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6일부터 광역버스(수도권 직행 좌석버스) 입석 금지를 실시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경각심이 높아지자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차로를 운행하는 수도권 직행버스의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금지시켰다.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출근하는 인구는 그대로인 채 버스 입석만 금지시키면서 첫날부터 차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일부 승객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버스가 출발하는 종점으로 이동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정부는 증차를 통해 출근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대다수 노선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석을 허용하자니 안전이 문제고, 금지하자니 출근 대란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대형 사고 우려…안전무시 관행 더 이상 안돼"
찬성하는 사람은 대부분 안전을 내세운다. 한 누리꾼은 “세월호 침몰도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처럼 입석 운행을 하는 것도 안전 불감증에 빠진 관행이었을 뿐, 이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입석 운행을 하자는 사람들은 사고가 나면 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러나”라고 반문했고 “세월호 사고를 보며 선원들과 회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입석을 허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견해도 있었다.
대부분 광역버스는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는데 이렇게 달리는 버스에서 서 있다가 사고가 나면 상해 확률이 19배에 이른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입석 금지는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가 입석으로 손님을 태우는 것은 처음부터 불법인데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찬성하는 측은 출퇴근 불편이 있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더 이상 안전을 무시한 관행을 되풀이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석을 금지할 경우 대책에 대해서는 버스 좌석 설계를 변경해 좌석 간 간격이나 좌석의 폭이 다소 좁아지더라도 버스 내 좌석 수를 최대한 늘리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런 방법에다 증차로 배차 간격을 줄이면 현재와 같은 혼란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당장 출근길에 발 동동 구를 시민 어떡할건가"
반대하는 사람들도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안전만 따지다 보면 현실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분야에서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버스 대수를 거의 무한대로 늘리면 입석 승객이 자연히 없어지겠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고 반문한다. 특히 현재에도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는 광역 직행버스가 좌석이 빈 채로 운행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무조건 증차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종점과 가깝지 않은 중간지대 사람들은 출근시간대 좌석을 꽉 채운 버스들이 계속 지나가 버릴 텐데 도대체 어떻게 출근하란 말인가라는 반문도 많다.
누리꾼 중에는 “안전도 좋지만 당장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 발이 묶이는 건 어쩌냐”, “입석을 금지하려면 버스를 증편하든 사전에 충분히 공지를 했어야지 갑자기 이게 뭐냐”, “버스를 타고 출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발상이다”, “출근 시간에만 몰리는 승객을 위해 버스를 늘리기도 힘들 텐데 입석 운행은 사실상 어쩔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있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 인천에서 서울 남대문으로 출근하는 A씨(41)는 “지금은 대학생들이 방학이다 보니 출근 대란이 피부에 덜 와 닿는 것 같지만 개강하는 다음달 지옥길 같은 출근길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교통 체증을 우려했다.
○ 생각하기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가량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입석 해소 여부, 이용객 불편 사항 등을 평가한 뒤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는 노선 조정, 증차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버스 증차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우려에는 각 지자체가 운송사업자와 협의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로 정부는 출퇴근길 혼선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방면 158대를 포함해 수도권을 오가는 노선에 직행버스 188대를 새로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수도권 직행광역버스(M 버스)의 입석 운행에 따른 불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2층 버스 20여대를 시범 운영한다는 내용도 최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나름 수긍할 만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런 대책이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데 그 전까지 시민들이 출퇴근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임시 운행버스를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2층버스나 버스 좌석 확대 조치 등 을 가급적 앞당겨 출퇴근 시민들의 부담을 하루 속히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런저런 다른 이유 때문에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안전이 외면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수도권으로 출근하는 인구는 그대로인 채 버스 입석만 금지시키면서 첫날부터 차를 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일부 승객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버스가 출발하는 종점으로 이동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정부는 증차를 통해 출근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대다수 노선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석을 허용하자니 안전이 문제고, 금지하자니 출근 대란이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대형 사고 우려…안전무시 관행 더 이상 안돼"
찬성하는 사람은 대부분 안전을 내세운다. 한 누리꾼은 “세월호 침몰도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처럼 입석 운행을 하는 것도 안전 불감증에 빠진 관행이었을 뿐, 이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입석 운행을 하자는 사람들은 사고가 나면 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러나”라고 반문했고 “세월호 사고를 보며 선원들과 회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입석을 허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견해도 있었다.
대부분 광역버스는 시속 100㎞ 안팎으로 달리는데 이렇게 달리는 버스에서 서 있다가 사고가 나면 상해 확률이 19배에 이른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입석 금지는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속도로를 포함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가 입석으로 손님을 태우는 것은 처음부터 불법인데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찬성하는 측은 출퇴근 불편이 있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세월호 사고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더 이상 안전을 무시한 관행을 되풀이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일만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석을 금지할 경우 대책에 대해서는 버스 좌석 설계를 변경해 좌석 간 간격이나 좌석의 폭이 다소 좁아지더라도 버스 내 좌석 수를 최대한 늘리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런 방법에다 증차로 배차 간격을 줄이면 현재와 같은 혼란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당장 출근길에 발 동동 구를 시민 어떡할건가"
반대하는 사람들도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안전만 따지다 보면 현실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분야에서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버스 대수를 거의 무한대로 늘리면 입석 승객이 자연히 없어지겠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고 반문한다. 특히 현재에도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는 광역 직행버스가 좌석이 빈 채로 운행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무조건 증차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종점과 가깝지 않은 중간지대 사람들은 출근시간대 좌석을 꽉 채운 버스들이 계속 지나가 버릴 텐데 도대체 어떻게 출근하란 말인가라는 반문도 많다.
누리꾼 중에는 “안전도 좋지만 당장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 발이 묶이는 건 어쩌냐”, “입석을 금지하려면 버스를 증편하든 사전에 충분히 공지를 했어야지 갑자기 이게 뭐냐”, “버스를 타고 출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의 발상이다”, “출근 시간에만 몰리는 승객을 위해 버스를 늘리기도 힘들 텐데 입석 운행은 사실상 어쩔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있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 첫날 인천에서 서울 남대문으로 출근하는 A씨(41)는 “지금은 대학생들이 방학이다 보니 출근 대란이 피부에 덜 와 닿는 것 같지만 개강하는 다음달 지옥길 같은 출근길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교통 체증을 우려했다.
○ 생각하기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가량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입석 해소 여부, 이용객 불편 사항 등을 평가한 뒤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에는 노선 조정, 증차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버스 증차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우려에는 각 지자체가 운송사업자와 협의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로 정부는 출퇴근길 혼선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방면 158대를 포함해 수도권을 오가는 노선에 직행버스 188대를 새로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수도권 직행광역버스(M 버스)의 입석 운행에 따른 불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2층 버스 20여대를 시범 운영한다는 내용도 최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나름 수긍할 만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런 대책이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데 그 전까지 시민들이 출퇴근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임시 운행버스를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2층버스나 버스 좌석 확대 조치 등 을 가급적 앞당겨 출퇴근 시민들의 부담을 하루 속히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이런저런 다른 이유 때문에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안전이 외면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