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부실대학에 '퇴출 경고장'… 43개 대학 구조조정 대상에
세종대 국민대 등 전국 43개 대학(4년제 23곳, 전문대 20곳)이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들 대학 중 부실이 심한 일부 대학은 강력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학교 폐쇄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을 결정하고 이 가운데 부실이 더 심한 가야대 등 13곳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추가 지정했다. 루터대 영동대 등 6곳은 2010년부터 3년 연속 구조조정 대상 대학 명단에 올랐고 경주대 등 7곳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불명예를 안았다.

2010년과 작년 두 해 연속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받은 건동대 등 6곳은 자진 폐교 등으로 학교 문을 닫았다. 이영선 대학구조개혁위 위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2년 이상 지정받은 대학들은 실사를 거쳐 오는 12월 경영 부실 대학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 337개 대학 중 하위 15%에 들어간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은 내년도 정부의 각종 재정 지원 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부실대학 퇴출 더 속력낼듯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구조조정 대상 대학 명단을 공개함에 따라 정도가 심한 부실대학 퇴출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조조정 명단 발표는 2010년과 작년에 이어 세 번째다. 2010년에는 신입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30곳만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43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지정한 다음 그 안에서 재정 상태가 더욱 열악한 13개 대학에는 학자금 대출제한 규제까지 추가로 부과했다.

2년간 지속된 정부의 압박에 6개 대학이 퇴출됐음에도 작년과 같은 규모인 총 43개 대학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다.

[Focus] 부실대학에 '퇴출 경고장'… 43개 대학 구조조정 대상에

#국민대·세종대 '취업률 하락'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대학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민대 세종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은 대부분 평가 배점 20%를 차지하는 취업률에서 부진했다. 국민대는 올해 취업률이 49.3%로 작년보다 3.1%포인트 떨어졌고 198개 4년제 대학 중 164위에 머물렀다. 세종대 취업률은 지난해 48.9%에서 올해 47.1%로 내려가 전체 4년제 대학 가운데 174위에 그쳤다.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은 56.2%다.

취업률 등 지표를 속이거나 자료를 부실하게 작성한 동국대 경주캠퍼스, 서정대 장안대 대경대 등 4곳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평가에서 무자격 외국인을 교원으로 임용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부당하게 끌어올린 경주대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에도 포함됐다.

#루터·영동대 '3년째' 리스트에

루터대 영동대 등 4년제 대학 2곳과 부산예술대 등 전문대 3곳 등 총 5곳은 2010년부터 3년 연속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지목됐다. 또 경주대 등 4년제 4곳과 김포대 등 전문대 4곳 등 총 8곳은 2년 연속 이 리스트에 올랐다. 그만큼 열악한 교육 여건 등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작년 9월 구조조정 대학 명단 발표 이후 1년간 퇴출이 결정된 대학은 건동대 명신대 선교청대(이상 4년제) 동우대 벽성대 성화대(이상 전문대) 등 6곳이다. 모두 2010년과 작년 두 해 연속 부실대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연속으로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른 대학들이 앞으로도 퇴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원 끊기고 증원도 제약

재정지원 제한대학 43곳은 내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보건·의료 분야 정원을 늘릴 수도 없다.
대학의 자구노력과 연계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도 이 대학들의 신입생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부실 정도가 더 심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들은 신입생의 학자금 대출 한도가 등록금의 30%(최소대출그룹) 또는 70%(제한대출그룹)까지 줄어든다. 다만 소득 7분위 이하 학생의 경우 대학이 학자금 대출제한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교과부는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을 중심으로 오는 11월까지 실사한 후 12월께 경영부실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구자문 교과부 대학지원실장은 “경영부실 대학들은 컨설팅을 통해 학과 통·폐합, 법인 감독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유도한 후 회생이냐 퇴출이냐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태웅/강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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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실적은 왜 제외하나 … 지엽적 지표 치우쳐"

해당 대학들 강력 반발

[Focus] 부실대학에 '퇴출 경고장'… 43개 대학 구조조정 대상에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 중 상당수가 “평가 방식과 기준 지표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일부 대학은 보직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는 등 학내에서도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 “교수의 연구 수준, 학생 교육 역량이나 국제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율 같은 지엽적인 지표에 치우쳐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수도권과 지역 대학들을 분리해 평가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대 관계자는 “재정 지원이라면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역대를 배려할 수 있겠지만 부실대를 골라내는 게 목적이라면 지표가 좋은 수도권 대학을 지역대에 비해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예체능계 비율이 높은 대학들의 반발도 심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평가부터 남녀 취업률이 차이나는 점을 감안, 성별 취업률을 표준점수화해 여대생이 많은 학교에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하지만 예체능 전공 학생이 많은 대학은 정원의 50% 이상이 예체능계인 경우에만 평가 제외 신청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세명대 관계자는 “학교 전체 취업률을 볼 것이 아니라 계열별로 평가받도록 해야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교과부 감사에서 취업률 허위공시 사실이 적발돼 재정지원 제한대학 명단에 포함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다른 지표들은 좋은데 취업률 공시 실수 하나로 부실대로 낙인 찍혀 난감하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