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해 새해부터 세금이 오르고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경제 충격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지출 축소 등 알맹이는 협상안에서 빠졌다. 미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정부의 부채상한선 확대 조치도 뒤로 미뤄졌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중산층의 세금 인상을 막아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재정리스크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심리는 계속 짓누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출축소 빼고 부자증세만 처리
민주당 소속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한 합의안은 △부자증세 △중산층 세금감면 조치 영구화 △200만명 장기 실업자의 실업수당 지급 1년 연장 △급여세 인상(4.2→6.2%) △500만달러 이상 상속세율 인상(35%→40%)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 2개월 유예 등이다. 대부분 중산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충격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들이다. 이 같은 법안은 1일 미 하원도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안에서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출감축은 빠져버렸다고 지적한다. 손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자증세만 타협했지 재정적자를 줄일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오바마 집권 4년 동안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봤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노령화 등으로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퇴직연금)과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지출이 급증한 탓이었다. 공화당이 이번 협상에서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지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보호를 명목으로 복지지출 대폭 삭감을 반대했다. 결국 복지프로그램 축소 문제는 연간 1100억달러 규모의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와 연계해 2개월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이전에 이뤄져야 할 정부 부채상한선 확대 협상과 맞물려 또 한 차례 정치적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 디폴트를 볼모로 한 ‘2차 재정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20년 만에 소득세율 인상
핵심 쟁점이었던 부자증세의 기준은 오바마 대통령(민주당)이 요구한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주장한 100만달러의 중간인 40만달러(부부합산 45만달러)에서 타협했다. 미국 전체 가구의 2%에 해당한다. 이번 합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미국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5%에서 39.6%로 인상된다. 1993~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세율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자본이득세와 배당세 역시 현행 15%에서 20%로 인상된다. 다만 40만달러 미만 소득자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시행된 감세혜택 조치를 영구화하기로 했다. 1억1400만가구가 감세혜택 종료에 따른 세금인상을 면하게 된 것이다.
부자증세와 관련해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이제 연소득 45만달러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하게 됐다”며 증세기준을 너무 양보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세금인상은 공화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표결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자증세와 상속세율 인상 등으로 10년간 늘어날 세수는 600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목표로 한 세수확대분 1조6000억달러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정치적 공약인 부자증세를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지만,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jang@hankyung.com
#지출축소 빼고 부자증세만 처리
민주당 소속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한 합의안은 △부자증세 △중산층 세금감면 조치 영구화 △200만명 장기 실업자의 실업수당 지급 1년 연장 △급여세 인상(4.2→6.2%) △500만달러 이상 상속세율 인상(35%→40%)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 2개월 유예 등이다. 대부분 중산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충격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들이다. 이 같은 법안은 1일 미 하원도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안에서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출감축은 빠져버렸다고 지적한다. 손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세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자증세만 타협했지 재정적자를 줄일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오바마 집권 4년 동안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봤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노령화 등으로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퇴직연금)과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지출이 급증한 탓이었다. 공화당이 이번 협상에서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지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보호를 명목으로 복지지출 대폭 삭감을 반대했다. 결국 복지프로그램 축소 문제는 연간 1100억달러 규모의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와 연계해 2개월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이전에 이뤄져야 할 정부 부채상한선 확대 협상과 맞물려 또 한 차례 정치적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 디폴트를 볼모로 한 ‘2차 재정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20년 만에 소득세율 인상
핵심 쟁점이었던 부자증세의 기준은 오바마 대통령(민주당)이 요구한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주장한 100만달러의 중간인 40만달러(부부합산 45만달러)에서 타협했다. 미국 전체 가구의 2%에 해당한다. 이번 합의안이 상·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미국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5%에서 39.6%로 인상된다. 1993~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세율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자본이득세와 배당세 역시 현행 15%에서 20%로 인상된다. 다만 40만달러 미만 소득자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시행된 감세혜택 조치를 영구화하기로 했다. 1억1400만가구가 감세혜택 종료에 따른 세금인상을 면하게 된 것이다.
부자증세와 관련해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이제 연소득 45만달러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하게 됐다”며 증세기준을 너무 양보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세금인상은 공화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표결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자증세와 상속세율 인상 등으로 10년간 늘어날 세수는 600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목표로 한 세수확대분 1조6000억달러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정치적 공약인 부자증세를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지만,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