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서 각종 가혹행위와 이로 인한 자살 등의 사고가 잇따르자 병영 폭력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병사들이 수시로 가족이나 친구 등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있으면 가혹행위가 외부에 노출되기도 쉽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군이라는 특수한 집단에 근무하는 동안 외부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많다. 군 기강해이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반론인 것이다. 병영에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가족과 수시 연락으로 가혹행위 줄일 수 있어"
군내 휴대폰 소지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금은 물러난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다. 그는 윤모 일방 사망 사건 후 휴대전화가 있으면 가족과 상시로 연락을 주고받음으로써 폐쇄된 병영 내 가혹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학교에서 휴대전화 허용으로 학교폭력이 줄었듯이 외부와 통신이 되면 누구도 함부로 때리지 못한다”며 휴대전화 소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구타가 있는 군대는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고 군 기강이 곧 전투력”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다만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방법 보안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도 보였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럭스 편집장은 “휴대전화 사용시 보안이 문제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군내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면 북한군이 우리 대화를 엿듣기라도 할까, GPS로 병사들의 기동을 파악하기로도 할까 걱정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괴담에 불과하다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일과 후 시간 등으로 사용 시간을 조정하면 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기본 욕구도 해소할 수 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병사에게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 반대 "군사정보 유출…단결·전투력 약화될 수 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지인들과 문자나 카톡 등을 주고받으면서 군 진지가 어디 있는지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점 등 군사정보 유출이 걱정”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휴대전화 반입을 무작정 허용할 경우 우리 안보 상황이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북한에 중계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입을 허용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으로 한정하되 일과 시간 중에는 부대에 맡기고 일과 후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가진 후 사고가 줄었다고 하지만 왕따는 여전하다”며 군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휴대전화가 주어지면 휴식시간에는 대부분 전화에만 매달릴 텐데 그렇다 보면 전우애가 생기기도 어렵고 개인주의가 팽배로 단결력이 저해돼 결국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견해도 보였다.
최승원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군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는 사실 학교 등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유사행위들의 연장선상”이라며 “휴대전화 허용이 인권적 부분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나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부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예상을 깨고 반대하는 병사들이 많았던 것도 바로 유사한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 생각하기 가혹행위 예방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휴대전화는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특히 SNS 등은 사람들과 소통을 넓히는 듯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소통을 막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한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위해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가족 간 대화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가 자신의 휴대전화만 들여다 보는 광경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병영도 마찬가지다. 일과 후는 물론 일과 중간중간 휴식시간만 되면 각자 흩어져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을 병사들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군대는 특수한 목적의 집단이다. 어느 집단보다도 통일성과 분명한 명령지휘 계통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소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휴대전화가 비상상황이나 응급상황에서 군내부의 일을 외부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에 비해 평소 휴대전화 소지가 가져올 군기에 미 칠 부작용을 무시하기는 곤란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 소지의 득실을 따지기 전에 과연 휴대전화를 허용하면 부대 내 가혹행위가 줄어들 것이냐다. 학교 폭력에서 알 수 있듯이 휴대전화 소지 여부와 부대 내 가혹행위 여부와는 직접적 연관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가혹행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 찬성 "가족과 수시 연락으로 가혹행위 줄일 수 있어"
군내 휴대폰 소지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금은 물러난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다. 그는 윤모 일방 사망 사건 후 휴대전화가 있으면 가족과 상시로 연락을 주고받음으로써 폐쇄된 병영 내 가혹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학교에서 휴대전화 허용으로 학교폭력이 줄었듯이 외부와 통신이 되면 누구도 함부로 때리지 못한다”며 휴대전화 소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구타가 있는 군대는 전투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고 군 기강이 곧 전투력”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다만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방법 보안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도 보였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럭스 편집장은 “휴대전화 사용시 보안이 문제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군내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면 북한군이 우리 대화를 엿듣기라도 할까, GPS로 병사들의 기동을 파악하기로도 할까 걱정들 하지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괴담에 불과하다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일과 후 시간 등으로 사용 시간을 조정하면 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기본 욕구도 해소할 수 있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병사에게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 반대 "군사정보 유출…단결·전투력 약화될 수 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지인들과 문자나 카톡 등을 주고받으면서 군 진지가 어디 있는지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점 등 군사정보 유출이 걱정”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휴대전화 반입을 무작정 허용할 경우 우리 안보 상황이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북한에 중계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입을 허용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으로 한정하되 일과 시간 중에는 부대에 맡기고 일과 후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가진 후 사고가 줄었다고 하지만 왕따는 여전하다”며 군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휴대전화가 주어지면 휴식시간에는 대부분 전화에만 매달릴 텐데 그렇다 보면 전우애가 생기기도 어렵고 개인주의가 팽배로 단결력이 저해돼 결국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견해도 보였다.
최승원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군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는 사실 학교 등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유사행위들의 연장선상”이라며 “휴대전화 허용이 인권적 부분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나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부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예상을 깨고 반대하는 병사들이 많았던 것도 바로 유사한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 생각하기 가혹행위 예방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휴대전화는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특히 SNS 등은 사람들과 소통을 넓히는 듯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소통을 막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한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위해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가족 간 대화는 온데간데 없고 모두가 자신의 휴대전화만 들여다 보는 광경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병영도 마찬가지다. 일과 후는 물론 일과 중간중간 휴식시간만 되면 각자 흩어져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을 병사들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군대는 특수한 목적의 집단이다. 어느 집단보다도 통일성과 분명한 명령지휘 계통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소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휴대전화가 비상상황이나 응급상황에서 군내부의 일을 외부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기능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에 비해 평소 휴대전화 소지가 가져올 군기에 미 칠 부작용을 무시하기는 곤란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 소지의 득실을 따지기 전에 과연 휴대전화를 허용하면 부대 내 가혹행위가 줄어들 것이냐다. 학교 폭력에서 알 수 있듯이 휴대전화 소지 여부와 부대 내 가혹행위 여부와는 직접적 연관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가혹행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