰 인수합병 10건 중 7건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아시아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인수 금액은 110억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최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라쿠텐은 지난주 미국의 온라인 쿠폰 웹사이트인 이베이츠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 라쿠텐은 앞으로 해외 매출 규모를 현재의 10%에서 5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라쿠텐은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해 2012년부터 모든 사내 회의와 문서, 메모 작성을 영어로만 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인은 다른 경쟁자가 일본으로 들어오기 전에 해외진출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라인은 뉴욕이나 도쿄에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시아 인터넷 기업들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윈은 상장 후 미국과 유럽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스스로 시험했다”며 “앞으로는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검색 포털인 바이두는 지난 7월 브라질에서 검색엔진을 선보인 데 이어 이집트와 태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실리콘밸리로도 진출했다.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앤드루 잉을 책임자로 영입했다. 잉은 구글의 연구센터 출신이다. 바이두는 지난 8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태지역 연구개발 부문 부사장을 맡았던 장야친을 바이두 신사업 부문 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장야친은 MS 아·태지역 연구개발 사업을 키운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벤처캐피털기업인 체루빅 벤처스의 매트 쳉 CEO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엔 미국 기업을 따라하려는 곳이 많았지만 이젠 달라졌다”며 “젊은 기업가들은 실리콘밸리와 비교되는 것을 못마땅해할 정도”라고 말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