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3> 분석하는 원리를 분석대상에 그대로 적용하라!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벌써 상당수 대학이 수시 1차 논술시험을 끝냈습니다. 가톨릭대, 항공대, 건국대, 상명대,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홍익대가 시험을 봤습니다. 이제 수능 전에 남은 학교는 성신여대와 인하대입니다.

이번 주는 홍익대 논술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2010 년도 홍익대 수시 논술


나는 몸과 마음이 평행적 상응관계에 있다는 관념을 거부한다. 이는 오래전에 이미 붕괴된 근거들에 기초한 교리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교리의 철학적, 과학적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진화적 위계질서 같은 가치의 자연적 위계나 척도를 전제하는 비교 체계를 거부한다. 여성의 육체가 남성의 육체보다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상태인가, 여성의 육체가 유인원의 육체에 보다 가까운가 하는 질문들은 무의미하다. 막연한 자연주의를 막연한 도덕론이나 심리론과 혼동하고 있는 이런 논의는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의 종(種)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념이다. 우리가 인간 종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것은 오직 인간적 관점 안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고정되지 않은 존재이자 그 자신을 구성해가는 존재이다. 여자 또한 굳어버린 현실이 아니라 생성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남자와 비교할 경우에도 생성의 측면에서 비교해야 한다. 즉 여자의 가능성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동안 일어난 숱한 논쟁은 여자의 능력을 문제 삼으면서 여자를 과거나 현재의 상태로 환원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만일 육체가 사물이 아니라면 그것은 하나의 상황이다. 육체는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이며 하나의 제한적 요소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달리는 속도도 느리고 무거운 물건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한다. 여성이 남성에 대적할 수 있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우리가 실존을 기초로 하여 육체를 해석한다면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되어 버린다. 생리적인 사실이 의미를 가질 때마다 그 의미는 언제나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어야 한다. ‘연약함’이란 인간이 제시하는 목적, 이용하는 도구, 수립하는 규범의 관점에서만 드러난다. 풍습이 폭력을 금하는 곳에서는 근육의 힘이 지배의 기초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연약함이라는 관념은 실존적·경제적·윤리적 관점들과의 관련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 인류는 반(反)자연이라고도 일컬어져 왔다. 인간은 사실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못 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들이 내포하는 진리를 사실들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구성해낸다. 자연은 인간의 행위와 관계 하는 한에서만 인간에게 현실성을 지니게 된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자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중국에서는 여자아이가 네 살이 될 무렵 초벌 묶기라고 하여 아주 작은 신발을 신겨 발이 자라지 않도록 해둔대요. 그러다가 여섯 살쯤 되면 정식으로 전족을 시작한대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그가 조금 앞서 걷다 말고 놀란 듯 뒤를 돌아보며 턱을 조금 치켜들었다. 내가 걸음을 넓게 떼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어릴 적부터 해야 발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 수 있겠지요. 전족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우선 발을 깨끗이 씻은 후 발톱을 깎고 지혈제로 명반을 뿌리고 나서 발을 붕대로 친친 감아요.

그냥 붕대로 감으면 욕창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발과 붕대 사이에 갓 따온 면화(棉花)를 조금씩 집어넣는대요.”

“붕대만 감아두면 되는 건가?”

“붕대를 감을 때도 발가락들이 밑으로 완전히 구부러져 발바닥과 닿게 한대요. 전족을 오래하고 있으면 발톱이 자라 발바닥을 파고들어 살이 헐기도 해요. 그러면 조심스레 발톱을 잘라내고 명반을 발라 상처를 치료하지요. 그리고 발의 뼈를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수시로 봉선화 달인 물에 발을 담가야 한대요.”

“완전히 발 병신을 만드는구먼.”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전족이 완성된 발 모양을 보면,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발가락은 발바닥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돼요. 심한 경우는 새끼발가락과 그 바로 안쪽 발가락은 아예 뭉개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대요. 발등은 초승달이나 활 모양으로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지고, 발로 가야 할 살은 발목 위쪽으로 몰려 기형적으로 부풀게 되지요.”

