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사실상의 골프금지령이 내렸다. 이번엔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아까운 어린 생명들이 허무하게 꺼져간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대부분 국민들이 스스로 자제하고 자중하며 지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많은 스포츠 중에 골프에 대해서만 더욱 더 부정적인 국민들의 시각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후 등산이나 낚시를 가는 건 괜찮고 골프는 안된다는 일종의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명 연예인이 세월호 참사 후 골프 라운딩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판국에 골프라니”였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예약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공무원은 물론 웬만한 대기업 임원들, 그리고 직장생활자들 대부분이 골프를 꺼리게 되면서다. 이달 초 황금 연휴기간 중 골프장 내장객이 예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일만 터지면 무언중에 내려지는 골프금지령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프금지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위화감 줄 수 있는만큼 자중 하는 게 바람직”
찬성론자들은 골프가 대중화됐다지만 아직은 여러 측면에서 서민스포츠로 보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 재난 사태에는 자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일단 골프를 치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든다. 비용 역시 1인당 통상 20만원이 넘는데 이 정도 비용이 드는 스포츠를 대중스포츠로 간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골프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시기에는 당연히 자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는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재계가 골프 축제 음주가무 등을 자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공직사회의 골프 운동은 사치성 및 접대성이 짙은 데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범국가적 자제 분위기 조성은 시의적절하며 이러한 조치는 사회적 계도기능도 있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 개그맨의 골프가 문제된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모 해경 간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 두 차례 골프를 친 것이 적발돼 직위 해제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타당한 조치라고 본다.
이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도 골프가 단순히 친목도모보다는 접대와 로비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 반대 “더 호화 스포츠도 있는데 골프만 금지 안돼”
반면 반대론자들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골프금지령을 내리는데, 유독 골프만 무슨 해서는 안될 일처럼 계속 여겨지는 게 과연 합당한가부터 질문한다. 골프는 그저 스포츠의 하나일 뿐이며 유명한 남녀 골프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국위를 선양하는 경우도 많은데 왜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냐는 것이다. 더욱이 골프는 2016년엔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도 채택돼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 중인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고 사회적으로 못 치게 하는 것은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우찬명 한국골프대 총장은 “지금 같은 시기에 모든 국민이 자제하고 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유독 ‘금지’가 내려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역대 정부가 골프산업을 육성해왔고, 이에 따라 국민 건강 증진과 고용유발 효과 역시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430만명의 동호인이 있고 연간 3000만명 이상이 찾는 골프장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만명의 근로자와 캐디들이 있는데 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얘기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호화 스포츠로 따지면 요트 같은 것이 더 돈이 많이 들고, 해외여행 역시 골프보다 비싼 게 상식인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골프장에 가는 것에만 비난을 퍼붓는 것은 너무나 비합리적이라고도 주장한다. 이런 식이니 정부가 아무리 국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려고 해도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 생각하기
과거 골프가 일부 권력층과 부유층의 신분과시용으로 여겨지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또 단순한 친목경기보다는 접대와 향응, 로비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도 분명히 사실이다. 그리고 전과 같지는 않지만 현재도 여전히 골프가 접대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것이다. 모든 스포츠나 레저활동이 접대와 향응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여행이 문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이 접대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전면적인 해외여행 금지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경기가 더욱 침체됐지만 1억원을 넘는 고급 외제차는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골프는 안 되지만 이렇게 비싼 외제차를 사고 타고 다니는 건 왜 괜찮은지에 대한 설명은 사실 매우 궁색할 수밖에 없다.
골프에 대해서는 특히 공직사회에서 이상하리만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공직사회가 가장 많은 골프접대를 받아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무슨 일만 있으면 골프 금지를 하는 관행은 이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세월호 참사 후 등산이나 낚시를 가는 건 괜찮고 골프는 안된다는 일종의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명 연예인이 세월호 참사 후 골프 라운딩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판국에 골프라니”였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예약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공무원은 물론 웬만한 대기업 임원들, 그리고 직장생활자들 대부분이 골프를 꺼리게 되면서다. 이달 초 황금 연휴기간 중 골프장 내장객이 예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무슨 일만 터지면 무언중에 내려지는 골프금지령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프금지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위화감 줄 수 있는만큼 자중 하는 게 바람직”
찬성론자들은 골프가 대중화됐다지만 아직은 여러 측면에서 서민스포츠로 보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 재난 사태에는 자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일단 골프를 치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것부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든다. 비용 역시 1인당 통상 20만원이 넘는데 이 정도 비용이 드는 스포츠를 대중스포츠로 간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골프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런 시기에는 당연히 자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는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정치권과 정부는 물론 재계가 골프 축제 음주가무 등을 자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공직사회의 골프 운동은 사치성 및 접대성이 짙은 데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범국가적 자제 분위기 조성은 시의적절하며 이러한 조치는 사회적 계도기능도 있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 개그맨의 골프가 문제된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모 해경 간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 두 차례 골프를 친 것이 적발돼 직위 해제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타당한 조치라고 본다.
이들은 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도 골프가 단순히 친목도모보다는 접대와 로비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 반대 “더 호화 스포츠도 있는데 골프만 금지 안돼”
반면 반대론자들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골프금지령을 내리는데, 유독 골프만 무슨 해서는 안될 일처럼 계속 여겨지는 게 과연 합당한가부터 질문한다. 골프는 그저 스포츠의 하나일 뿐이며 유명한 남녀 골프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국위를 선양하는 경우도 많은데 왜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냐는 것이다. 더욱이 골프는 2016년엔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도 채택돼 국가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 중인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고 사회적으로 못 치게 하는 것은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우찬명 한국골프대 총장은 “지금 같은 시기에 모든 국민이 자제하고 삼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유독 ‘금지’가 내려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역대 정부가 골프산업을 육성해왔고, 이에 따라 국민 건강 증진과 고용유발 효과 역시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430만명의 동호인이 있고 연간 3000만명 이상이 찾는 골프장에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만명의 근로자와 캐디들이 있는데 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는 얘기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호화 스포츠로 따지면 요트 같은 것이 더 돈이 많이 들고, 해외여행 역시 골프보다 비싼 게 상식인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골프장에 가는 것에만 비난을 퍼붓는 것은 너무나 비합리적이라고도 주장한다. 이런 식이니 정부가 아무리 국내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려고 해도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한다.
○ 생각하기
과거 골프가 일부 권력층과 부유층의 신분과시용으로 여겨지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또 단순한 친목경기보다는 접대와 향응, 로비 수단으로 사용됐던 것도 분명히 사실이다. 그리고 전과 같지는 않지만 현재도 여전히 골프가 접대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것이다. 모든 스포츠나 레저활동이 접대와 향응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여행이 문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해외여행이 접대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전면적인 해외여행 금지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경기가 더욱 침체됐지만 1억원을 넘는 고급 외제차는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골프는 안 되지만 이렇게 비싼 외제차를 사고 타고 다니는 건 왜 괜찮은지에 대한 설명은 사실 매우 궁색할 수밖에 없다.
골프에 대해서는 특히 공직사회에서 이상하리만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공직사회가 가장 많은 골프접대를 받아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무슨 일만 있으면 골프 금지를 하는 관행은 이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