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6> '규모의 경제'로 결혼비용 절약하는 웨딩플래너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이 5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 적령기의 회사원 연봉을 뛰어넘는 액수다. 더 놀라운 점은 신혼집 마련 비용이 제외된 금액이라는 점이다. 결혼 비용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인 신혼집 마련 비용은 전셋집의 경우 평균 1억5400만원이라고 하니 결혼에 소요되는 평균 총비용은 2억원이 넘는 셈이다. 한편 2010년 이후 해마다 약 32만 명이 결혼하고 있다. 여기에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을 반영하여 결혼 시장 규모를 추산하면, 신혼집 마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그 규모가 무려 16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도 일종의 산업인 것이다.

결혼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결혼산업은 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웨딩드레스, 사진 촬영, 예물 등 결혼 관련 상품이 다양해지고 이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이는 업체 간 과다한 경쟁으로 이어져 허위·과장 광고 등 부정확한 정보가 시장에 만연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중요한 상품이나 가격 정보보다는 주변의 소문이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평판에 의존하여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선택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기를 얻어 부상하고 있는 직업이 바로 ‘웨딩플래너’다.

웨딩컨설팅 수요 지속적 증가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웨딩플래너를 ‘결혼식을 설계해주고 합리적인 견적을 뽑아주며 혼수, 신혼여행, 웨딩드레스, 신부화장, 사진촬영 등 결혼준비의 많은 과정을 직접 동행해주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가 불완전하더라도 결혼 준비를 여러 번 해본 사람이라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두 차례 이상은 결혼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에만 의존할 경우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결혼 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가이드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가 웨딩플래너인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웨딩플래너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이들이 속해 있는 웨딩컨설팅 시장 규모의 변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50억원 규모였던 웨딩컨설팅 시장은 2000년대 초 500억원 규모로 성장하더니 2012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1000억원까지 커졌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결혼 시장의 특성과 여성들의 경제참여 증가로 결혼을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웨딩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웨딩플래너는 단지 결혼식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상견례부터 허니문까지 세세한 사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결혼 전반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컨설팅 역할과 더불어 웨딩플래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웨딩플래너의 경우 다양한 업체와 연계되어 있어, 고객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규모의 경제’가 결혼시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 결혼준비로 평균비용 낮춰

‘규모의 경제’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이익이 증가되는 현상으로 정의되는데, 일반적으로 대량생산을 통해 단위당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여 이익을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생산의 양이 많아질수록 더 적은 생산요소만으로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현상 즉, 평균비용을 낮춰 전반적인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규모의 경제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쟁기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혹은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이윤을 남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나 반도체 생산에서 대규모 생산설비의 경제성, 대량구입에 따른 원료비 절감 등으로 인해 평균비용이 하락하는데 결혼시장에서도 동일한 경제개념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시장 업체들은 웨딩플래너 혹은 웨딩컨설팅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영업활동을 선호한다. 이들과 제휴할 경우 안정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고객 확보는 재료의 대량구입을 가능하게 하고, 위험부담 없이 큰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출 수 있어 원가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 한 명당 투입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안정적으로 많은 고객 확보가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은 웨딩플래너의 섬세함에서 시작된다. 고객의 취향을 꼼꼼히 살펴 고객과 어울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연결할 수 있어야 고객과 제휴업체 모두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과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객 유치가 어렵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즉 웨딩플래너, 고객, 제휴업체로 이어지는 윈-윈(win-win)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유망직업 100선'에 이름 올려

이처럼 웨딩플래너에서 시작되어 고객, 제휴업체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고객에 대한 철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할 경우 웨딩플래너의 역할 비중은 낮아지게 된다. 웨딩플래너에게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다. 이를 위해 현재는 웨딩플래너 자격증을 비롯하여 웨딩플래너 학과가 개설되어 웨딩플래너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5년간 웨딩플래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결혼적령기 남녀의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이유로 웨딩플래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규모의 경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누리기 위한 수요는 계속 발생하겠지만, 다양하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가 커져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웨딩플래너를 찾는 수요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부가 선정한 ‘유망직업 100선’에 웨딩플래너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웨딩플래너에게 있어 고객을 세심히 파악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은 어쩔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다. 하지만 힘들여 노력을 기울인 고객일수록 결혼 이후에도 인간적인 교류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을 대하기 힘들지만, 한 사람을 공유할 수 있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직업과 경제의 만남] <6> '규모의 경제'로 결혼비용 절약하는 웨딩플래너

물질적인 가치만이 유망한 직업의 척도로 작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고객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함께할 수 있어서 유망한 직업, 웨딩플래너는 한 사람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한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동영 KDI 연구원 kimdy@kdi.re.kr


용어 풀이

▨ 웨딩플래너=결혼식을 설계해주고 합리적인 견적을 뽑아주며 혼수, 신혼여행, 웨딩드레스, 신부화장, 사진촬영 등 결혼준비의 많은 과정을 직접 동행해주는 사람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평균생산비용이 하락하는 경우로, 생산의 투입물을 모두 n배로 증가시킬 때 산출이 n배 이상이 되는 경우 즉, 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 또는 수익향상이 가능한 경우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