“그런 괴상한 발을 중국남자들이 좋아한단 말이지?”

그가 침을 급하게 꿀꺽 삼키는 바람에 목젖이 눈에 띌 정도로 오르내렸다.

“발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따라 전족의 등급이 매겨져요. 10㎝ 정도의 전족을 금련(金蓮)이라 하고 그보다 약간 큰 전족은 일련, 그 이상은 절련이라 한대요. 일련, 철연 등급의 여자들은 금련 등급의 여자들이 저쪽에서 걸어오면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피하기 일쑤지요. 남자들은 금련 발을 가진 여자를 보면 너무 좋아 사족을 못 쓴다나요.”


결핵은 온갖 진풍경을 연출하며 은유의 속박을 받아온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는 어떤 질병이 급작스럽게 발병될 뿐만 아니라 고치기도 어렵다는 생각, 말하자면 아직 그 원인을 모르고 있는 어떤 질병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상응해서 나타난 환상이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결핵은 신비로운 그 무엇이었다. 결핵은 폐, 즉 몸 위쪽에 있는 영적으로 정화된 기관과 관련을 맺고 있어 은유적으로 영혼의 질병, 정념(情念)의 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낭만적 고뇌’로 알려진 문학적인 태도는 대부분 결핵 그 자체의 모습, 또는 은유로 변형된 모습에서 연유한다. 결핵의 직접적인 증세를 보여주는 양식화된 묘사 속에서 쇠약함은 번민으로, 고뇌는 낭만적인 것으로 변했으며, 실제의 고통은 간단히 은폐되어버렸다. 병색이 완연하고 가슴팍이 좁은 젊은 여성들, 창백하고 왜소한 젊은 청년들은 그 당시로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 무시무시한 질병에 걸려 앞다투어 경쟁하는 듯했다. 테오필 고티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어렸을 적에 99파운드(약 45㎏) 이상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서정 시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결핵은 외양을 드러내는 태도로 이해되었고 그 외양은 19세기 풍습의 주요 산물이 되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음식을 먹는 것이 천박한 행위로 인식되었고 병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매력적인 모습이 되었다. 19세기 중후반에 산업 제국을 건설하고 대륙을 약탈했던 위인들이 점차 뚱뚱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결핵 환자 같은 용모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연약함이나 뛰어난 감수성의 상징을 거쳐 점차 여성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용모가 되어갔다.


나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은 일요일이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돌아와 전날 밤 불려놓았던 미역으로 국을 끓였다.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는 생일을 기념할 겸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치 그 말을 동면을 앞둔 곰한테서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년 이래 내가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기애는 아무리 열악한 것이라 해도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삶을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30여 년 동안 내가 비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 만큼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듯 한참이나 나를 훑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 따위를 결심한 이유를 발견해내지는 못한 것 같았다. 마지못한 어조로 이렇게 한마디 던졌다. 이제 빨랫대가 비좁지 않아 좋겠구나. 두 식구뿐인데도 빨래 널 자리가 부족한 것은 내 옷이 워낙 대형 사이즈이기 때문이라고 어머니는 불평하곤 했다. 자신이 빨래를 자주 하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가만있자, 네가 줄어들면 집이 더 넓어지려나. 어머니는 오랜 세월 굳어진 지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집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라는 걸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은 뚱뚱한 사람을 단순히 둔감하고 무신경하게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게으르고 절제심이 없으며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맞선을 보았던 수많은 여자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한번쯤은 나의 성적인 기능이 시원찮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리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B는 내 몸무게가 100㎏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체중을 톤 단위로 계산하라고 농담하곤 했다. 100보다는 0.1이란 숫자가 뭔가 갈망이 있고 이미지도 정교하잖아. 솔직히 다소의 묵직함마저 없었다면 넌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평범할 뻔했어.

