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천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갈릴레이는 무한집합을 포함하여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고 믿었다. 간단하게 홀수와 짝수로 구성되어 있는 정수의 집합을 생각해보자. 그림과 같이 정수의 집합은 두 부분집합의 합집합, 즉 홀수의 집합과 짝수의 집합의 합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정수의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수는 홀수의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수나 짝수의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수에 비해 두 배는 되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이 물음에 힐베르트는 재미있는 예제로 답을 대신 가르쳐준다. 다음은 ‘힐베르트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재미있는 얘기다. 힐베르트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호텔에는 무한개의 객실이 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호텔에 찾아왔는데 무한개의 객실에 모두 손님이 들어 차 있어서 빈 방이 없었다. 그러나 힐베르트는 잠시 고민하더니 새로 온 손님에게 빈 방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는 객실로 올라가 모든 투숙객들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죄송하지만 손님들께서는 옆방으로 한 칸씩만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투숙객들은 모두 옆방으로 옮겨 갔으며 자기 방을 못 찾아 헤매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새로 온 손님은 비어 있는 1호실로 여유 있게 들어갔다.

이것은 무한대에 1을 더해도 여전히 무한대임을 말해 주는 좋은 예이다. 그런데 다음 날 밤 호텔에는 더욱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다. 투숙객이 무한개의 방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한히 긴 기차를 타고 온 무한히 많은 손님들이 새로 도착한 것이다.

힐베르트는 당황하지 않고 이번에도 간단하게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곧 객실에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손님 여러분, 죄송하지만 현재 묵고 계신 객실 번호에 2를 곱해서 그 번호에 해당하는 객실로 모두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리하여 1호실 손님은 2호실로, 2호실 손님은 4호실로 옮기는 방식으로 모든 방에 있던 손님들이 각자 이동을 했다. 자기 방을 빼앗긴 손님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 이 호텔에는 무한개의 빈 방이 생긴 것이다. 힐베르트의 재치 덕분에 새로 도착한 무한대의 손님들은 홀수 번호가 붙어 있는 무한개의 객실로 모두 배정되어 편히 쉴 수 있었다. 이것은 무한대에 2를 곱해도 여전히 무한대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과 같이 정수의 집합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는 짝수의 집합을 구성하는 모든 원소와 빠짐없이 정확하게 하나씩 서로 짝을 맺을 수 있다. 이처럼 무한의 공간에서는 전체집합과 부분집합 사이에 1 대 1 대응이 존재하여 전체집합과 부분집합의 크기가 같은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계성 선생님은 현재 하나고 수학 교사다. 명덕외고, 대성학원에서도 수학을 가르쳤다. 전국연합모의고사 출제위원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했으며 연세대에서 수학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념+유형 시리즈’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