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제주 올레길 CCTV 설치는 옳을까요
"범인 검거에 큰 도움 되는 만큼 필요하다"


"이런 식이면 전국을 CCTV로 다 덮어야"

제주 올레길 여성 순방객이 괴한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주 올레길에 CCTV를 설치하자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들이 마음 놓고 올레길을 걷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순찰대를 구성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다. 행정안전부도 올레길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올레길처럼 이용객이 많은 산책로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현행 보행법에서 규정한 보행자 길에 탐방로나 산책로 등산로 등이 추가됐다.CCTV 설치 여부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올레길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올레길 자체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조치라는 것이다. 올레길 CCTV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제주 올레길이 계속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며 CCTV 설치도 그런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게 찬성하는 측의 입장이다. 찬성하는 쪽에는 특히 여성들이 많은데 대구광역시에 산다는 R씨는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가로등을 설치하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성 관광객 L씨도 “외진 부분만이라도 CCTV가 있다면 한결 마음 놓고 올레길을 찾을 것 같다”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인 행정안전부도 같은 견해다. 송석두 행안부 재난안전관리관은 “범법자들로부터 실질적인 채증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범죄 예방효과도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최근 여성이나 어린이처럼 상대적으로 연약한 사람을 상대로 한 각종 흉악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제주 올레길에도 뭔가 지금과는 다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관광객 강모씨의 동생은 최근 블로그에 “CCTV 하나만 설치해 놓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과 장비를 동원한 수색이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도 “올레길 주변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CCTV 설치는 방범 효과가 있는 만큼 설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대

CCTV 설치는 올레길 특유의 성격을 왜곡하게 된다며 반대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과도하게 CCTV를 설치하거나 경찰이 순찰을 돌면 올레길 특유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주장이다. 올레길은 호젓한 길에서 명상과 휴식을 즐기려는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치유와 사색의 길’이란 명성을 얻었는데 온통 CCTV로 가득하다면 이런 명성이 퇴색된다는 것이다.

아이디가 yan***인 한 트위터리안은 “CCTV와 가로등, 상주 경찰이 있다면 더 이상 올레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도 “올레길에 CCTV나 경찰을 배치하는 것은 즉흥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범죄가 발생했다고 CCTV를 설치하기 시작한다면 전국 전역에 이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말이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범죄 예방 차원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런 논리라면 전국 각지에 있는 모든 등산로를 따라 죄다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CCTV가 온 국토를 덮게 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CCTV에 찍힐 정도로 사생활 침해가 심한 상황에서 올레길에까지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소설가 조정래 씨는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서 “경찰이 대책회의를 하는 건 좋지만 CCTV 설치는 너무 과민반응인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차라리 희생자를 위해 올레길에 작은 비를 세우고 오가는 사람들이 고인의 혼을 위로하는 방안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생각하기

CCTV가 각종 범죄의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최근 들어 이런 경우는 훨씬 더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그 효용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CCTV가 우범자들에게 사전에 경각심을 줘 범죄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 범죄가 발생한 뒤에 CCTV가 있었더라면 범인을 좀 더 손쉽고 빠르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CCTV를 설치하기 시작한다면 도대체 이를 설치하지 않을 곳이 어디 한 군데라도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CCTV 설치와 범죄 감소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방범 CCTV 설치대수와 전국 범죄발생 건수가 공개된 적이 있다. 2010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방범 CCTV는 모두 3만5107대로 2008년(8761대)에 비해 30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범죄 발생건수는 206만 3737건에서 178만4953건으로 약 14% 감소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제주 올레길 CCTV 설치는 옳을까요
그러나 방범 CCTV 설치대수 증가율에 비해 범죄 발생건수 감소율은 매우 저조했다. 범죄 발생건수 감소에는 방범 CCTV 외에도 여러 가지 치안여건상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방범 CCTV 설치와 범죄 발생건수 감소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주올레길 CCTV 설치문제는 그래서 성급한 결론보다는 주민과 관광객의 여론 수렴 등을 거쳐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CCTV가 좀 더 마음을 놓이게 하는 건 분명하지만 올레길이야말로 CCTV 같은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사람들의 마지막 해방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