【문제 2】제시문 (마)의 주장에 입각하여 제시문 (바)~(아)가 기술하고 있는 몸에 관한 문화현상들을 분석하시오. (900±90자) (100점)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3> 분석하는 원리를 분석대상에 그대로 적용하라!

"문제의 요구조건대로 쓰되, 그것에 맞춰 사고할 필요는 없다"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마)는 인간의 육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예로부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인식되었다. 그러나 생물적인 우위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오로지 사회적 풍습 안에서만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제시문 바)의 전족은 중국의 남성우월주의가 만든 풍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작은 발을 선호하여서, 중국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전족을 하는 고통을 겪었다. 심지어 발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매겨 여자를 분류하였다. 기형적인 작은 발이 다른 나라에서 끔찍한 풍습으로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는 미의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전족을 한 발은 중국이라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예로 19세기에 결핵이 감수성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결핵 환자의 창백하고 가냘픈 몸이 여성의 미의 기준이 되었던 것을 들 수 있다. 결핵 환자의 연약한 몸은 19세기 사회의 모습을 대표한다. 19세기의 몸은 그들이 감수성과 낭만을 미덕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제시문 아)는 현대에 이르러서까지 인간의 몸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몸을 보면 속한 사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을 게으르고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현대 사회는 뚱뚱한 사람이 체중조절을 하는 이유가 된다. 현대인의 날씬한 몸은 날씬하고 날렵한 사람을 선호하는 사회를 상징한다.

▧ 해설 및 예시답안

- 분석의 원리와 대상이 같아야 앞뒤가 맞는 글이다.

위의 학생의 글은 논술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제가 예상하기에 아마도 이 학생은 여러 가지 경로로 논술을 연습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나름 분석하기라는 문제 유형에 대한 이해도 있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시문을 그대로 베끼기 보다는 자신의 말로 최대한 표현해내려는 부분도 좋게 평가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이 학생의 글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보라고 한 이유는 잘 썼기 때문일까요? 아니랍니다. 이 부분이 결과적으로 글을 잘 쓰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잘 썼지만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아쉬운 바로 그 한 부분입니다. 어떤 부분일지 예상이 가나요? 바로 첫째 단락입니다. 이 학생이 위의 문제의 출제의도를 전반적으로 이해했다고 보이지만, 사실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첫째 단락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제시문 마, 바, 사, 아 중 구체적인 현상을 말하는 바, 사, 아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 사, 아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원리가 있다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지요. 이 부분을 위의 학생은 나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시문 바에서는 중국의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 문화적이고 미적 양상이 전족으로 나타나고 있고, 제시문 사에서는 감수성과 낭만을 미덕으로 삼았던 19세기 유럽에서는 이것이 결핵으로 나타냈다는, 그리고 제시문 아에서는 현대에는 잘 가꿔진 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해졌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위의 학생은 잘 서술한 것이지요. 쉽게 말해 사회마다 미에 대한 가치가 다르고, 미에 대한 가치와 기준은 사회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제시문 바, 사, 아는 중국, 유럽, 한국의 상황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제시문 바, 사, 아를 관통하는 공통된 원리가 제시문 마에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문제에서는 제시문 마의 주장에 입각하여 제시문 바, 사, 아가 기술하고 있는 몸에 관한 문화 현상들을 분석하라고 했기 때문이지요. 제시문 마는 분석의 원리, 제시문 바, 사, 아는 분석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지점은 제시문 마의 분석 원리를 얼마나 잘 서술할 것이냐, 그리고 제시문 마의 분석 원리가 제시문 바, 사, 아예 얼마나 잘 적용하여 분석할 것이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학생의 글의 첫 번째 단락을 보도록 하지요.

① 제시문 마)는 인간의 육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② 예로부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인식되었다.

③ 그러나 생물적인 우위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④ 왜냐하면 인간은 오로지 사회적 풍습 안에서만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 문제의 요구조건대로 쓰되, 문제의 요구조건대로 사고할 필요는 없다.

