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론' 선도한 밀턴 프리드먼 "공짜 점심은 없다"…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으로 꽃 피워
밀턴 프리드먼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해도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을 들으면 그의 사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그의 말은 고전적인 명언이다. 요즈음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의 정책이 터무니없음을 말해준다.

정부와 관련된 명언이 흥미롭다. “임시로 정부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말을 믿지 말라.” “사하라 사막의 관리를 정부에 맡겨보라, 아마도 5년 안에 모래가 바닥날 것이다.” “정부는 최상의 종이와 잉크를 사용하지만 그 결과는 쓸모가 없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지만 정부는 기구를 더 늘린다.” 말하자면 정부를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케인스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엘리트의 세계에서 성장한 엘리트 중 엘리트였던 케인스는 정부는 늘 자기 곁에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정부가 매우 우호적으로 보였을 터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프리드먼에게 정부는 심리적으로 멀리 있고 자기와 상관도 없는 것으로 생각돼 정부를 의구심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어렵게 공부해야 했던 미래의 경제학자에게 가까이 있었던 것은 매일매일 먹여주고 자수성가를 가능하게 한 시장바닥이었다.

'작은 정부론' 선도한 밀턴 프리드먼 "공짜 점심은 없다"…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으로 꽃 피워
그래서 자유시장에 대한 그의 비전이 우리의 흥미를 끈다. 자유시장은 번영의 거대한 엔진이며 빈곤과 억압으로 신음하는 세계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자유시장이 보장된 곳에서만 자유와 평등이 보장될 수 있으며, 규제와 간섭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가 만연하고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그의 논리는 매력적인 자유시장의 비전이다.

자유시장은 대기업의 경제력 문제까지도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것은 사적 권력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라는 그의 주장도 흥미롭다. 오늘날 우리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명분으로 쏟아내는 대기업 규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의 성장을 방해할 뿐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지 200년이 되던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먼의 간판 이론은 케인스주의와의 대결 과정에서 개발한 화폐이론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유명한 인식과 함께 화폐가 고용과 성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에서 통화를 통한 자의적인 경제 개입의 가능성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보았다.

흥미롭게도 프리드먼은 화폐의 효과가 전개되는 경로와 시차를 알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식의 문제를 인식했다. 그래서 정부의 지적 자만을 막기 위해서 정부의 재량적 통화정책 대신 준칙주의 정책을 제안했다. 통화당국의 독립성만으로는 재량적인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통화주의 이론은 1970년대 전 세계에 만연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부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실질성장이 낮다는 그의 생각도 매우 소중한 유산이다. 최근 유럽 각국의 사례에서 프리드먼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즉, 프랑스 영국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케인스에서 영감을 얻어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낮았고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공공 지출을 줄인 나라의 성장률은 높았다.

프리드먼 사상은 금융통화나 정부지출에 머물지 않았다. 자유와 책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해 미국 사회를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학교선택권을 존중하는 제도로 국공립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 누진세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단일세 제도 등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의료인의 공급을 제한하는 면허제의 폐지, 소득이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에 부족액 중에서 일부를 보조하는 음(陰)의 소득세제도를 통한 복지 개혁, 그리고 자유를 통해서도 국가 안전을 개선하려는 모병제 등이 자유와 책임을 존중하는 제도들이다.

'작은 정부론' 선도한 밀턴 프리드먼 "공짜 점심은 없다"…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으로 꽃 피워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이런 제도들은 처음에는 매우 급진적인 철학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 누구도 프리드먼의 제안이 실현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 프리드먼의 생각은 미국의 일상적인 제도이자 상식이 됐다. ‘오늘의 철학은 내일의 상식’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강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