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토리 - 스티글러 사상의 힘
스티글러가 살던 20세기는 시장에 의한 결과가 나쁠 때에는 언제나 국가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상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거기에는 두 개의 사상이 있었다. 하나는 거시경제학의 케인스 사상이었다. 시장경제는 고용과 성장에서 고질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시적 차원의 통화이론으로 그에 맞서 자유주의를 지킨 인물이 밀턴 프리드먼이다.다른 하나는 미시경제학의 챔벌린이다. 이는 소비자는 비합리적이고 조작당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소비자의 후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스티글러는 이런 좌파사상과 싸워 자유주의를 지켰다. 독점금지법을 자유기업의 마그나 카르타인 양 여기고 동시에 공익을 위한 법이라는 주장이 지배했다. 그러나 그는 전기요금과 신주 발행에 대한 규제, 최소임금제나 임대료 규제 등 그 어떤 것도 규제 목적을 달성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규제의 치명적 위험성과 시장의 우월성을 갈파했다.
그런 노력으로 스티글러는 한때 강렬했던 규제에 대한 열광도 식힐 수 있었다. 그의 사상이 꽃을 피운 것은 특히 1981년 레이건 행정부 시기다. 시카고 스타일의 법률가와 경제학자 다수가 독점금지 관련 부서에 동원됐다. 그들은 가격차별, 독점화, 수직적 결합을 금지한 현행 독점법의 집행도 자제했다.
레이건 시기 탈규제의 노력으로 전년도에 비해 규제당국의 공무원 수나 규제예산도 대폭 줄었다. 레이건 행정부 제1기에 정부 지출은 1.6%, 고용은 연평균 4.4%나 줄었다. 집권2기에는 지출은 연평균 3.8%, 고용은 0.6% 증가했지만 그래도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증가다. 닉슨에서 포드 정부 시기에는 지출이 연평균 9.6%, 고용은 7.5%나 증가했다.
레이건 시기의 규제개혁에도 스티글러의 영향이 컸다. 항공산업의 규제를 없앴다. 그 결과 새로운 항공 회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경쟁도 촉진돼 항공료가 싸졌다. 항공 서비스 수요자들이 매년 1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전신 산업의 규제를 개혁함으로써 전화사용 비용이 대폭 감소됐다. 트럭운수 산업의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운수 비용도 감소됐다. 규제가 철폐된 직후 2년 동안 1만개의 새로운 트럭운수 회사가 설립됐다. 규제 해제가 운송비용의 하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트럭으로 운반되는 식품이나 그 밖의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