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Chin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선포 이후 동아시아에 일촉즉발과도 같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국·일본의 전투기와 중국의 전투기가 일시적으로 맞서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전쟁의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 한국도 이어도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면서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해양 진출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맞서 ‘아시아 중시 외교(Pivot to Asia)’를 표방한 미국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동아시아 일대가 강국들의 힘을 과시하는 격전장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일주간 일정으로 분쟁 당사국인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과 미국은 긴밀히 협력하며 동북아의 긴장상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순방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예상치 못한 충돌을 피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아시아 패권 두고 미·중 갈등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예상돼 온 일이었다. 미국은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 회귀)’를 주창했고, 중국은 ‘중국의 꿈(中國夢)’과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며 서로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 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황은 중국 쪽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사태로 지난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8~10일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모두 불참해 외교무대에서 망신을 당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회의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며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 8일 필리핀을 덮쳤던 초특급 태풍 ‘하이옌’이 미국엔 아시아 외교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됐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애도 성명을 낸 데 이어 2000만달러의 자금 제공과 더불어 항공모함 및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 외교를 폈다. 때마침 이란 핵협상이 지난달 24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부담을 덜게 된 미국의 외교력은 아시아로 더욱 집중됐다.
# 한·중·일도 외교 충돌 가능성
한국 정부는 1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확대에 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CADIZ를 조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중국이 거부하자 이어도 상공을 비롯해 마라도와 홍도 상공도 KADIZ에 포함하는 확대 방안이 제기됐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범위까지 KADIZ를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KADIZ를 확대할 경우 한·중·일 간 구역이 겹칠 수밖에 없어 외교·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군사력 갖춰야 KADIZ 넓혀
KADIZ를 확대하더라도 주변국보다 열세인 군사력을 감안할 때 이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 대구기지의 F-15K 전투기가 출격해도 40분 걸리고, 현지 상공에서의 작전시간도 20분에 불과하다. 공중에서 전투기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가 1대도 없는 한국으로선 F-15K 이외의 다른 전투기는 아예 출동이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18대의 공중급유기를 배치 중이고, 일본은 현재 운용 중인 4대 이외에 추가로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공군은 4~5년 뒤에나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이 2010년대 중후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면 방공식별구역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2016년, 한국은 2018년부터 각각 F-35 스텔스기를 배치하고 비슷한 시기 중국도 J-20, J-30 스텔스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영공방위 명분 '군사 조치' 가능
방공 식별구역이란?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3일 이어도와 센카쿠열도 등을 포함하는 동중국해 상공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 동아시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어도와 센카쿠열도를 포함, 제주도 서남쪽 바다와 일본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들어간다.
중국이 동중국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다.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자의적 공간이다. 그러나 영공방위를 명분으로 군사적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은 미국이 가장 먼저 만들었으며 이후 한국 캐나다 호주 일본 쿠바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베트남 필리핀 등 20여개 국가가 이를 도입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영토와 영해 외곽지역에 설정되는 구역으로 항공기의 진입을 식별하고 통제, 감시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곳에 진입하는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시 위치 등을 통보해줘야 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 2일부터 일주간 일정으로 분쟁 당사국인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과 미국은 긴밀히 협력하며 동북아의 긴장상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이든 부통령의 한·중·일 순방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예상치 못한 충돌을 피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아시아 패권 두고 미·중 갈등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예상돼 온 일이었다. 미국은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 회귀)’를 주창했고, 중국은 ‘중국의 꿈(中國夢)’과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며 서로 아시아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 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황은 중국 쪽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사태로 지난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8~10일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모두 불참해 외교무대에서 망신을 당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회의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채우며 중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 8일 필리핀을 덮쳤던 초특급 태풍 ‘하이옌’이 미국엔 아시아 외교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됐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애도 성명을 낸 데 이어 2000만달러의 자금 제공과 더불어 항공모함 및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 외교를 폈다. 때마침 이란 핵협상이 지난달 24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부담을 덜게 된 미국의 외교력은 아시아로 더욱 집중됐다.
# 한·중·일도 외교 충돌 가능성
한국 정부는 1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확대에 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CADIZ를 조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를 중국이 거부하자 이어도 상공을 비롯해 마라도와 홍도 상공도 KADIZ에 포함하는 확대 방안이 제기됐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범위까지 KADIZ를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KADIZ를 확대할 경우 한·중·일 간 구역이 겹칠 수밖에 없어 외교·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군사력 갖춰야 KADIZ 넓혀
KADIZ를 확대하더라도 주변국보다 열세인 군사력을 감안할 때 이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사시 대구기지의 F-15K 전투기가 출격해도 40분 걸리고, 현지 상공에서의 작전시간도 20분에 불과하다. 공중에서 전투기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가 1대도 없는 한국으로선 F-15K 이외의 다른 전투기는 아예 출동이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18대의 공중급유기를 배치 중이고, 일본은 현재 운용 중인 4대 이외에 추가로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공군은 4~5년 뒤에나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이 2010년대 중후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면 방공식별구역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2016년, 한국은 2018년부터 각각 F-35 스텔스기를 배치하고 비슷한 시기 중국도 J-20, J-30 스텔스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박병종 한국경제신문 기자 ddak@hankyung.com
영공방위 명분 '군사 조치' 가능
방공 식별구역이란?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3일 이어도와 센카쿠열도 등을 포함하는 동중국해 상공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 동아시아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어도와 센카쿠열도를 포함, 제주도 서남쪽 바다와 일본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이 들어간다.
중국이 동중국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다. 자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영공 외곽의 일정 지역 상공에 설정하는 자의적 공간이다. 그러나 영공방위를 명분으로 군사적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은 미국이 가장 먼저 만들었으며 이후 한국 캐나다 호주 일본 쿠바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베트남 필리핀 등 20여개 국가가 이를 도입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방공식별구역은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영토와 영해 외곽지역에 설정되는 구역으로 항공기의 진입을 식별하고 통제, 감시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곳에 진입하는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시 위치 등을 통보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