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5000만원! 정년 65세 보장.’ 이런 문구를 마주치게 되면 설레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채용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의 악화된 고용 상황을 고려할 때 구직자들에게 이런 문구를 보여 주면, 허황된 내용 내지 과장된 내용으로 치부하며 거들떠도 안보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직업은 엄연히 존재한다. 65세까지의 정년과 어마어마한 고액 연봉이 함께 보장된 이 직업은 바로 도선사(導船士)다.
항구 출입하는 선박 안내
도선사란 간단히 말하자면, 항구를 출입하는 선박들을 안내해 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해당 지역의 항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선박들은 풍향, 파도, 날씨 등에 따라 배를 어떻게 운항해서 정박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박은 낯선 항구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를 정박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입출항을 할 수 있다. 이때 이러한 배들이 항구에 원활히 정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가 바로 도선사다. 현재 국내에는 부산, 인천, 울산을 비롯해 경기 평택, 강원 동해, 전북 군산, 전남 목포·여수,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의 항구에서 250명 내외의 도선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대표 직업 759개 중 도선사의 연봉은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기업체 고위 임원으로 평균 1억988만원을 나타냈으며, 2위는 국회의원으로 1억652만원, 그 다음 세 번째가 1억539만원을 기록한 도선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면허를 소지해야 하는 직업 중 월평균 소득이 가장 많은 직업 역시,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아닌 도선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도선사는 매출에서 경비를 제외한 순수 연봉이 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봉에 정년까지 보장
도선사는 단순히 연봉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정년 또한 65세까지 보장된다. 정확히 말해 2007년 이전에 도선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의 경우 정년이 68세까지 보장된다고 하니, 요즘같이 40대 중반부터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꿈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항구에 배를 정박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도선사가 이처럼 높은 연봉과 정년을 보장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과 학습효과라는 두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
먼저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은 한계생산물 체감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다른 투입요소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하나의 노동 투입 요소를 계속 증가시키게 되면, 추가적인 1단위의 투입이 발생시키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점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근로자를 사용할수록, 추가로 투입된 근로자로 인해 얻게 되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차 작아진다는 것이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이다.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 근로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기가 어렵다. 근로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가 생산량에 그만큼 기여해야 하는데, 노동을 추가로 투입하면 할수록 투입된 근로자가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해지는 상황에서 각각의 노동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000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농장과 1001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농장의 산출량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도선사는 상황이 다르다. 선박을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항구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한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즉, 한 명 혹은 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선박을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학습효과 요구
또한 도선사가 창출하는 가치 또한 매우 크다. 강풍이 몰아치거나 파도가 드세어 배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수천억원이 투여된 큰 선박이 사고가 날 경우, 그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선사들이 창출하는 가치는 클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치를 단지 몇 사람의 도선사에 의해 달성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도선사가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선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개념은 학습효과다. 학습효과란 특정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정 직업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해당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경험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도선사는 후자에 속한다. 도선사는 해당 항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그 어느 분야 못지않게 높은 학습효과를 요구한다. 파도의 세기, 풍량과 풍향 등 여러 날씨 요인들과 선박의 크기에 따라 배를 안전하게 정박하는 방법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도선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은 많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높은 학습효과를 거둔 사람만이 도선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현행법상 도선사는 6000t을 넘는 배에서 5년 이상 선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야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다시 영어, 선박 운용술, 해사 관련 법규 등에 대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다시 실제 배를 항구에 대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기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도선사가 될 수 있다.
