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국적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에어아시아는 세계 88개 도시에 150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 1위 저가항공사다. 승객에겐 값싼 티켓으로 유명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가격 파괴자로 경계 대상일 수밖에 없다.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작년 7월 “에어아시아 코리아를 만드는 것은 나의 꿈”이라며 한국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단순한 한국 취항을 넘어 한국에 법인을 설립, 동북아 지역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올 1월 자본금 600억원 규모의 한국 법인 설립 계획도 밝혔다.
에어아시아 진출에 국내 항공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진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들은 반길지 모르지만 동종업계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에어아시아의 국내 직접 진출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소비자들 항공편 선택의 폭 넓혀 바람직”
요즘엔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에서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가격으로 외국여행을 갈 수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저가항공의 대명사와 같은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시장도 이제 국적기뿐 아니라 외국 항공사도 들어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가격도 더 싸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배낭여행을 즐기는 직장인 J씨는 “저가항공이 해외여행 수요를 크게 늘린 게 사실”이라며 “가격만 싸다면 어느 나라 항공사든 관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항공사들이 자국 시장 보호에만 급급할 뿐 자체 경쟁력 강화에 소홀하다는 측면에서 에어아시아의 한국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저가항공사의 한국 진출로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적 항공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에어아시아 진출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명시된 역진방지 조항(한번 개방 또는 자유화한 부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항공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 반대 “걸음마 단계 국내 저비용 항공사 타격”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저가항공시장이 에어아시아의 진출로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이들은 현재 항공법상 50% 미만인 외국인 지분 상한을 더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미국의 경우 의결권 주식의 25% 미만, 일본은 3분의 1 미만에 한해 외국인 지분을 허용하고 중국 역시 최대 지분 한도를 25%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례도 인용한다.
심지어 미국은 2006년 영국계 기업인 버진애틀랜틱항공이 미국 국내선 운항을 위해 최대 허용지분인 25%를 출자해 버진아메리카를 설립하자 영국의 모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7개월 동안 허가를 내주지 않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도 조심스럽게 불허 입장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가 단순히 국내에 취항하는 것과 국내에 법인을 세워 또 다른 국적 항공사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항공노선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따오는데 이렇게 국가의 노력으로 취득해온 노선을 외국계 항공사에 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견해도 있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항공서비스는 일종의 기간산업으로 봐야 하며 무한경쟁이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꼭 항공뿐 아니라 에너지 화학 철강 등과 같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도 국익과의 관련성 때문에 특수한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항공산업은 특허 사항이다. 특정 업체가 사업 신청을 할 경우 정부가 여러 가지 정황과 사정을 감안해 허용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는 단순한 허가와도 다르다.
허용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재량이 허가보다도 훨씬 넓은 행정행위다. 따라서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해당 업체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익도 거의 없다. 정부의 결정 자체가 거의 파이널(final)이 된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저가항공에 대해서는 허용 여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아직 없어 뭐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에어아시아의 경우 아직 정부에 직접 한국법인 설립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여셔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정해진 바가 없다. 승객의 편익과 항공산업의 특수성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저가항공에 대한 국내 영업 허용 기준 등을 정부가 만들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에어아시아 진출에 국내 항공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진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들은 반길지 모르지만 동종업계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에어아시아의 국내 직접 진출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소비자들 항공편 선택의 폭 넓혀 바람직”
요즘엔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에서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가격으로 외국여행을 갈 수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저가항공의 대명사와 같은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항공시장도 이제 국적기뿐 아니라 외국 항공사도 들어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 가격도 더 싸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배낭여행을 즐기는 직장인 J씨는 “저가항공이 해외여행 수요를 크게 늘린 게 사실”이라며 “가격만 싸다면 어느 나라 항공사든 관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항공사들이 자국 시장 보호에만 급급할 뿐 자체 경쟁력 강화에 소홀하다는 측면에서 에어아시아의 한국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저가항공사의 한국 진출로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적 항공사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에어아시아 진출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명시된 역진방지 조항(한번 개방 또는 자유화한 부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항공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 반대 “걸음마 단계 국내 저비용 항공사 타격”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저가항공시장이 에어아시아의 진출로 초토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이들은 현재 항공법상 50% 미만인 외국인 지분 상한을 더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한다. 미국의 경우 의결권 주식의 25% 미만, 일본은 3분의 1 미만에 한해 외국인 지분을 허용하고 중국 역시 최대 지분 한도를 25%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례도 인용한다.
심지어 미국은 2006년 영국계 기업인 버진애틀랜틱항공이 미국 국내선 운항을 위해 최대 허용지분인 25%를 출자해 버진아메리카를 설립하자 영국의 모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7개월 동안 허가를 내주지 않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도 조심스럽게 불허 입장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가 단순히 국내에 취항하는 것과 국내에 법인을 세워 또 다른 국적 항공사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항공노선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따오는데 이렇게 국가의 노력으로 취득해온 노선을 외국계 항공사에 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 견해도 있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항공서비스는 일종의 기간산업으로 봐야 하며 무한경쟁이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꼭 항공뿐 아니라 에너지 화학 철강 등과 같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도 국익과의 관련성 때문에 특수한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항공산업은 특허 사항이다. 특정 업체가 사업 신청을 할 경우 정부가 여러 가지 정황과 사정을 감안해 허용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는 단순한 허가와도 다르다.
허용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재량이 허가보다도 훨씬 넓은 행정행위다. 따라서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해당 업체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익도 거의 없다. 정부의 결정 자체가 거의 파이널(final)이 된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저가항공에 대해서는 허용 여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아직 없어 뭐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에어아시아의 경우 아직 정부에 직접 한국법인 설립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여셔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에어아시아의 국내 진출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정해진 바가 없다. 승객의 편익과 항공산업의 특수성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저가항공에 대한 국내 영업 허용 기준 등을 정부가 만들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