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따라잡기 - 달라진 반정부 시위
인종도 지역도 경제 수준도 다른 국가들에서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과거엔 ‘민주화’ 등 거대 담론이 반정부 시위의 주제였지만 최근엔 대중교통요금 인하, 인프라 건설 요구 등 생활 밀착형 이슈가 많다. 한마디로 ‘민생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

○‘중산층의 반란’

브라질에선 상파울루시(市) 정부의 버스요금 인상안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가 시작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대는 문제의 본질이 브라질의 부실한 교통 인프라에 있다는 것을 파악했고, 월드컵 경기장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불가리아도 마찬가지다. 재벌 언론인을 국가보안청장에 앉혔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결국 정부의 정실 위주 인사 시스템을 비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의 핵심에는 고학력 중산층과 경제난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산층은 정부의 작은 부패에도 민감한 편이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정부나 사회의 모순을 더 잘 파악하게 된 까닭이다.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뇌물을 내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중산층은 빈민층보다 시위할 시간도 많다. 미국의 유명한 사회학자 베링턴 무어가 “부르주아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도 “최근 정치적 소요들의 핵심에는 ‘글로벌 중산층’의 성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1990년 21%였던 아시아의 중산층(하루 소득 2~20달러)은 2008년 56%로 늘었다. 실제 브라질에선 최근 8년간 4000만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다. 터키에선 지난 10년간 대학 졸업자가 8%나 늘어났다. 경제난도 시위를 촉발하는 중요한 요소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의 실업률도 3년 전 9%에서 올해 13%까지 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이 시위의 중심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터키에선 지난 5월31일 경찰이 이스탄불 게지공원에 있는 시위대에 고무총을 쏘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시위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브라질에선 트위터를 통해 시위에 나갈 동안 아기를 돌봐 줄 사람을 모으는 일도 있었다. 해커들은 정부 사이트를 공격하기도 했다.

정부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SNS를 감시하며 오히려 시위자를 색출해 내기도 한다. 터키 경찰은 시위대를 색출하는 데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하기도 했다. 브라질 경찰은 2011년 1초에 400명의 얼굴을 감지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를 도입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발전? 퇴보?

이 같은 시위는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신규 자원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전부 교육과 건강 복지에 투자하기로 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시위를 촉발시킨 재벌 언론인의 국가보안청 임명을 철회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잇따른 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사회 시스템 개혁을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집트는 자신들이 민주적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1년 만에 끌어내리려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심점이나 철학적 가치가 없는 시위는 SNS 등을 타고 빨리 확산되지만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대표적이다. 민생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진정한 사회 개혁을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