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업재개' 결정없이 9일 모든 점포 문 열어
코스트코, 의무 휴업일에 '배짱 영업'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가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의무 휴업일을 무단으로 어기고 영업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평·양재·상봉점, 경기 일산점, 부산점, 대전점, 대구점, 울산점 등 코스트코 전국 8개 점포는 지자체가 대형마트 강제 휴무일로 지정한 지난 9일 모두 정상 영업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부분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점포는 법원으로부터 영업제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의무 휴업일에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주도한 가처분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법적 근거 없이 국내 법률에 근거한 지자체의 영업제한 처분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체들도 소송 기한을 넘겨 가처분 결정 대상에서 빠진 점포들은 의무 휴업을 지키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이와 달리 국내 규정을 근거 없이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그동안 영업제한 규정을 따르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혀 왔기 때문에 이번 영업강행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트코는 자체 발간하는 ‘커넥션 매거진’에서 ‘의무휴업에 대한 코스트코의 입장’이라는 글을 싣고 영업제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당사는 해당 법률에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이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과는 달리 코스트코는 별다른 의견 표명 없이 지자체 처분을 따라왔다.

이랬던 코스트코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해당 상권의 경쟁 구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근 경쟁 점포들이 법원 판결로 모두 영업을 재개했는데 코스트코 점포만 계속 의무휴업일에 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가 법규를 위반해 범칙금을 물더라도 영업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거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상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날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코스트코는 영업을 강행하기 전에 해당 지자체에 ‘규정을 따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서도 ‘휴무일은 1월1일과 설날, 추석’이라고 안내하며 ‘일요일은 정상 영업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지난 7일 코스트코 양평점이 영업규제는 차별적인 대우이기 때문에 휴일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종용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영업을 재개해 현재 관련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에 따라 해당 점포가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코스트코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울산점 개점을 강행, 중소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