위의 학생의 글은 논술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앞서 말했던 제시문 바, 사, 아에 대한 내용, 즉 사회마다 미에 대한 가치가 다르고, 미에 대한 가치와 기준은 사회의 결과물이라는 것에 대한 것이 위의 첫째 단락에 나타나 있나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물론 제시문 마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시문 바, 사, 아에 대해 서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면 제시문 마에 대한 내용이 너무 아쉽습니다. 아마도 이해하기가 어려워 얼버무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① 문장과 ② 문장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③ 문장과 ④ 문장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이 단락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인가요?

정리하자면, 이 학생의 첫째 단락은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첫째, 제시문 바, 사, 아를 서술한 나머지 단락과 제시문 마를 서술한 첫째 단락과의 내용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분석의 원리와 분석한 대상을 서술한 것이 일치하지 않고 따로 논다는 것, 둘째, 첫째 단락의 서술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문장 간의 연관성이 비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이 어려울 경우 제시문에 대한 서술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레 포기해버리는 것이지요. 아무리 읽어도 이해는 안가고 시간은 부족하니 자신이 마음이 드는 표현들을 긁어다가 글을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출제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학생이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출제원리를 찾아내려 하는 학생이었다면 제시문 마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면 제시문 바, 사, 아에 맞춰 제시문 마를 서술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순서대로 글을 쓰려 합니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요구하는 있는 순서대로 사고도 하려 합니다. 이 문제의 경우 제시문 마를 이해해야 제시문 바, 사, 아를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시문 바, 사, 아와 제시문 마가 같은 입장을 취한다는 것을 안다면, 제시문 바, 사, 아를 활용하여 제시문 마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분석의 대상과 분석의 원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 문제를 어떻게 풀지,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개요작성과정을 반드시 거칠 것

이렇게 본다면 이 학생은 문제 출제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제시문을 요약해 나가면서 글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개요를 잘 짜지 않은 것이지요. 실제 시험장에 가면 문제지와 답지를 받자마자 글을 써내려가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합격하지 못하는데요. 논술 강사를 한 지 8년이 넘은 저도 문제지와 답지를 받자마자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제시문을 모두 읽고 문제를 어떻게 풀지,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내 글은 어떻게 구성할지를 고민하고 난 다음 답안을 작성한답니다. 그러니 학생 여러분들 역시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 마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만들어져 가는 존재이며 기존의 고정적인 유전적 가치체계로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갖는 목적과 규범의 관점을 파악해야 하며 이러한 전제로부터 인간과 관련된 사실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나 연약함을 바라볼 때도 여성 혹은 남성의 육체적 측면이 가진 아름다움 그 자체이거나 자신의 문화적, 사회적 기준이 아닌 그 사회의 그 문화의 기준에서 구성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봤을 때, 제시문 바의 전족을 한 여성이 아름답다고 여긴 중국의 문화는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입장처럼 남성 중심사회에서 여성의 육체를 괴롭혔던 악습으로서의 전족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발이 작은 연약한 여성일수록 아름답다는 기준은 중국 사회, 문화가 만들어낸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Smart한 논술의 법칙 <33> 분석하는 원리를 분석대상에 그대로 적용하라!
마찬가지로 제시문 사의 결핵에 걸린 사람이 아름답다는 인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제시문 가의 주장대로 결핵이라는 질병이 갖고 있는 자체의 사실과 관계없이 19세기 유럽 사람들의 결핵이라는 사실에 내포되어 있는 진리, 즉 야위고 연약한 외모가 아름답다고 보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와 마찬가지로 결핵에 걸린 사람이 아름답다는 이러한 인식은 유럽 사회 문화가 만들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아의 비만에 대한 화자의 어머니와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 역시 한 사회가 만들어 낸 아름다움에 대한 또 다른 기준이라 볼 수 있다. 즉, 날씬한 남성이 아름답다는 기준 역시 제시문 라의 사회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만들어진 기준이므로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제시문 라는 보여준다. 화자는 사회의 기준은 사회의 기준일 뿐이므로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다가는 개인의 개성까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952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g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