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300억 투자…'과학 양궁' 기틀 잡았다
“한국 양궁의 명예를 드높인 대표 선수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 그랜드볼룸.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 양궁 선수단 환영식’에서 축하인사를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양궁 대표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양궁협회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양궁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선수단에 16억원을 쾌척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지급했던 포상금 6억500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베이징올림픽(금2, 은2, 동1)에 비해 메달 수는 적지만 금메달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해 2관왕에 오른 기보배 선수에게 2억5000만원, 남자 개인전 금메달과 남자 단체전 동메달을 딴 오진혁 선수에게 2억원의 포상금이 전달됐다.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수상한 이성진, 최현주 선수에게 각각 1억2000만원, 남자 단체전 동메달을 수상한 임동현, 김법민 선수에게 각각 5000만원이 전달됐다. 장영술 총감독을 비롯한 감독과 코치, 직원들에게도 골고루 포상이 이뤄졌다.
미국 출장 중인 정 회장을 대신해 아들인 정의선 협회장이 포상금을 전달했다. 정 협회장은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둬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안겨줬다”고 격려했다. 이어 “이 같은 업적은 정몽구 협회 명예회장님과 역대 협회장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원이 밑거름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1985~1997년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냈던 정 회장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직을 맡으면서 27년간 300억원 이상을 양궁에 투자했다. 첨단 스포츠 장비 도입에 앞장서 국내 양궁의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이어받은 정 부회장의 각별한 선수 사랑도 유명하다. 그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양궁 경기가 있었던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매 경기를 참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MP4 플레이어를 지급했고, 올해는 물리치료사 등 선수단 전원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했다.
런던에서 선수들의 숙소가 양궁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까지 버스로 1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는 양궁장 근처 4성급 다누비우스 리젠트파크호텔로 거처를 옮기고 매끼 40파운드(약 7만원) 상당의 한식 도시락도 지원했다. 정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올림픽 양궁에서 총 32개(금18, 은9, 동5)의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을 지키고 있다.
전예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