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커피, 밀,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아이티 소말리아 등에서 시위와 폭동이 이어졌던 글로벌 식량위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농산물에서 시작된 물가상승이 먹거리 전반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유니레버,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등 다국적 소비재 기업들은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해서다.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이미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인 애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곡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재 가격 상승 이어지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대 주요 농축산 원자재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 17일까지 평균 33% 올랐다. 커피는 같은 기간 112%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밀(51%), 돼지고기(38%), 설탕(37%), 옥수수(24%)가 뒤를 이었다.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식료품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장 재료 수급에만 수십만~수백만달러를 더 써야 할 처지가 되자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이를 검토 중이어서다.

P&G는 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니레버도 올해 말까지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4~6%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네슬레는 커피 원두 가격 상승 탓에 올해 총 생산투자비가 전년 대비 5~9%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기후와 전염병이 원인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요인은 이상기후와 전염병이다. 커피 원두값은 아라비카 커피 원두의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이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미국에서는 새끼돼지 설사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생산량이 급감했다. 밀값은 세계 10대 밀 생산국에 속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각각 한파와 정정 불안에 시달리면서 급등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언스트 프랭클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예측하는 향후 몇 달간의 농산물 가격 변동폭을 뜻하는 내재변동성이 올 들어 30% 이상 커졌다”며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말했다.

FT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 외에 투자 상품으로서 곡물 거래가 늘어난 것도 가격 변동폭을 키우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압돌레자 아바시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곡물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농산물이 시중 유동성과 금리 등에 영향을 받고, 원유 등 다른 원자재 상품과 연계돼 움직이면서 가격 예측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 장기화 우려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가뭄과 홍수 등 극단적인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농산물에 대한 내재변동성이 급격히 상승한 건 지금까지 네 차례가 넘는다. 2008년에는 1월부터 5월11일까지 쌀(173%)을 비롯해 9대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평균 60% 올랐다.

엘니뇨도 문제다. 태평양 수면 온도 상승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 에너지, 식품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니뇨는 원자재 시장에서 니켈, 커피, 대두 등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정부의 기상예보관들은 연말까지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65%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옛 소련 연방 지역의 혼란이 이어지는 것도 국제 곡물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세계 3위의 옥수수 수출국이다. 밀도 전 세계 수출량의 6.2%를 차지한다.

농축산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자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서 앞다퉈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이다. 크리스 가드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생산비가 비싼 아이오와주 등에서 곡물 생산이 크게 늘면서 생산 지역별 가격 차도 벌어졌다”며 “과거 옥수수값 차이가 부셸당 25~50센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2~3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직설적이고 쉬운 단어…워런 버핏 연설이 인기 끄는 이유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의 열정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많지 않다. 아무리 성공한 CEO라도 그와 점심 한번 먹겠다고 350만달러(약 37억원)를 내는 사람이 있는 경우도 드물다.

[Global Issue] 심상치 않은 농산물값 상승…애그플레이션 시작?
파이낸셜타임스(FT)은 투자자들이 왜 워런 버핏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는지를 분석했다. FT는 “‘담백한 스타일’이 대중 연설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버핏이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복잡한 금융기법이나 전문용어를 써가며 설명하는 것과 달리 버핏은 연설에서 직설적이고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 FT는 “그의 철학 중 하나인 ‘이해 못하는 것엔 절대 투자하지 말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화려하고 과장된 언어를 쓰는 것보다 담백하고 소박한 연설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신감 있고 유머러스한 말투도 그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망가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1998년 플로리다대학 MBA 학생들에게 연설한 후 질문이 나오지 않자 마치 질문을 찾겠다는 듯 더듬거리며 걸어다녀 청중의 웃음과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연설에 스토리를 담고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버핏의 특징이다. 버핏이 투자의 성과를 소개하면서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거나 ‘한 달 만에 아이를 낳을 순 없다. 여자 9명이 임신을 해도’와 같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비유를 사용한 것이 단적인 예다.

FT는 “이런 표현은 버핏이 복잡하고 비인간적이고 추상적인 금융을 말할 때도 간단하고 인간적이며 명확하게 느껴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