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조선시대 조공은 중계무역의 방편이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사극을 통해 우리 역사를 보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간접적인 학습 기회도 얻을 수 있는 듯하여 나 역시 즐겨 보는 편이다. 하지만 사극에서 묘사된 우리 역사 중 일부가 사실과 달리 왜곡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는 부분 또한 없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공(朝貢)에 대한 부분이다.

조공이란 속국이 종주국에 정기적으로 예물로 바치는 물건 내지 예물을 바치는 행위를 말하는 데, 일반인들 생각과 달리 종주국이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종주국은 형님의 나라로 아우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이에 준하는 선물을 아우에게 하사해야 한다. 이를 사여(賜與)라 한다. 즉 속국이 종주국에 조공을 바치면, 종주국이 속국에 사여를 행한다. 뿐만 아니라 아우로부터 선물을 받은 형님은 아우에게 더 큰 선물을 하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조공한 가치보다 사여한 가치가 더 큰 것이 일반적이다.

조공이 일방적 착취라고?

조선은 명나라를 상국으로 예우했다. 조선의 외교 원칙은 사대교린(事大交隣)으로 상국인 명나라를 예우하고 기타 오랑캐로 분류되는 일본, 여진 등과는 친분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외교적 목표 아래 조선은 정기적으로 명나라에 조공을 바쳐왔다. 대부분의 사극에서는 조선이 명나라에 바친 조공의 성격을 착취당하는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양국이 희망한 조공 횟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은 드라마나 영화 속 모습과는 달리 조공을 통해서 적지 않은 이익을 거두기도 하였다. 이는 조공 횟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조선 초기 명나라는 3년에 한 번 조공을 통한 무역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했으나, 오히려 조선이 1년에 세 차례 조공 무역을 희망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만약 조공무역이 일방적인 착취 형태로 전개되었다면, 착취당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이 오히려 그 횟수를 늘릴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 초기에 전개된 조공무역은 주로 말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중원에서 쫓겨난 원나라는 명나라를 압박하며 중원을 되찾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명나라는 원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말이 간절히 필요했다. 당시 명나라는 말을 구하기 위해 조공을 바치는 조선에 선금을 주고 말을 구해주기를 청하였다는 기록 또한 남아 있다.

특히 명나라에서 요구하는 말은 큰 말로 조선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는 말이었다. 조선은 이런 명나라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만주족들로부터 큰 말을 다시 수입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도 조선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조선은 만주족들에 면포 등을 주고, 큰 말을 수입해 왔으며, 이를 다시 조공 형태로 명나라에 더 비싼 값에 공급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당시 조공무역은 조선이 만주족과 명나라를 대상으로 한 중계무역을 수행한 것이다.

조공 통해 중계무역을 하다

중계무역(Intermediary trade)이란 다른 나라에 수출할 목적으로 물품을 수입하고, 이를 추가적인 가공 없이 다시 수출하고, 수출대금과 수입대금과의 차액인 중계수수료를 취득하는 거래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가 물건을 수입할 때는 해당 물건을 직접 사용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계무역의 경우에는 수입의 목적 자체가 수출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선이 만주족으로부터 큰 말을 수입한 목적은 말을 직접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말을 명나라에 다시 수출하기 위함이다. 즉, 당시 조선이 행한 조공무역은 중계무역의 형태이며, 조선은 만주국과 명나라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이 국내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가 중계무역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중계무역과 가장 흔히 혼동하는 것이 중개무역이다. 중개무역(merchandising trade)은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의 거래에 참여하여 단순히 수수료만을 수취하려는 목적 아래 전개된 거래를 말한다. 중개무역 역시 중계무역과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가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에서 양 국가 간의 거래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혼동될 수 있다.

하지만 중계무역과 중개무역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중간 상인이 계약 당사자인지 여부다. 물품의 계약 당사자가 중간 상인인 경우에는 해당 물품을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간 상인이 직접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중계무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간 상인이 수수료 취득을 목적으로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에서 단순히 물품을 전달해 주는 역할 등의 소극적인 임무만을 담당할 경우 이는 중개무역에 해당한다.

조선의 조공무역은 단순한 중개무역이 아니라 중계무역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은 명나라에 조공 횟수를 늘려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는 명나라의 조공무역에 수동적으로 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윤 획득을 위해 적극적으로 말을 수입했던 것으로 중계무역에 해당한다.

얻은 것도 많았던 조공무역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조선시대 조공은 중계무역의 방편이었다
조공무역이 조선에 이윤 추구의 기회가 되어 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이익만을 거둔 것은 아니다. 조공 품목은 속국이 결정할 수 없으며, 종주국만 결정할 수 있다. 명나라는 이 점을 활용해 말 수입으로 인한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서 소로 조공품목을 변경하기도 하였으며, 자국에 금은 세공품이 부족하여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은 세공품으로 조공 품목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조선 태조 때는 금은 세공품에 대한 명나라의 요청을 만족시키기 위해, 금광 채굴로는 모자라 금불상까지 강제로 거두어야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묘사된 조공은 많은 백성에게 커다란 부담을 안겨준 착취 형태로 전개된 바도 있다. 하지만 조선은 이런 조공무역을 통해서 적지 않은 이윤 또한 거둘 수 있었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통해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각색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중계무역과 중개무역

▨ 중계무역(intermediary trade)

특정 국가가 수입을 할 때 다시 수출할 것을 목적으로 물건을 수입하여, 이를 추가적인 가공 없이 원형 그대로 다시 수출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 중개무역(merchandising trade)

특정 국가가 수출국가와 수입국가 사이에 개입하여 일종의 중개인 역할을 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이런 중개무역은 중계무역과 거래 방식은 유사하다. 하지만 중개무역의 경우 단순히 중개 수수료를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중계무역의 경우에는 수출입 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진행된다는 차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