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농가 '보조금의 역설'…되레 생산성 하락 '부메랑'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자율경쟁의 시장경제가 국부 증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실패를 바로잡고 적정한 자원배분을 원활하게 하기도 하지만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과 간섭일 수 있다는 얘기다. 230여년이 지난 현재, 경제학의 아버지가 그토록 경계하고자 했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장경제가 흐트러지는 일’이 중국과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졌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질서를 무너뜨린 것.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농업이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되레 쌀 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가난한 자들을 돕겠다고 시행한 정책이 자기모순의 덫에 걸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中, 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중국과 베네수엘라의 계획경제 정책이 농업분야에서 역풍을 맞았다. 자국 농민을 보호해 식량 주권을 지키려던 정부 정책이 오히려 쌀 수입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때 쌀 자급률 100%를 기록하던 쌀 수출국 베네수엘라는 이제 순수입국이 됐다. 전통적으로 쌀을 수출하던 중국 역시 2011년부터 쌀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섰고 올해 사상 처음,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고(故) 차베스 대통령이 펼친 ‘미션 아그로 베네수엘라’ 정책은 베네수엘라를 쌀수입국으로 전락시켰다. 미션 아그로 프로그램에 등록한 농부들에게 수익 보조금을 지급하고 농기계와 농업 기술을 무상 지원했다. 이 정책의 결과는 활력 잃은 농촌 경제와 높은 물가, 치솟는 실업률뿐이다.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들보다 높았다. 7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42.6%로 치솟았다.

중국은 1998년 세계 쌀 시장의 14%를 점유하는 세계 4위 쌀 수출국이었다. 3년 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이는 정부의 지나친 농업 보조금 때문. 중국 정부는 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촌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미를 사들이는 등 보조금을 계속해서 지급해왔다. 최소 보조금은 t당 420달러. 쌀 품종에 따라 t당 600달러까지 쳐주기도 했다. 이는 베트남 쌀 평균 가격보다 50% 이상 비싼 가격이다. 미 농무부 프레드는 “중국 정부가 농부들의 수익을 지켜주겠다고 펼친 정책이 오히려 싼값의 수입 쌀 소비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현금보조로 개인 예산선 변화

보조금 정책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보면 ‘예산선의 변화’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홍길동 군이 있고 홍군은 재화 묶음 A, B를 소비한다고 가정하자. A 가격은 100원, B 가격은 150원이다. 소비를 위해 홍군이 치르는 대가는 가격×수량이다. 이 경우 필요 소비지출액은 (100×A)+(150×B)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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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군이 가지고 있는 화폐 소득이 m 이라면 (100×A)+(150×B) ≤ m 일 때, A와 B를 현재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100×A)+(150×B) > m 이면 (100×A)+(150×B) - m 만큼 돈이 부족해 A와 B를 구매할 수 없다. 따라서 화폐소득 m으로 홍군이 구매할 수 있는 재화묶음 A와 B는 ‘(100×A)+(150×B) ≤ m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다. 이 조건을 ‘예산제약’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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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산제약을 가로축에 A재화 세로축에 B재화를 놓고 그래프를 그리면 <그래프 ①>과 같이 ‘예산선’과 ‘예산집합’을 나타낼 수 있다. 이때 정부가 현금 보조금 m´을 제공한다면 홍군의 소득은 m + m´이 될 것이고 새로운 예산제약은 (100×A)+(150×B) ≤ m + m´이 된다. <그래프 ② 참조>

#물량할당,재화 최대 사용량 제한

만약 정부가 홍군에게 현금 대신 현물(in-kind transfer)을 제공한다면 예산선과 예산집합은 어떻게 될까. 현물보조는 현금보조와 달리 재화로 지급되고 이를 시장에서 되팔 수 없도록 해, 정부가 보조한 재화의 소비만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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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홍군에게 A재화를 현물보조한다고 가정하자. 홍군은 소득을 모두 지출하더라도 정부로부터 보조받은 만큼 A재화를 더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집합이 그만큼 수평방향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이때 B재화 최대 소비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프 ③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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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에는 ‘물량할당(rationing)’ 정책도 가능하다. 이는 특정 재화의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휘발유는 전시에 중요한 전략적 물자가 된다. 군사용으로 우선 사용되도록 물량할당할 수 있다. 재화 1=휘발유, 재화 2=라면, 휘발유 가격=5, 라면가격=1, 소득=100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물량할당이 없는 경우 소비자는 휘발유를 최대 20단위 소비할 수 있다. 정부가 휘발유 소비를 최대 15단위를 넘지 못하도록 물량할당을 하게 되면 예산집합은 <그래프 ④>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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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케어'의 역효과…비정규직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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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이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오히려 이들을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0년 3월 승인된 오바마케어 법안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주당 30시간 이상 근로)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근로자 한 명당 2000~3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기업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당장 기업들은 부담을 덜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릴 태세다. 당초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이 의무 조항은 기업들의 반대로 1년 미뤄져 2015년 1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기업들은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최근 재고관리, 판매, 매장 유지 등의 근무자 근로시간을 29.5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근로자별 노동시간을 오바마케어 기준선인 30시간 아래로 조정해 건강보험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3만명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법안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비슷한 현상이 기업뿐 아니라 학교와 지방정부에서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공립대학인 세인트 피츠버그대와 조지아주의 조지아 군사학교 등은 청소부와 경비원은 물론 시간제 강사들의 근무시간까지 30시간 아래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