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와 선진사회


노사정위원회 산하 세대간상생위원회는 8일 ‘60세 정년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채택했다. 세대간상생위는 권고문에서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고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장년 근로자의 고용연장이 필수적”이라며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3월9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노사정 대타협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길
☞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도약하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업 활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인적자본의 질(생산성)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 3만달러로 나아가고 ‘중진국 함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다가 국민소득이 일정 단계에 이른 중진국 수준에 접어들어서는 성장이 장기간 둔화돼 정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선진국가가 되려면 경제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시스템과 의식도 선진화돼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바로 ‘사회적 갈등의 해소’다. 정치, 노사, 계층, 지역,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갈등은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비용을 크게 늘림으로써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커가는 걸 가로막고 있다.

선진국들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이런 갈등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타협과 중재의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갈등을 극복하고 결국 도약에 성공했다. 우리도 갈등을 제어하는 의식과 문화, 제도 등 ‘갈등해소 메커니즘’을 갖추지 않고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기대하기 힘들다.

노사정(勞使政)위원회는 선진국들이 갈등해소를 위해 활용한 대표적 기구로 꼽을 수 있다. 이 위원회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 등 노사정 3자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산업·경제·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한걸음씩 양보해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기업과 경제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종업원(국민) 삶의 질도 높이자는 데 그 뜻이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없으면 안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기업 경쟁력 제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게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노동의 유연·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북유럽의 강소국인 스웨덴은 대공황의 여파로 1929~1932년 국내총생산(GDP)은 13% 감소하고 실업률은 22.4%까지 폭등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 간 대립이 빈발했다. 집권 사민당 정부는 1933년 건설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후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수년간의 협상 끝에 1938년 살트셰바덴에서 ‘살트셰바덴 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은 이 협약을 계기로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킴으로써 산업평화 체제 구축과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했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 북해에서 발견된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고성장을 달성하고 높은 수준의 복지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1969년 물가연동 임금제를 실시하면서 임금이 급속히 상승,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한편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정부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이 증가했다. 천연가스 수출은 ‘자원의 저주’,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현상을 초래했다. 네덜란드 병은 자원에 의존해 급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이후 물가 및 임금 상승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현상을 뜻한다. 1982년에 집권한 루드 루버스 총리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 인상 억제, 일자리 나누기,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의 ‘바세나르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네덜란드가 네덜란드 병을 치유한 건 바세나르 협약 덕분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노사정 대타협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길
우리나라에서 노사정위원회가 탄생한 건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설치됐다.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2월6일 90개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탄생시켜 위기극복의 큰 힘이 됐다.

하지만 그 후 노사정위원회는 사회 갈등 해소에 기대한 만큼 역할을 해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노든 사든 한발씩 양보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타협과 중재는 원칙을 저버리는 비겁함이 아니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이익을 모두 독차지하려는 건 욕심이지 않을까? 한발씩 양보하고 신나게, 열심히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모두가 잘 사는 길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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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은 증시 신뢰 떨어뜨리는 '독버섯'

주가조작과 증시 불공정행위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시세조종) 근절 지시를 계기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12일 과징금 도입을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법무부도 과징금과 함께 체벌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겠다는 뜻을 밝혔다. - 3월12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노사정 대타협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길
☞ 증시에서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는 등 시장 메커니즘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불공정거래라고 한다.

불공정거래는 유형에 따라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행위 △단기매매차익거래 △주식소유 및 대량보유 보고 위반 등으로 나뉜다. 시세조종은 증권 수요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가격을 조종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를 말하며 흔히 ‘주가조작’이라고도 부른다. 시세조종은 다시 △위장거래(가장매매·통정매매) △고가 매수주문·저가 매도주문 △허수성 주문 △시가 및 종가 관여 등이 있다.

‘위장거래’는 거래가 성황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본인이 여러 개의 계좌를 만들거나 다른 사람과 공모해 주식을 매매하는 거래형태다. ‘고가 매수주문·저가 매도주문’은 다른 사람보다 높은(낮은) 가격으로 사는(파는) 주문을 계속적으로 내서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다. ‘허수성 주문’은 실제로 사고팔 의사가 없이 다른 사람의 매매를 유인하기 위해 주문을 내는 것이다. ‘시가 및 종가 관여’는 증시 개장 전 시가 결정 시 고가로 사자 주문을 내거나, 증시 폐장 직전 종가 결정 시 고가로 팔자 주문을 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임직원, 주요 주주 등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회사의 증권을 매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다. 내부자거래로 불린다. ‘부정거래행위’는 중요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표시를 누락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단기매매차익거래’는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가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자기 회사 주식 등을 산 후 6개월 이내에 팔거나, 매도한 후 6개월 이내 매수한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여부와 상관없이 그 차익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주식소유 및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역시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증권 등의 소유상황을 보고토록 하고 있다.

증시의 불공정행위는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시장의 신뢰성을 추락시키는 중대 범죄다.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익을 전부 환수하고 형사처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게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