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7> 전업 블로거, 네트워크 효과가 관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연말마다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전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거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다. 2006년의 경우 ‘You’, 바로 ‘당신’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여기서 ‘You’란 특정인이 아닌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한 전 세계의 보통사람들을 의미한다. 타임은 선정 배경에 대해 평범한 당신들 덕분에 디지털 민주화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즉 인터넷에 글을 쓰고 정보를 올리는 방법이 쉬워지면서 인터넷이 여론 형성의 창구가 되었고 이렇게 조성된 여론이 기존 미디어만큼이나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타임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발행한 잡지의 표지에 반사판을 붙여 독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타임은 디지털 민주화의 배경으로 ‘웹2.0’ 도입을 지목했다. 웹2.0은 누구나 인터넷 정보를 손쉽게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말한다. 웹2.0 도입으로 개인은 인터넷 정보의 단순 소비자에서 직접 정보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생산자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개인이 기자이자 편집자인 동시에 발행인이기도 한 ‘1인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세상이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인 미디어' 시대

디지털 민주화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블로그(blog)’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글도 웹페이지 제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경험이 전무한 초보자에게는 무용지물과 같다. 이로 인해 웹페이지와 관련한 일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특수한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웹2.0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블로그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누구나 간편하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특정 정보를 검색하면 관련된 수많은 블로그의 글들이 찾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블로그의 경우 하루 방문자 수가 수만명에 이르고, 누적 방문자 수가 1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방문자 수가 웬만한 지역 언론사의 신문 발행 부수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블로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 2005년에는 미국의 한 블로거가 백악관 출입기자로 선임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는 블로그가 단순한 ‘1인 미디어’의 기능을 넘어 기존 미디어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또 대접받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1% 블로거, 연봉 20만$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반대급부가 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파워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우선 인기 블로그 주인이 되기 위해 양질의 글과 정보를 주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업데이트에 신경을 써서 방문자, 즉 트래픽(traffic)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낚시’로 불리는 자극적인 글이나 다른 곳에서 퍼온 글들로 블로그를 채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글들은 일시적으로 트래픽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쓰고자 하는 내용과 정보를 전문적이면서도 중립적인 필체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글을 올리는 시기를 정해두고 이를 지키는 것도 블로거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 중 하나다. 업데이트가 소홀한 블로그는 방치된 느낌이 들어 방문자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시판과 댓글을 통해 방문자와 소통하는 일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들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블로깅을 직업으로 하는 전업 블로거를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블로그 운영을 통해 소득이 발생해야 하고, 또 그것으로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블로그를 통해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을까.

블로그가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직업으로 블로그를 선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2009년 현재 블로그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미국인이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1% 블로거들의 연봉은 2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이처럼 고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방문자 수에 힘입은 ‘네트워크 효과’ 덕분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그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인기 상품에 소비자가 몰리면서 거대한 집단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상품 기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거나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보완재가 생산돼 해당 상품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인 것이다. 블로그의 경우 소비자는 블로그를 찾는 방문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로그 역시 방문자, 즉 소비자가 증가하면 네트워크가 형성돼 영향력이 증대하고 가치와 효용이 커질 수 있다.

광고·원고료 등으로 소득창출

이때 블로거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최근 많은 기업이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블로그의 대중화로 이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제품 광고의 또 다른 수단으로 블로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블로그와 기업을 연계해주는 홍보대행사가 생겨나고 있고, 블로그 주인이 광고 플랫폼을 설치하면 방문자 수에 따라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가치를 인정받으면 원고료를 받을 수 있고, 그동안 올린 글을 책으로 엮어 인세를 챙길 수도 있다. 또한 일부 파워 블로거는 기업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리뷰를 제안받아 그 대가를 받기도 하고, 특정 상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추진해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기도 한다.

이런 소득 창출 방안에도 아직 블로거는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기업에서 지급하는 광고비나 원고료로 생활하기에 충분치 않고, 책을 내거나 제품 리뷰를 할 수 있는 블로거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학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블로거가 되기 위해 따야 할 자격증도 없다는 점에서 블로그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또 성과를 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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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열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본인의 관심사와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점도 직업으로서 블로그가 가진 매력 중 하나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블로그를 전업화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건은 이미 마련됐고 분위기도 조성된 셈이다. 블로그가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닌 직업으로 대접받을 날이 그리 멀지않아 보인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용어 풀이

▨ 전업 블로거=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웹상에 기록하는 일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웹2.0 시대를 맞이해 블로그 사용이 쉬워지면서 블로그를 즐기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블로그를 통한 소득 창출이 가능해졌고, 블로그를 직업으로 삼는 전업 블로거도 증가하고 있다.

▨ 네트워크 효과=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와 효용이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수에 비례하여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등이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