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경제이야기
‘만화로 읽는 경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생글생글은 경제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늘 고민해 왔습니다. 만화와 경제의 만남-. 경제가 만화를 만나니 한결 부드럽고 친숙하게 다가옵니다.신문 방송 등에서 다뤄지는 시사경제이슈를 중심으로 경제철학, 경제사, 경제원론의 내용을 윤서인 작가가 재미있게 그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사농공상은 아주 오랫동안 동서양을 지배해온 계층서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릅니다. 공무원이나 고위 관료, 법을 다루는 사람은 높고,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무역을 하거나, 대금업을 하는 사람은 낮다는 생각 말입니다.
이런 사고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그리스 아테네 시대로 가 볼까요. 우리가 매우 잘 아는 철학자 아리스토렐레스도 사농공상의 순서를 매우 신봉한 듯합니다. 그는 이익을 남기고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이자를 받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는 늘 ‘이용을 위한 생산’을 강조했습니다. ‘이익을 위한 생산'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이용을 위한 생산’이라는 말은 이익을 남기지 않고 오로지 모든 사람들이 투입된 비용과 같은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득을 남기는 상공업자들은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인슈타인도 같은 주장을 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어요. 사람들은 적정이익을 남겨야 그 이익으로 재투자하고, 혁신합니다. 그 결과 이전보다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싼 제품을 만들어내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도록 하는 것이죠. 그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고용이 늘고 소득도 높아진다는 이치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익을 죄악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공업관은 1000년 이상 유럽의 정신세계를 지배했고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멸시했습니다. 유럽에서도 그랬다니 참 재미있습니다.
계몽주의가 시작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이런 생각은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과 자유가 나타나고, 사적소유권이 확보되면서 상공이 문명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날씨와 토지에만 의존하던 농업보다 물건을 만들고, 교환하고, 무역하면서 잘살게 됐습니다.
조선은 사농공상의 횡포가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주자학과 선비가 지배했던 조선에서 지배층은 유학자였습니다. 박지원, 박제가 등 실학파들이 상공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런 사이 일본은 상업과 공업을 중시하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오늘날 선진국이 됐습니다. 문약했던 조선은 경제를 경시하는 인식체계 때문에 망했습니다.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士)보다 혁신과 제조, 일자리를 잘 만들어내는 상(商)과 공(工)이 융성해야 나라가 잘삽니다.
고기완 <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