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고 야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스포츠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야구를 즐기지만 철저한 기업식 팀 경영으로 야구는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해낸다. 축구에서의 최고 연봉이 2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최고급 선수의 연봉이 300억원대인 점만 보더라도 야구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105> 축구선수가 야구선수보다 가난한 이유는…
이러한 수익 차이의 요인으로 특히 TV 광고 수익 차이가 꼽힌다. 전·후반으로만 운영되는 축구에 비해 야구는 9이닝 동안 공수 교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광고 노출 빈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이러한 수익의 차이는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 즉 시장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은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벽이 없어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동질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많은 수의 기업들이 존재한다. 반면 독점시장은 하나의 기업이 단 하나밖에 없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장이다. 독점시장의 특징은 완전경쟁시장과 모든 것이 정반대다. 시장진입에 대한 장벽이 높아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유일한 상품을 하나의 기업이 공급하기 때문에 대체할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기업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면 독점시장에서는 기업 스스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축구 기본철학은 포용성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축구경기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구체화됐다. 당시의 영국은 대영제국의 영광이 절정에 달한 산업화된 국가였다. 영국사회에서 계층의 구별과 예절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모든 문물은 사회적 질서에 부합해야만 했다. 현대 스포츠에서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전문성이 덜한 선수집단을 의미하지만, 초창기 축구에서의 아마추어는 신사계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축구는 엘리트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대영제국의 전통을 주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축구의 인기는 곧 높아져 모든 계층으로 확산되었고, 무보수로 경기를 뛰는 아마추어와 달리 보수를 받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이들을 ‘프로’라고 했다. 축구는 아마추어와 프로들이 경쟁하며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후 두 집단은 하나의 리그를 형성해 경쟁과 발전을 계속해나갔다.

이때 형성된 시스템이 오늘날 유럽 스포츠의 가장 핵심적 특징인 승격/강등제도였다. 이 시스템의 기본 철학은 포용성이었다. 즉, 실력이 부족한 팀도 함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계층을 만들어 성적이 부진한 팀은 하위 리그로 떨어지고, 이를 하위 리그의 우승팀이 대체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또한 참여하는 팀의 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리그 첫해에는 12개의 팀이 참여했고, 다음 해에는 첫해의 7배가 넘는 88개의 팀이 참여했다. 이러한 제도로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고, 어느 클럽도 장기간의 독점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야구는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상당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철도망을 완성하였고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였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초창기 야구 역시 백인 화이트칼라 계층의 사회적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져 전 계층으로 확산되자 기업들은 야구 클럽을 인수하여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수익창출 수단으로 시작
기업의 입장에서 야구는 유료관중을 모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투자가 많이 요구되지 않아 매력적인 스포츠였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이러한 성공을 누구든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업들의 구단 운영으로 수익이 늘어나자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치열한 경쟁은 선수들의 보수 인상과 관중 감소로 이어져 팀 수입이 감소했고, 야구산업 전반의 수익률 하락을 초래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의 리그 집행부는 계약을 통해 지역연고, 선수이동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축구가 발전을 위해 포용성을 기본 철학으로 삼은 것과 달리 야구는 폐쇄성을 선택한 것이다. 팀 자체가 리그를 오가는 축구와 달리 각 팀은 특정 리그와 지역에 고정돼 있고 선수만 이동할 수 있었다. 거대한 독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야구와 축구 구단의 재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축구는 경쟁시장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각 구단이 리그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작게 된다. 원하는 티켓가격을 제시할 수도 없으며 경쟁을 줄이기 위해 신생구단의 진입을 막을 수도 없다. 따라서 리그에서의 승리는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명예를 위한 행위인 것이다. 실제로 현대의 유럽 축구 구단주들은 모두 기업들이지만 이들의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나 해당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유럽의 축구 구단들은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셈이다.

야구의 경우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발전돼왔고 기업들도 팀을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구단들은 연고권에 대한 수요가 항상 초과 상태가 되도록 하여 구단을 소유한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했다. 실제 야구경기 티켓 가격은 팀마다 다르며, 다양한 기준에 의해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즉, 야구가 가진 독점력을 활용하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며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축구와 야구의 운영방식은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축구의 경우 대부분의 구단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수한 팀이라도 한순간에 재정적 불안정에 빠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야구의 경우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지금의 독점적 체제가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TV 시청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리틀 야구 인구가 줄어드는 등 장기적으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독점이 가져다주는 단기적 결과에 집착하는 현재의 시스템에 경쟁의 개념을 도입해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스포츠는 국가의 문화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105> 축구선수가 야구선수보다 가난한 이유는…
분명 스포츠는 한 국가의 문화를 반영한다. 축구가 유럽적이라면 야구는 미국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세계화의 추세는 문화의 역동성을 보다 자극하고 있다. 문화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스포츠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재 축구와 야구가 직면하는 어려움도 어쩌면 자기만의 문화를 고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축구와 야구가 서로의 경험을 흡수하여 각각 독점과 경쟁의 요소를 도입할 수 있다면 세계의 문화 소용돌이 속에서도 가장 유럽적이고 미국적인 스포츠로 인류의 역사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 KDI 연구원 kimdy@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완전경쟁 시장과 독점 시장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은 동질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매우 많은 수의 기업들로 이루어진 시장으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우며 시장 내에 기업들은 가격수용자로 행동하여 장기적으로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한편 독점시장(monopoly market)은 하나의 공급자로서의 독점기업이 가격설정자로 행동하며, 진입장벽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초과이윤 확보가 가능한 시장이다. 두 시장 모두 극단적인 형태로 현실에서 이러한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시장을 찾기는 어렵지만, 양 극단으로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