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대갈등은 엄청난 사회비용…'지혜+열정'으로 풀어야
우리나라 2030세대와 5060세대는 뚜렷한 인식의 격차가 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 34 대 66(2030세대), 63 대 37(5060세대)은 세대차이의 정도를 보여주는 수치다. 국토분단, 6·25전쟁, 압축성장, 급속한 사회변화, 정보기술(IT) 활용 격차 확대 등은 세대 간 간극을 벌리는 요인들이다. 부모 세대는 “우리 세대가 훨씬 힘들었다”고 호소하고, 젊은세대는 “희망을 꿈꾸기조차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세대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모아 그 간극을 좁혀야 한다. 노년의 경험과 청년의 열정이 조화를 이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이념보다 심각한 세대 갈등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심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한국 현대사의 굴곡이 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0년 정도만 살펴봐도 6·25전쟁, 압축된 경제성장, 민주화 투쟁, IT의 급격한 물결 등 사회의 기본적 구도가 심하게 요동쳤다. 세대차이는 결국 다양한 세대가 살아온 사회구조를 반영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현대사에 곡절이 많으면서 세대 간의 인식 차이가 커지고 세대의 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갈등은 지역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을 주로 꼽는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사회갈등별 심각성을 조사한 결과 국민은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이 이념갈등보다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의 계층·이념·지역 갈등은 1년 전에 비해 다소 해소됐지만 세대·노사 갈등은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인식했다.

#세대 단절, 사회자산 전수 차단

우리나라의 사회 변화가 급격한 까닭에 세대 간 이질감 역시 큰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4·19세대, 63세대, 386세대, X세대, N세대, P세대, WINE세대 등이 수시로 탄생한다. 그만큼 한 세대의 폭이 짧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IT가 더 발달하면 세대 폭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복지, 이념에서도 세대의 벽은 여전히 공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대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상당기간 더 치를 것이라는 얘기다.

세대 간 단절은 단지 소통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시대적 어려움과 역사적 교훈이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면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기성세대 역시 색다른 장점을 젊은 세대에서 배우지 못하면 시대의 흐름에서 낙오되기 쉽다. 또한 오랜기간 축적된 한국사회의 주요한 정신적·기술적 자원은 물론 새로운 가능성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통 막는 SNS의 아이러니

소통은 21세기의 키워드다. 국가지도자에게도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이른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소통의 핵심 도구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천국인 우리나라의 ‘소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무엇보다 세대별 무리짓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IT의 발달로 젊은 세대에겐 그들만의 공간이 형성되고 다른 세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단절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대 간에 ‘노는 물’이 다를 정도로 시각의 공통분모가 작아지고 있다. ‘돌아누운 소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문을 읽는 세대와 인터넷으로 입맛에 맞는 뉴스와 가십거리를 검색하는 세대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야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엄지족(2030세대)과 검지족(5060세대)은 세대를 구별하는 또 하나의 용어다. 닐슨컴퍼니코리아의 지난해 10월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SNS 이용률은 50.5%인 반면 5060세대는 3.3%에 불과했다.

#세대가 공존해야 건강한 사회

일자리는 세대 갈등의 중심이다.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이 늘어날수록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골이 깊어진다. 재정난이 심각한 유럽도 일자리와 연금을 놓고 노년과 청년이 수시로 충돌한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든 시대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기성세대는 황폐의 땅에서 밤잠을 못 자며 노력한 결과 경제적 풍요라는 희망을 일궜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가 없고 희망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지만 기성세대 덕에 글로벌이라는 광활한 무대가 주어졌다.

노년의 지혜와 젊은이의 열정은 환상의 콤비다. 젊은이에겐 일자리라는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열정이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야 하고, 노인에겐 지혜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신뢰와 협력, 기회와 소통은 갈등을 조화로 바꾸는 요소들이다. 세대 간에 신뢰, 협력, 기회, 소통의 다리를 놓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청춘도 기성세대만을 탓하기엔 시절이 너무 짧다. 꿈을 키워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부단한 자기 계발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우리나라에 세대별 갈등이 심각한 이유를 토론해보자. 세대별 갈등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논의해보자. 세계적으로는 어떤 세대 갈등이 있는지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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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은 지구촌 이슈… 해법도 각양각색

[Cover Story] 세대갈등은 엄청난 사회비용…'지혜+열정'으로 풀어야
세대갈등은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도 세대갈등으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0년 정부의 퇴직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연금 100% 수령 개시일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젊은층과 중·장년 직장인 수십만명이 길거리에서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젊은층은 정년 연장으로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중·장년 직장인들은 일찍 퇴직해서 더 많은 연금을 받아 편안한 노후를 보내겠다며 퇴직연금 개혁안에 반대했다. 청년실업률이 50%를 웃도는 스페인도 2011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고 연금 납입기간도 늘리는 방식으로 연금시스템을 바꿨다.

유럽국가들이 이처럼 연금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노년층의 청년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세대 간 공존’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세대 공존형 주택’이 유행이다. 일본 나고야시에 있는 ‘느리게 사는 주택’에는 독신 노인 13명, 자녀를 둔 부부, 직장 여성 3명이 함께 살고 있다. 1층은 노인들의 공동 주거공간이고, 가족과 직장 여성이 사는 2층은 가구마다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췄다. 젊은이들은 실버 세대와 어울리는 것을 조건으로 집세를 절반 정도 할인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