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가격 올려야 할까요 찬성 반대 생각하기
찬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 방법"반 "담배 소비자가 세금 더 걷는 도구인가?"
현행 한 갑에 2000~2500원 선인 담배 가격을 4000원에서 4500원까지 올리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현재 641원인 담배소비세를 1169원으로 82% 인상하고 345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1146원으로 올려 전체 담배 가격을 지금보다 2000원 인상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 인상을 마지막으로 지난 8년간 그대로였다. 실질가격은 물가상승률만큼 하락한 셈이다. 담뱃값 인상론은 이처럼 담배 가격이 사실상 하락해 온 결과 흡연율이 생각만큼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 이야기가 나오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겠다고도 하고 또 일부는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법안 통과를 예상한 담배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정부부처 장관들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찬반 의견을 질문받기도 했다. 해묵은 과제인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가격 인상만큼 담뱃값 인상 법안을 발의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날로 높아지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액이 연간 10조원에 달하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연간 3만명 선인데 국회와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담뱃값은 지난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된 뒤 8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며 “현재 48%에 달하는 흡연율을 30%대로 떨어뜨리기 위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담뱃값이 가장 싸고 성인 흡연율은 가장 높은 나라로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가격이 10% 높아졌을 때 담배소비가 3.6% 내지는 4%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격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역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제발 이번에는 말로만 논의하지 말고 상당한 정도의 담뱃값 인상이 실현돼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료 현장에서 청소년들의 흡연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일상을 목격하는 입장에서 볼 때 청소년들에게 부담스러워지는 수준으로 담뱃값이 인상된다면 가격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져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면서 “흡연 경험에 대한 기회를 어린 나이에 차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반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담배의 해악에는 동의하지만 담뱃값과 흡연율과의 상관관계가 희박한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발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나를 비롯해 OECD 국가의 흡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소득 증가 때문이지 담뱃값이 비싸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소득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소득 증가가 소비여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보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악화의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커서 담배소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계층별로 흡연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담뱃값 인상은 서민에게 더욱 큰 타격일 텐데 서민일수록 흡연율이 높으니 그 역진적 효과는 정말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정경수 담배소비자협회장은 최근 다시 담뱃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에 대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방적인 규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흡연자들은 연간 7조원에 달하는 준조세 부담을 해왔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예산배분은 극히 일부에 불구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올해 보건복지 예산 4조8000억원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담뱃값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담배 소비자들을 세수 확충의 도구로만 보는 것”이라며 “지난 8년간 담뱃값 인상으로 얻는 기금의 절반 정도를 흥청망청 쓴 건보료 부족분에 투여했던 복지부가 관리는 하지 않고 빈주머니를 채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비중이 0.5%인데 가격을 올릴 경우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하기
담뱃값 인상 찬반 논란이 나올 때마다 흡연자들이 제기하는 반론 중 하나는 아예 국가에서 담배의 제조 판매 자체를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백해무익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금연운동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KT&G가 담배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만들어 팔고 있고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재정으로 들어가는 현실에서 금연운동이나 담뱃값 인상 등의 움직임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흡연자들의 이런 항변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렇게 나쁜 것이고 사실상 마약과 같은 것이라면 정부가 법으로 규제하고 이를 어기고 담배를 피우거나 판매하는 사람은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흡연자만 그야말로 ‘봉’ 취급하는 것처럼 비치니 반발이 심한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사실 흡연은 어떤 경우도 합리화하기 힘들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라는 건 이미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그런데도 담배 판매금액의 상당 부분이 정부 재정으로 쓰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KT&G의 담배제조 판매를 당장 전면 중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정부는 최소한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궁극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 정부가 벌이는 금연운동이나 담뱃값 인상도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