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성장 급제동 걸린 글로벌 경제…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나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올 2분기 제로 성장 발표 후 장기 디플레이션에(물가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복 조짐을 보이던 중국 경제도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감속 모드’에 들어갔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선진국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가격은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유로존, 장기 침체 우려

유로존의 올 7월 물가상승률은 4년반 만에 가장 낮은 0.4%로 집계됐다. 낮은 물가 오름세 속에 성장은 정체되는 전형적인 경기침체 진입기의 모습이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제재의 후폭풍까지 나타나 유로존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로존의 국채 수익률이 역사적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를 밑돌기도 했다.

데이비드 오언 제프리스 유럽담당 수석 연구원은 “유로존 3분의 1이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유로존이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식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유럽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 빠져 나간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로 몰리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인 연 2.3%대로 떨어졌다.

일본도 어두운 전망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1.7%, 연율 -6.8%)은 동일본 지진이 있었던 2011년 2분(-1.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1997년 소비세 인상 때(-0.9%)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개인소비, 주택투자, 기업 설비투자 등이 줄줄이 급감했다. 재고가 증가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이 줄었지만 3분기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 여파가 점차 약화되고 있고 각종 정책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완만한 경기회복이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3분기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회복 속도에 대해선 편차가 크다. 3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4.1%(전기 대비 연율)다. JP모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은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고용 개선도 정점을 찍어 민간소비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며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와 야스노리 이토쓰경제연구소장도 “엔저로 수출물량이 늘고 무역흑자가 커지는 ‘J커브 효과’는 환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3분기 일본 정부의 공공투자와 기업 설비투자가 회복된다 해도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하면 일본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둔화에 ‘발목’

회복 조짐을 보이던 중국 경제도 다시 주춤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부동산 경기 둔화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중국 주요 70개 도시 중 7월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상승한 도시는 샤먼과 다리 두 곳뿐이라고 발표했다. 보합세를 보인 4곳을 제외한 나머지 64개 도시는 모두 전달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전월 대비 신규 주택가격이 상승한 도시 수는 4월까지만 해도 44개였지만 5월에 15개로 급감하더니 6월에는 8개로 떨어졌다.

그동안 상승세를 유지하던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도 7월 들어서는 전월 대비 1.0% 떨어졌다.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상하이(1.2%), 광저우(1.3%) 등은 하락폭이 더 컸다.

1분기 7.4%(전년 동기 대비)였던 중국의 GDP 증가율이 2분기에 7.5%로 올라서면서 실물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많았다.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수출이 동시에 호조를 보인 것도 경기에 대한 낙관론 확산에 일조했다. 하지만 7월 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소매판매 등 핵심 실물 지표들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직전월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이 실물경기에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경제 지표에 부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자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5대 취약 국가로 불리는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옵션가격이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말과 연초의 신흥국 통화 급락세는 중국의 성장 둔화 탓이 컸다. 이번에는 유로존과 일본 등의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카다 하지메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세계 경제 상황과 일본의 지난 장기 불황을 비교하면서 “전 세계의 일본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