국내 도선사 국제적으로도 인정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선사들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부산항을 오가는 배 1척을 안전하게 정박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시간 정도라고 한다. 인근의 동남아 항구들이 배를 정박하는 데 평균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루 평균 100여 척이 드나드는 부산항의 경우, 배 1척을 항구에 정박시키는 데 30분을 절약하면, 전체적으로 선박 체류 시간을 하루에 50시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류 분야에 있어 시간은 돈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국내 도선사들이 보이는 이러한 역량은 곧 우리 항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해사와 선장으로서의 오랜 기간을 근무해야 하는 자격조건을 갖추고 다시 엄격한 필기시험과 실시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선사 한 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 예비 도선사 후보라 할 수 있는 항해사로 근무하는 젊은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해양 물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 도선사 후보들이 줄어들고 있어, 기존 도선사의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타 직종에서는 갈수록 정년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정년 연장을 고민하는 직업, 도선사는 작금의 어려운 고용 상태를 고려할 때 정말 꿈같은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용어 풀이
▨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한계생산물 체감의 법칙)
다른 투입요소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하나의 노동 투입 요소를 계속 증가시키게 되면, 추가적인 1단위의 투입이 발생시키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점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학습효과=특정한 작업을 여러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도선사 = 배들이 항구에 원활히 정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
항구 출입하는 선박 안내
도선사란 간단히 말하자면, 항구를 출입하는 선박들을 안내해 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해당 지역의 항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선박들은 풍향, 파도, 날씨 등에 따라 배를 어떻게 운항해서 정박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박은 낯선 항구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배를 정박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입출항을 할 수 있다. 이때 이러한 배들이 항구에 원활히 정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가 바로 도선사다. 현재 국내에는 부산, 인천, 울산을 비롯해 경기 평택, 강원 동해, 전북 군산, 전남 목포·여수, 경북 포항, 경남 창원 등의 항구에서 250명 내외의 도선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대표 직업 759개 중 도선사의 연봉은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기업체 고위 임원으로 평균 1억988만원을 나타냈으며, 2위는 국회의원으로 1억652만원, 그 다음 세 번째가 1억539만원을 기록한 도선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면허를 소지해야 하는 직업 중 월평균 소득이 가장 많은 직업 역시,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아닌 도선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도선사는 매출에서 경비를 제외한 순수 연봉이 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봉에 정년까지 보장
도선사는 단순히 연봉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정년 또한 65세까지 보장된다. 정확히 말해 2007년 이전에 도선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의 경우 정년이 68세까지 보장된다고 하니, 요즘같이 40대 중반부터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꿈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항구에 배를 정박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도선사가 이처럼 높은 연봉과 정년을 보장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과 학습효과라는 두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
먼저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은 한계생산물 체감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다른 투입요소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하나의 노동 투입 요소를 계속 증가시키게 되면, 추가적인 1단위의 투입이 발생시키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점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근로자를 사용할수록, 추가로 투입된 근로자로 인해 얻게 되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차 작아진다는 것이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이다.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 근로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기가 어렵다. 근로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가 생산량에 그만큼 기여해야 하는데, 노동을 추가로 투입하면 할수록 투입된 근로자가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해지는 상황에서 각각의 노동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000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농장과 1001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농장의 산출량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도선사는 상황이 다르다. 선박을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항구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한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즉, 한 명 혹은 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선박을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하는 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학습효과 요구
또한 도선사가 창출하는 가치 또한 매우 크다. 강풍이 몰아치거나 파도가 드세어 배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수천억원이 투여된 큰 선박이 사고가 날 경우, 그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선사들이 창출하는 가치는 클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치를 단지 몇 사람의 도선사에 의해 달성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도선사가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선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개념은 학습효과다. 학습효과란 특정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정 직업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해당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경험이 필요한 작업도 있다. 도선사는 후자에 속한다. 도선사는 해당 항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그 어느 분야 못지않게 높은 학습효과를 요구한다. 파도의 세기, 풍량과 풍향 등 여러 날씨 요인들과 선박의 크기에 따라 배를 안전하게 정박하는 방법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도선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은 많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높은 학습효과를 거둔 사람만이 도선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현행법상 도선사는 6000t을 넘는 배에서 5년 이상 선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야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다시 영어, 선박 운용술, 해사 관련 법규 등에 대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다시 실제 배를 항구에 대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기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도선사가 될 수 있다.
국내 도선사 국제적으로도 인정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선사들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부산항을 오가는 배 1척을 안전하게 정박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시간 정도라고 한다. 인근의 동남아 항구들이 배를 정박하는 데 평균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루 평균 100여 척이 드나드는 부산항의 경우, 배 1척을 항구에 정박시키는 데 30분을 절약하면, 전체적으로 선박 체류 시간을 하루에 50시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류 분야에 있어 시간은 돈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국내 도선사들이 보이는 이러한 역량은 곧 우리 항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항해사와 선장으로서의 오랜 기간을 근무해야 하는 자격조건을 갖추고 다시 엄격한 필기시험과 실시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선사 한 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최근 예비 도선사 후보라 할 수 있는 항해사로 근무하는 젊은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해양 물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 도선사 후보들이 줄어들고 있어, 기존 도선사의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타 직종에서는 갈수록 정년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정년 연장을 고민하는 직업, 도선사는 작금의 어려운 고용 상태를 고려할 때 정말 꿈같은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용어 풀이
▨ 노동의 수확 체감의 법칙(한계생산물 체감의 법칙)
다른 투입요소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하나의 노동 투입 요소를 계속 증가시키게 되면, 추가적인 1단위의 투입이 발생시키는 생산량의 증가분이 점점 감소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학습효과=특정한 작업을 여러번 반복함으로써 더욱 숙달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도선사 = 배들이 항구에 원활히 정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