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격에 비해 80%(약 2000원)가량, 큰 폭의 상승이다. 문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의 헬스플랜 2020에 의하면 2020년까지 흡연율을 최소 29%까지 낮추도록 돼 있다"며 담뱃값 인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국내 담뱃값은 2004년 500원 인상을 마지막으로 10년간 그대로 유지돼왔다.
복지부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답뱃값이 4500원 수준으로 인상돼야 현재 흡연율(남성 44%)이 30%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올리자 성인 남성 흡연율이 1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흡연자들과 납세자연맹 등의 반대도 거세다. 흡연자만 봉으로 삼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담뱃값과 흡연율 사이의 상관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도 편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한꺼번에 많이 올려야 금연에 미치는 효과 커"
문 장관은 “우리나라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국제 평균 가격은 7000원 정도”라며 “장기적으론 7000원까지 올려야 하고 금연효과를 거두려면 이번에 최소한 그 정도(4500원)는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혁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세수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정부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격 인상 금연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담배가격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세수가 증가해 조성되는 금액은 반드시 흡연 예방 및 금연치료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번에 80%나 올리는 게 너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많이 올려야 금연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61.7%)이 반대(29.4%)보다 훨씬 많았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35명(흡연자 182명 비흡연자 853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담뱃값을 인상한다면 그 수준은 ‘3000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누리꾼 중 찬성하는 쪽은 “담뱃값 인상 적극 찬성한다.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도 너무 심각하다” “담뱃값 인상하면 청소년 흡연율도 줄어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도 줄고 세수도 확보되고 1석2조”라며 “그동안 너무 싸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현실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 반대 "가격 올리기보다 금연 치료에 더 신경써야"
납세자연맹은 성명을 내고 “담뱃값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결국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 흡연자들이 오른 세금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며 담뱃값 인상은 소득역진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정부가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도 더 걷은 세금으로 금연사업을 더 벌이겠다고 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만 금연사업에 사용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정말 흡연율을 낮추고 싶다면 가격 정책보다 비가격 정책으로 금연억제 교육이나 치료제도를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현재 인터넷상에 댓글을 보면 국민이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을 믿지 않으며 차라리 담배를 만들지도, 팔지도 말라고 성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뱃값과 흡연율 간에는 큰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담배 한 갑에 1만원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일랜드의 흡연율은 31%로 세계 6위라고 한다. 또 노르웨이의 담뱃값은 미국보다 평균 2배 이상 비싸지만 흡연율은 미국보다 오히려 3.1%포인트 높다는 것이다. 누리꾼 중 반대하는 쪽은 “주머니 사정도 안 좋은데 담뱃값까지 인상하면 어떻게 살라고” “피울 사람은 값이 올라도 피우는데 과연 인상이 정답일까” 등의 반응이 있었다.
○ 생각하기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있으며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인은 그렇다치더라도 청소년 흡연율은 담뱃값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용돈이 제한된 만큼 담뱃값 인상이 직접적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거의 평생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는 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 담뱃값 인상이 서민의 지갑을 더욱 얇게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흡연과 서민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흔히들 서민은 담배 이외에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다고 하는데 돈이 많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아니며 담배를 피운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기분이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니코틴 부족에서 잠시나마 해방된 데서 오는 쾌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흡연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대부분은 실제로는 일상생활보다는 흡연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애기다.
얼마 전 한 아파트에서 누군가 던진 담배꽁초에 어린아기가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은 이웃에게 간접흡연이라는 피해를 주는데 이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도 생기게 만든다. 전면적 금연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담뱃값 인상으로라도 흡연율을 낮출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복지부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답뱃값이 4500원 수준으로 인상돼야 현재 흡연율(남성 44%)이 30%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올리자 성인 남성 흡연율이 1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흡연자들과 납세자연맹 등의 반대도 거세다. 흡연자만 봉으로 삼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담뱃값과 흡연율 사이의 상관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도 편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한꺼번에 많이 올려야 금연에 미치는 효과 커"
문 장관은 “우리나라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국제 평균 가격은 7000원 정도”라며 “장기적으론 7000원까지 올려야 하고 금연효과를 거두려면 이번에 최소한 그 정도(4500원)는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혁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세수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정부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격 인상 금연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담배가격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세수가 증가해 조성되는 금액은 반드시 흡연 예방 및 금연치료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번에 80%나 올리는 게 너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꺼번에 많이 올려야 금연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61.7%)이 반대(29.4%)보다 훨씬 많았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35명(흡연자 182명 비흡연자 853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담뱃값을 인상한다면 그 수준은 ‘3000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누리꾼 중 찬성하는 쪽은 “담뱃값 인상 적극 찬성한다.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도 너무 심각하다” “담뱃값 인상하면 청소년 흡연율도 줄어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담뱃값이 오르면 흡연도 줄고 세수도 확보되고 1석2조”라며 “그동안 너무 싸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현실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 반대 "가격 올리기보다 금연 치료에 더 신경써야"
납세자연맹은 성명을 내고 “담뱃값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결국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 흡연자들이 오른 세금의 대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며 담뱃값 인상은 소득역진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정부가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도 더 걷은 세금으로 금연사업을 더 벌이겠다고 했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1%만 금연사업에 사용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정말 흡연율을 낮추고 싶다면 가격 정책보다 비가격 정책으로 금연억제 교육이나 치료제도를 더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구멍 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현재 인터넷상에 댓글을 보면 국민이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을 믿지 않으며 차라리 담배를 만들지도, 팔지도 말라고 성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뱃값과 흡연율 간에는 큰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에 따르면 담배 한 갑에 1만원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일랜드의 흡연율은 31%로 세계 6위라고 한다. 또 노르웨이의 담뱃값은 미국보다 평균 2배 이상 비싸지만 흡연율은 미국보다 오히려 3.1%포인트 높다는 것이다. 누리꾼 중 반대하는 쪽은 “주머니 사정도 안 좋은데 담뱃값까지 인상하면 어떻게 살라고” “피울 사람은 값이 올라도 피우는데 과연 인상이 정답일까” 등의 반응이 있었다.
○ 생각하기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있으며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인은 그렇다치더라도 청소년 흡연율은 담뱃값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용돈이 제한된 만큼 담뱃값 인상이 직접적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흡연은 거의 평생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는 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일부에서 담뱃값 인상이 서민의 지갑을 더욱 얇게 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흡연과 서민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흔히들 서민은 담배 이외에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다고 하는데 돈이 많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아니며 담배를 피운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기분이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니코틴 부족에서 잠시나마 해방된 데서 오는 쾌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흡연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대부분은 실제로는 일상생활보다는 흡연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애기다.
얼마 전 한 아파트에서 누군가 던진 담배꽁초에 어린아기가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은 이웃에게 간접흡연이라는 피해를 주는데 이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도 생기게 만든다. 전면적 금연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담뱃값 인상으로라도 흡연율을 낮출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