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한국, 관광大國 '신호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올해 들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 21일 현재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5년 6월 캐나다 여행객이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연간 외국인 관광객은 1978년 100만명, 2000년 5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980만명이 방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말까지 100만명 이상이 더 올 것으로 예상, 올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11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성장세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50년간 비약적으로 늘었다. 1961년 1만명 수준에서 1978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0년마다 거의 2배씩 증가했다. 1988년 234만명, 1998년 425만명, 2010년 880만명을 기록한 이후에는 매년 약 100만명씩 증가했다. 특히 2007년 이후 5년간 증가율은 5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상위 25개 국가 평균 증가율(9.3%)의 5배이며, 2위권 국가인 태국, 터키, 싱가포르, 홍콩보다 약 20% 높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7.2%로 10%대 초반이던 이전 3년보다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방한 외국인 관광객 시장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증가율이 각각 30.0%와 14.4%로 두 나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0%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관광산업의 주요 지표도 크게 달라졌다. 문화부에 따르면 2007년에 비해 관광수입은 61억달러에서 올해 143억달러로 134%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폭이 109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관광객은 3만6000명에서 25만명으로, 의료관광객은 1만6000명에서 15만명으로,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268건에서 469건으로 급증했다. 이런 성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 변수가 상존하는 지정학적 여건에서 이룬 것이어서 더욱 의의가 크다.

#관광대국 진입했다는 신호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는 한국이 관광대국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이다.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관광객은 2020년 2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3년 안에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재방문 의향이 75.2%, 다른 사람에게도 한국 관광을 추천하겠다는 타인 추천 의향이 74.2%에 달해 관광산업의 시장 여건도 좋은 편이다.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그동안 정부와 관광업계는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G20, 핵안보정상회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으로 국격이 높아졌고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매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제도 개선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더블 비자 신설, 신청서류 간소화, 제주도 무사증 방문 등을 통해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을 적극 불러들였다.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과 숙박시설 수급 균형을 위한 호텔 신축 및 대체 숙박시설 확충 등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인센티브 단체관광 유치, 서울 쇼핑관광, 청소년 수학여행 단체 방한, 보령 머드축제 등도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

#질적 성장이 과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이후가 문제다. 최근의 성장세에 더욱 박차를 가해 시장을 키우는 한편 질적 성장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기간 연장 및 관광 소비 지출 확대, 재방문 확대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 고소득층을 겨냥한 웨딩·미식관광과 레저·휴양·크루즈 관광, 쇼핑에어텔 등의 고가 상품을 개발하고 기업 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등을 망라한 마이스(MICE)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융·복합 의료관광 서비스 발굴도 필요하다.

중국, 일본 시장에 치우친 관광시장을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관광 트렌드가 단체 패키지 여행에서 개별 자유여행(FIT)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관광정책의 중심축을 FIT로 전환해 개별 관광객을 위한 안내, 언어 소통, 정보 제공 등을 강화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 제주에 치우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자원을 갖춘 곳을 지역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선택해 지역별 문화관광 대표도시를 선정하고 지역 우수 축제를 활용하는 방안이 이를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광객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겪고 있는 호텔 등 숙박시설 부족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대대적인 호텔 신축 및 대체 숙박시설 확보로 2015년부터는 고질적인 숙박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숙박시설 증가세를 넘어서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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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최대 관광국은 어디일까요?

[Focus]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한국, 관광大國 '신호탄'
외국 관광객 1000만명 달성으로 관광대국 진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한국.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외국 관광객을 기준으로 한 한국 관광은 세계 24위에 불과하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의 관광대국들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최대 관광대국은 프랑스다. 외국 관광객이 7950만명이나 된다. 미국(6230만명) 중국(5760만명) 스페인(5670만명) 이탈리아(4610만명)가 4000만명을 넘는 국가들이다. 터키 영국 독일 말레이시아 멕시코 오스트리아 러시아 홍콩 우크라이나는 2000만명을 넘는다. 태국 그리스 캐나다 폴란드 마카오 네덜란드 싱가포르 헝가리는 우리보다 앞서 1000만명대에 진입했다.

따라서 한국도 관광산업의 장기 비전과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관광대국들 가운데 많은 나라들이 인구보다 많은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며 “한국이라고 그들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도 인구(6500만명)보다 많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경제력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터키의 외국 관광객도 2930만명에 이른다. 아시아권에서는 덩치 큰 중국이 세계 3위를 차지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말레이시아(2470만명) 홍콩(2230만명) 태국(1910만명) 마카오(1290만명) 싱가포르(1040만명)보다 한국이 뒤져 있다. 한국이 1000만명 돌파에 안주하지 않고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