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은퇴 후 사는 집 담보로 생활자금 받아쓴다고?
주택연금과 사회안전망

주택연금 가입자가 곧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출시 이후 올 6월까지 누적 가입 건수는 9665건이다. 올 들어 신규 가입이 한 달 300건 안팎씩 느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1만번째 가입자가 나올 전망이다. - 8월7일 연합뉴스

☞ 예전에 우리 부모들은 번 돈의 거의 대부분을 자녀를 키우는 데 썼다. 이렇게 자라난 자녀들은 성인이 돼 부모들의 노후생활을 책임졌다. 일종의 ‘가족 안전망(family safety net)’이다. 하지만 요즘은 은퇴 후 자녀에게 기대려는 부모들은 거의 없다. 가족 대신 사회가 국민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수입이 없는 고령자나 실업자, 저소득층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로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다.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안전망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게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경제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이후 1999년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전 국민으로 늘어나고 실업자를 돕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확대됐으며 노인들을 위한 경로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이 잇달아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은 크게 질병(건강보험)ㆍ노령(국민연금)ㆍ실업ㆍ산업재해(고용·산재보험)ㆍ빈곤(기초생활보장제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사회적 안전망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복지에 쓰는 돈은 올해 92조6000억원으로 총지출의 28.5%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루가 멀다하고 앞다퉈 새로운 복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니 복지 지출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칫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옛 속담처럼 정부가 복지에 세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완벽하게 보장해줄 순 없다. 은퇴 후 내 생활은 내가 책임질 수 있게 도와주는 금융상품 중 하나가 바로 연금이다.

은퇴에 대비해선 크게 ‘3중의 연금 안전망’을 갖추는 게 좋다. 첫째가 직장인이라면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이고 둘째는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받는 퇴직연금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에 개인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이 3중의 연금 안전망에 하루라도 젊을 때 가입하는 게 은퇴 준비 부담을 더는 길이다. 정부도 국민들의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해 연금에 대해선 비과세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은퇴자들이 예금이나 금융상품보다 대부분 부동산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2007년 7월에 도입한 제도다. 갖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연금 형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아가는 상품이다.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이 주택을 살 때 금융사로부터 받는 대출이라면 주택연금은 주택을 맡기고 대출 형식으로 매달 일정액씩 받아가니 일종의 역모기지론으로 볼 수 있다. 가입 대상은 만 60세 이상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다.

주택연금은 은행이 대출을 담당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에 따른 상환을 보증한다. 가입자는 생존기간동안 집값 평가액 한도 내에서 연금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받고 사망하면 담보주택을 팔아 그동안의 대출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한다. 대출원리금 상환은 담보로 제공된 주택 가격 범위 내다. 대출금을 상환하고 남은 주택 처분액은 유족에게 상속된다. 주택연금의 장점은 평생 거주를 보장하며 은퇴한 뒤 자녀들의 눈치볼 필요가 없이 당당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환 압박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은퇴 후 사는 집 담보로 생활자금 받아쓴다고?
주택연금은 도입 초기만해도 별 인기가 없었다. 내 집을 중시하는 풍조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택을 내놓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2010년 들어 ‘부동산 투자 불패’라는 신화가 꺾이고 의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가입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주택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시세가 더 떨어지기 전에 연금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겠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는 매달 평균 103만원을 받고 있다. 이는 60세 이상 도시가구 평균 근로소득(130만원)의 80%에 이른다. 한푼이 아쉬운 은퇴 후 생활에서 주택연금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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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또는 지수따라 만기때 받는 돈 달라지네!

주식연계증권과 ELS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은퇴 후 사는 집 담보로 생활자금 받아쓴다고?
자전거 테마주를 기초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이 만기를 앞두고 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바람에 해당 기업 주가가 폭락, ELS 투자자뿐 아니라 회사 주주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ELS 운용사가 약속된 수익률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8월7일 한국경제신문


☞ 주식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상품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에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예금은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 low return)’ 이다. 확정이자를 받는 까닭에 위험(리스크)은 작은 반면 수익도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 증시가 활황일 경우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데 직접 투자하는 건 리스크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같은 성향의 투자자들을 겨냥한 게 바로 주식연계상품이다. 여기에는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은행권의 주가연계예금(ELD), 자산운용사의 주가연계펀드(ELF) 등이 있다. 이들 주식연계상품의 특징은 개별 주식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은 주가 또는 지수의 변동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달라지는 증권이다. 주가연계펀드(ELF·Equity Linked Fund)는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가 발행한 ELS 상품을 펀드에 편입하거나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상품이다. 주가연계예금(ELD·Equity Linked Deposit)은 은행이 투자 원금 중 일부를 정기예금에 넣은 뒤 여기서 나오는 이자수익과 나머지 투자금을 가지고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ELS에는 투자 구조에 따라 여러 종류의 상품이 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한 번이라도 130만원 이상이 되거나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10%의 수익이 확정되는 구조의 ELS는 녹아웃(knock-out)형 ELS라고 한다. 또 특정 주가나 주가지수를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중간 평가하고 평가일 현재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고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스텝다운(step down)형, 주가가 가입시 정해놓은 하락폭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주는 리버스컨버터블형 등도 있다.

ELS는 또 판매사가 자체 신용에 의해 원금을 보장하는 원금보장형과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원금비보장형 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원금보장형은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이가운데 800만원은 확정 이자가 나오는 채권에 투자하고 이 이자와 나머지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원금을 보장하면서 예금보다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원금보장형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리스크 또한 더 높다.

ELS는 주식보다 리스크가 낮고 예금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때론 원금을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또 이번 자전거 테마주와 연계된 ELS처럼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의 경우 증권사가 ELS 가입자와 약정한 수익을 주지 않기 위해 보유 물량을 팔아 주가를 조작한다는 의혹도 간혹 제기되고 있다.