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5년부터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의사가 직접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진단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원격진료는 그동안 수차례 도입이 논의됐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25년째 시범사업만 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의 안은 전면적 원격 진료는 아니고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의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동네병원에만 우선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고 의료의 상업화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원격진료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의료 산업 경쟁력 키우고 서비스 개선"
정부는 의료와 바이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산업의 융합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원격진료 도입을 늦추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의료계가 전면 도입이 아닌 부분적 도입까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아직도 노인 장애인, 섬이나 산간 벽지 거주자 등 의료이용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원격진료 허용은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격진료 허용시 동네병원들이 망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원격진료 대상자가 85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700만명 이상이 동네의원만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병원은 수술받은 중증환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병원으로 환자가 이동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이 1997년 연방원격의료법을 제정해 원격진료의 길을 텄고, 일본도 원격의료와 진료비 전자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럽연합(EU)은 유럽 전역에 원격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든다. 세계가 이런데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이 원격진료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 산업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견해다. 이들은 정보통신 기술과 의료가 결합한 세계 ‘U-헬스’ 시장 규모는 2007년 1058억달러에서 내년에는 254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며 원격진료 허용이 오히려 늦었다고 지적한다.
반대…"대면진료 대체할 수 없고 오진 가능성"
의료계는 전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채 원격진료 허용 법안을 밀어붙였다”며 “향후 의료시스템 붕괴와 의료기관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진의 위험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원격기기 품질의 안전성과 표준화가 마련돼야 하는 등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전에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데 정부가 이런 연구나 준비 없이 밀어붙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견해도 밝혔다.송현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원격재판 원격수사 제도가 도입된다면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진료는 의사와 환자 간에 이뤄지는 인간관계이므로 IT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기술은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도 대한의사협회와 유사한 입장이며 원격진료 저지에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뜩이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심한데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 1차 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원격진료가 시작되면 지방 환자들도 너도나도 수도권의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를 원할텐데 그렇게 되면 대형 병원 쏠림은 더욱 심화되고 동네병원은 설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악화된다는 논리다.
생각하기
요즘 병원을 가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의사가 과연 나를 기억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의사와 1 대 1 대면 시간은 그야말로 5분도 채 안되고 그 짧은 진료 시간에도 환자와 눈조차 잘 마주치지 않는 의사도 허다하다. 그저 차트를 보면서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환자가 뭘 묻기라도 하면 짜증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의사도 적지 않다.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대형병원은 더 하다. 의사와 1 대 1 대면이 거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의사들의 책임은 아니다. 의료보험 체계부터 시작해서 환자 의사 모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도 펴야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원격진료를 하면 대면진료 대체에 대한 한계와 오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현재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런 이유는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
동네병원 붕괴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격진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동네병원은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설사 원격진료로 동네병원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이는 원격진료를 반대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원격진료는 무엇보다 환자들이 가급적 편하고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지 동네병원을 살리기 위한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적인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일정 분야에서 시범적으로 이를 시작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제한적 분야에서 시간을 두고 도입되는 원격진료는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찬성…"의료 산업 경쟁력 키우고 서비스 개선"
정부는 의료와 바이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산업의 융합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원격진료 도입을 늦추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의료계가 전면 도입이 아닌 부분적 도입까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아직도 노인 장애인, 섬이나 산간 벽지 거주자 등 의료이용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원격진료 허용은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격진료 허용시 동네병원들이 망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원격진료 대상자가 85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700만명 이상이 동네의원만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병원은 수술받은 중증환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병원으로 환자가 이동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이 1997년 연방원격의료법을 제정해 원격진료의 길을 텄고, 일본도 원격의료와 진료비 전자청구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럽연합(EU)은 유럽 전역에 원격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든다. 세계가 이런데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이 원격진료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 산업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게 찬성론자들의 견해다. 이들은 정보통신 기술과 의료가 결합한 세계 ‘U-헬스’ 시장 규모는 2007년 1058억달러에서 내년에는 254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며 원격진료 허용이 오히려 늦었다고 지적한다.
반대…"대면진료 대체할 수 없고 오진 가능성"
의료계는 전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전문가 집단인 대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채 원격진료 허용 법안을 밀어붙였다”며 “향후 의료시스템 붕괴와 의료기관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진의 위험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원격기기 품질의 안전성과 표준화가 마련돼야 하는 등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전에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데 정부가 이런 연구나 준비 없이 밀어붙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견해도 밝혔다.송현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원격재판 원격수사 제도가 도입된다면 찬성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진료는 의사와 환자 간에 이뤄지는 인간관계이므로 IT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기술은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도 대한의사협회와 유사한 입장이며 원격진료 저지에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뜩이나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심한데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 1차 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원격진료가 시작되면 지방 환자들도 너도나도 수도권의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를 원할텐데 그렇게 되면 대형 병원 쏠림은 더욱 심화되고 동네병원은 설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악화된다는 논리다.
생각하기
요즘 병원을 가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의사가 과연 나를 기억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의사와 1 대 1 대면 시간은 그야말로 5분도 채 안되고 그 짧은 진료 시간에도 환자와 눈조차 잘 마주치지 않는 의사도 허다하다. 그저 차트를 보면서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환자가 뭘 묻기라도 하면 짜증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의사도 적지 않다.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대형병원은 더 하다. 의사와 1 대 1 대면이 거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의사들의 책임은 아니다. 의료보험 체계부터 시작해서 환자 의사 모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원격진료에 대한 찬반도 펴야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원격진료를 하면 대면진료 대체에 대한 한계와 오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현재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런 이유는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이유가 되기 어렵다.
동네병원 붕괴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격진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동네병원은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설사 원격진료로 동네병원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이는 원격진료를 반대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원격진료는 무엇보다 환자들이 가급적 편하고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지 동네병원을 살리기 위한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적인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일정 분야에서 시범적으로 이를 시작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제한적 분야에서 시간을 두고 도입되는 원격진료는 필요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